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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서문원 기자
  • 영화
  • 입력 2019.09.25 08:22

[S리뷰] '미드 90', '져도 괜찮아. 니 멋대로 살어!'

'불타오르네', '1979'가 연상되는 뉴트로 성장영화

[스타데일리뉴스=서문원 기자] "난 뭣도 없지/ 해가 지고 난 후 비틀대며 걷지/ 다 마신창이로 취했어 취했어/ 막 욕해 길에서 길에서/ 나 맛이 갔지 미친놈 같지/ 다 엉망진창 livin' like**/ 니 멋대로 살어 어차피 니 꺼야/ 애쓰지 좀 말어 져도 괜찮아"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는 BTS의 글로벌 히트곡 '불타오르네'(2016) 가사 1절이다. 최근 이 노랫말을 빼닮은 영화 한편이 9월 25일(수요일) 개봉한다.

제목은 '미드 90'(mid90's). 헐리우드 스타 조나 힐이 자신의 자전적 스토리를 엮어 제작/연출을 담당했다. 배경은 1990년대 중반 美 LA 팜스(Palms)를 기점으로 법원과 인근 공터. 당시 스케이트 보드를 타는 10대 청소년들의 좌충우돌을 담았다.

진화한 성장영화, 30년전 이야기 어제 일처럼 느껴지는 생동감

러닝타임 85분의 '미드 90'은 1990년대 중반 길거리 아이들의 이야기 임에도, 마치 어제 일어난 사건처럼 생생하다.

첫 출발은 폭행을 당하는 한 아이의 모습, 하지만 스토리가 펼쳐지면서 이유를 알수 없는 분노가 터지고, 점차 과격해지며, 파격적인 모습들이 드러난다. 

극중 작은 체구의 어두운 표정을 한 주인공 스티비(서니 설직)는 13살. 학교는 다니는지 조차 알수 없고, 집에서는 거의 매일 형 이언(루카스 헤지스)한테 두들겨 맞는 왕따다. 

그런 아이가 처음 세상이라는걸 알게된 사건은 팜스 거리에서 놀고 있던 4명의 아이들 덕분. 이들은 스티비 보다 서너 살은 많은 스케이트 보드 크루 멤버들이다.

먼저 몸집이 크고 금발 파마의 흑인 소년인 존나네(올란 프레나트). 어른들을 상대로 장난 삼아 위협적인 행동으로 말썽을 부린다. 이 소년의 별명은 'Fuckshit'. 떠들때 마다 'Fuckshit'을 연발하는 버릇이 있어 친구들이 붙여줬다. 

또 다른 흑인 청소년은 크루의 리더 레이. 이 배역은 실제로 스케이트 보드 스타로 알려진 래퍼 나-켈 스미스가 맡아 날렵한 스케이트 보드 스킬과 듬직한 모습을 보여준다.

여기에 가난한 히스패닉 소년 루벤(지오 갈라시아), 캠코더를 들고 크루 멤버들의 스케이트 보드를 타는 모습을 촬영하는 '4학년'이라는 별명을 가진 소년(라이더 맥로플린) 등이 있다. 이 크루의 꿈은 MTV채널에도 단골로 출연하는 프로 스케이트 보더.

형의 폭력과 엄마의 잔소리가 싫어 뛰쳐나온 스티비. 그에게 스케이트 보드는 신세계다. 처음엔 낡은걸 들고 동네 스케이트 보더 크루를 쫓아다녔지만. 대낮 지붕 위에서 묘기를 부리다 부상을 입고난 뒤로는 '땡볕'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하지만 스케이트 보드 크루들을 만나면 만날수록 스티비는 나락으로 떨어진다. 담배를 피우고, 병째 술을 들이키며, 심지어 마약에도 손을 댄다. 13살 소년이 감당하기엔 너무나도 충격적이다.

온 몸을 던져가며 파국을 향해 가는지 알 수 없는 스티비. 이 소년의 비행은 과연 어디에서 끝날까.

