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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황규준 기자
  • 방송
  • 입력 2019.09.26 12:36

'한국인의 밥상' 지리산 약초 밥상, 약선 선비 밥상-우슬 밥상-산양삼 밥상 만난다

▲ '한국인의 밥상' 제공

[스타데일리뉴스=황규준 기자] 경상남도 산청은 땅의 80%가 산이다 보니 많은 이들이 산에 기대어 산다. 삼장면의 지리산 계곡 가장 깊은 곳에도 터를 잡고 살아가는 이들이 있다. 해발 750m인 천왕봉 아래 첫 집에서 양봉하며 사는 최미화(62), 이치생(71) 씨 부부. 몸이 약하던 남편의 건강을 되찾기 위해 지리산의 품으로 들어왔다. 물과 공기가 맑은 것도 좋지만, 음식만큼 중요한 게 없다는 아내 미화 씨는 귀농 후 약선음식을 배우며 매끼 약초로 밥을 지었다는데. 그 덕분일까, 남편 치생 씨는 건강은 물론, 일흔이 넘는 나이에도 거뜬히 일할 정도로 건강해졌다.

산속에 살다 보니 집주변이 마트이자 약방.사시사철 약초가 가득하다. 잘 먹으면 모든 음식도 약이 된다는데. 아내 미화 씨가 가장 좋아하는 약초는 쇠비름이다. 예부터 ‘장명채’로도 불리며 꾸준히 먹으면 오래 산다고 알려져 있다. 쇠비름과 각종 버섯, 소고기를 곁들이고 엄나무와 황기를 우린 물로 약효를 더해 끓이면 완성되는 ‘쇠비름소고기전골’. 뜨끈한 국물은 높고 깊은 산중에서 몸 녹이기에 안성맞춤이다. 여기에 ‘저족(猪足)’이라 불리며 예부터 한약재로 사용했던 돼지 족발도 단골 식재료.생강, 황기 등 각종 한약재와 함께 서너 시간 폭 곤 후 따라내 식히면 완성되는 ‘약초돼지족발묵’은 칼슘과 콜라겐이 풍부해 보양식으로 일품이다. 자연에서 나는 것들을 잘 활용하면 따로 보약이 필요 없다는 미화 씨. 지리산이 내어준 약초로 차린 그녀의 정성 가득한 한 끼를 맛본다.

♦ 남사예담촌의 내림 음식 – 반가에서 전해지는 약선 선비 밥상

지리산 초입에 자리 잡은 남사예담촌은 700년의 역사를 간직한 성주 이씨의 집성촌이다. 후손 중 한 사람인 이희옥(65) 씨는 결혼 후 남편을 따라 도시에서 살다가 10년 전 귀향해 다시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오늘은 성주 이씨 문중의 사랑방인 ‘사효재’에서 대대로 내려오는 반가 음식을 소개할 참이다.

가을이 찾아오는 이맘때 마을 어르신들이 지친 몸의 기력회복을 위해 먹었던 음식이 있다. 바로 약초토란들깨탕.제철 식재료는 그 자체만으로도 약이 된다는 말처럼 제철을 맞은 토란은 몸의 기운을 돋우고 면역력을 높여 준다. 걸쭉하게 끓인 들깨탕에 토란을 넣고 한소끔 끓여주면 일품 가을 보양식이 된다. 또한, 산청은 조선 시대에 진상품으로 곶감을 올리던 고장.그 때문에 감나무가 없는 집이 없다는데, 가을에 말려둔 곶감은 귀한 식재료였다. 곶감을 한입 크기로 썰어 조청과 딸기잼, 고추장을 넣어 버무리는 ‘곶감장아찌’는 집안에 귀한 손님이 오실 때 내는 훌륭한 접대 음식이었다. 또한, 감잎도 훌륭한 식재료가 된다. 먼저 감잎 위에 매콤한 양념장을 바른 갈치를 얹고 화룡점정으로 잘게 썬 방아잎을 올린다. 이렇게 쪄낸 ‘감잎갈치찜’은 감잎이 비린내를 제거하고 갈치살을 바닥에 붙지 않게 돕는다. 조상의 지혜로 완성된 반가의 약선음식, 그 푸짐한 만찬을 맛본다.

♦ 산청 간디숲속마을로 별 따러 가세.- 꿈 찾아 귀농한 이들이 차린 우슬 밥상

둔철산 중턱에 자리 잡은 간디숲속마을은 귀농한 이들로 이루어졌다. 마을이 만들어질 시기인 13년 전, 김도현(55) 씨 부부도 내려와 터를 잡았다. 도시에 살던 도현 씨가 대기업을 그만두고 꿈 찾아 귀농을 선택한 이유는 바로 꿈을 이루기 위함이었다는데. 평소 별을 보는 것이 취미였던 그는 귀농 후 가장 먼저 천문대를 짓고, 기계공학과였던 전공을 살려 직접 망원경도 제작했다. 산청은 공기가 맑고 불빛이 적어 별을 관측하기에 더없이 좋다.

아내 정정교(55) 씨는 귀농 후 약초에 푹 빠졌다. 오늘은 이웃들과 향토음식을 배우러 다니면서 알게 된 ‘우슬’을 활용해 다양한 음식을 만든다. 산청의 흔한 자생약초인 우슬(쇠무릎)은 줄기의 마디가 소의 무릎처럼 생겼다 하여 이름 붙여졌다. 생김새처럼 관절이 아플 때 먹으면 효과가 좋다고 알려져 있으며 가을에 우슬 뿌리를 캐 말려두었다가 물로 우려 사용한다. 맛과 향이 진하지 않아 다양한 음식에 넣을 수 있다는데. 오늘은 ‘우슬고추장’을 만들어 만능양념을 만들 참이다. 편 썬 더덕에 발라 굽거나 삼겹살에 버무려 구우면 본연 식재료의 맛을 살리고 영양은 가득 담긴 건강 우슬 밥상이 완성된다. 귀농 후 함께 적응하고 변화하는 간디마을 사람들. 재료 하나, 음식 하나도 나누는 이웃들을 만나 본다.

♦ 수무산 20년 차 산지기 부부 – 첩첩산중에서 차린 산양삼 밥상

삼(蔘)만큼 으뜸가는 약초가 있을까. 예부터 불로초라 불리며 원기회복에 좋기로 유명해 귀한 약초로 손꼽힌다. 산청 수무산 깊은 산골에도 삼을 키우는 이가 있었으니. 매일 해발 500여 미터를 누비며 ‘산양삼’을 재배하는 홍대식(73) 씨이다. 도시에서 건설업에 종사하던 그가 늦은 나이에 농부의 길을 선택한 건 바로 어머니 때문.신부전증으로 고생하던 어머니가 삼을 드시고 몸이 좋아진 이후부터였다. 그렇게 20년이 넘게 삼에 푹 빠졌다. 이제는 10만 평이 넘는 산속에서 그의 손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대식 씨가 첩첩산중에서 의지할 곳은 아내 이점순(65) 씨. 유일한 말동무이자 짝꿍인 셈이다. 남편 따라 들어왔지만, 이제는 산속 생활이 더 편하다는데. 매일 남편의 보따리에 가득한 산채와 삼으로 밥상을 차려낸다. 그녀가 최고로 치는 보양식은 닭백숙.들어가는 약재만 한가득이다. 생강나무, 느릅나무, 엄나무, 뽕나무, 골담초 등 약재를 넣어 끓인 물에 산양삼을 품은 닭을 넣는다. 이렇게 완성된 ‘산양삼약초닭백숙’도 일품이지만, 닭을 건진 육수에 검은 쌀과 녹두, 견과류, 밤, 표고버섯 등을 넣어 푹 끓인다. 마지막으로 산양삼을 가득 넣어 완성한 ‘산양삼약초닭죽’이 진정한 보양식.한 그릇의 보약이 따로 없다. 두 부부가 매일 산에서 채취한 약초를 더한 산양삼 밥상을 만나 본다.

26일 (목) 저녁 7시 40분, KBS 1TV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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