▲ '미드 90' 스틸컷 (영화사 오드 제공)

90년대를 배경으로 삼은 뉴트로 무비 '미드 90'

1990년대에도 복고 열풍이 팝 뮤지션을 중심으로 확산된 적이 있다. 히피 부모를 둔 그런지 록그룹 너바나의 리드싱어 커크 코베인, 지미 핸드릭스가 연상되는 펑크록 가수 레니 크래비츠가 대표적인 인물들이다. 심지어 80년대 말부터 떠오르던 음악채널 MTV는 자사의 이미지 광고 대부분을 1960, 혹은 1970년대 복고 스타일을 내세웠다. 

영화 '미드 90'에서 꼬마 주인공 스티비가 사는 방 벽에 걸린 비비스 앤 벗헤드(Beavis and Butt-Head) 포스터는 당시 MTV 채널 인기 애니메이션 캐릭터. 이 둘이 헤비메틀에 열광하고, 시니컬한 말투로 세상을 빈정대던 장면들은 당시 청소년들의 모습과 똑같다.

이 영화를 감독한 조나 힐의 첫 주연작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 또한 1990년대가 배경이다. 하지만 동시대를 다룬 성장영화 '미드 90'과 결이 다르다.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는 증권가의 대표적인 금융도산 사태 '블랙 먼데이'가 확산된 1990년과 90년대 중반에 일어났던 유명 투기 금융사의 막장 같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반대로 '미드 90'은 금융도 범죄사건도 아니다. 90년대 미국을 강타한 경제 위기에서 어떤 식으로건 먹고 살아야만 했던 미혼모 데브니(캐서린 워터스턴)의 둘째 스티비의 이야기다. 또한 같은 처지에 놓인 네명의 길거리 소년들에 관한 이야기다.

이 영화가 왜 조나 힐이 연출하고 스크린으로 개봉했을까. 곱씹어 보면 변함 없는 시대상과 유행이 읽혀진다. 최근 몇년 사이 새롭게 등장한 스타일 뉴트로(New-Tro), 즉 新복고주의가 그것이다. 

1979+불타오르네=미드90

BTS의 '불타오르네' 비주얼과 가사가 뉴트로 스타일이다. 덧붙여 '미드 90'에 나오는 청소년들의 일상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철망 울타리로 걸어오는 익명의 소년, 그 반대편에 그를 쳐다보는 다섯 명의 아이들이 등장이 첫 시퀀스인 '불타오르네' 뮤직비디오는 90년대 워크맨, 닌텐도 슈퍼패미콤, 99년산 벤츠 S클래스를 소품 삼아, 당시 유행을 녹여냈다. 

이뿐인가. 90년대를 풍미했던 록그룹 스매싱펌킨스의 '1979'는 어떤가? 첫 가사가 인상적이다. 일부 해석을 보면 "1979년 강탈사건/ 때를 잘못 만난 멋진 녀석들/ 떠들석한 길가에서 너와 내가 만나야 했지"

영화 '미드 90'을 본 사람이라면 이 가사가 쉽게 이해될 수 밖에 없다. BTS의 '불타오르네' 그리고 스매싱펌킨스의 '1979'는 '미드 90'에 나온 아이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거의 매일 스케이트 보드를 타고 추락 위험이 있는 곳에서 연습을 하고, 석양이 온 하늘을 떼워버린 도로를 타는 이들.

맨 처음 아무생각 없이 살다 스케이트 보드를 배웠고, 어울렸고, 이제 프로 스케이트 보더처럼 허세를 부리고 어깨에 힘주고 다니는 다섯 명의 아이들. 그들이 '미드 90'의 모든 장면을 수 놓았다. 

영화사 오드(AUD)가 수입하고 씨나몬(주)홈초이스와 오드가 공동배급하는 '미드 90'은 북미 독립영화 제작 스튜디오로 알려진 A24社, 배우 조나 힐이 공동 제작했고, 감독/각본은 조나 힐이 맡았다.

9월 25일 극장가에서 개봉하는 '미드90'. 청소년의 성장통을 다룬 작품 임에도 관람등급은 청소년관람불가다. 

▲ '미드 90' 메인포스터(영화사 오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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