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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3.10.08 08:20

[TV줌인] 굿닥터 "박시온과 차윤서, 공개연애를 시작하다!"

급조한 듯한 허술함, 박시온과 차윤서의 매력이 그 빈틈을 메우다

▲ 굿닥터 포스터 (제공:KBS)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어째서 차라리 미니시리즈보다는 장기시리즈로 기획하는 쪽이 낫다고 생각했을까. 정확히는 일일드라마나 시트콤이다. 매회, 혹은 일정 기간마다 새로운 주제를 부여하고 일관되게 마무리짓는다. 전체적인 큰 그림은 자폐아였던 박시온(주온 분)이 의사가 되어 가는 것이다. 사실상 지금 보여지고 있는 드라마와 크게 다를 것 없다.

드라마를 관통하는 일관된 어떤 주제가 보이지 않는다. 물론 박시온과 차윤서(문채원 분) 사이의 로맨스가 있다. 그러나 뜬금없다. 박시온이 차윤서에 대한 감정을 깨닫는 것도 나인혜(김수현 분)의 조언을 통해서였다. 생소한 감정에 스스로 고민하고, 그로 인해 다시 사건이 일어나고, 마침내 어느 순간 자신의 감정에 대해 깨닫게 된다. 아니 어쩌면 자신의 감정에 대해 알지도 못하면서 본능적으로 행동에 옮기기 시작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과정에서 자폐아였던 박시온의 캐릭터가 사라지면서 곧바로 고백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이어진 거절.

차윤서의 행동도 너무 갑작스러웠다. 물론 단초는 있었다. 박시온의 고백을 거절하는 순간에도 차윤서는 박시온을 의식하고 있었다. 다만 남자로서는 아니었다. 박시온을 남자로서 의식하고 고백하기까지 차윤서에게서는 별다른 고민이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 박시온과 사귀기로 한 순간 고민은 시작된다. 아무래도 다른 사람들과는 많이 다른 박시온과 사귀게 되었을 때 주위에서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에 대한 현실적 고민이 결여되어 있었다. 차라리 박시온을 거절했을 때 그 부분까지 넣었으면 어땠을까? 조금씩 현실의 벽을 허물어가며 자신의 진심에 닿아간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다루어야 할 이야기가 너무 많다.

한때 차윤서에게 다가가는 듯한 모습을 보이던 김도한(주상욱 분)의 달라진 태도 역시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그저 시청자를 헷갈리게 하려는 목적이었을까? 아니면 아예 전혀 아무런 의도 없이 그냥 집어넣은 장면이었던 것일까? 차윤서와 김도한이 가까워진다면 차윤서와 박시온의 사이에도 변수가 더 늘어나게 된다. 유채경(김민서 분) 역시 다른 의미에서겠지만 박시온에게 친절하다. 그러나 역시 말했듯 너무 할 이야기가 많아서 그런 건 간단히 생략하고 넘어간다. 차윤서의 고백이 갑작스럽게 이루어진 이유다.

병원을 인수하기 위한 정회장(김창완 분)의 음모에서부터, 박시온의 부모 이야기며, 레지던트 가운데 혼자서 유일하게 분량을 차지하고 있는 한진욱(김영광 분)의 사랑이야기며, 여기에 간호사 조정미(고창석 분)의 과거까지 더해진다. 하나의 일관된 주제를 가지고 가지를 더해가는 방식이 아니라 매회 드라마의 주제가 바뀌는 수준이다. 그동안 박시온과 차윤서의 관계가 밋밋하게 이어지다가 갑작스럽게 상황이 바뀌고 만 이유일 것이다. 수술을 앞두고 나인영(엄현경 분) 역시 허무할 정도로 한진욱의 마음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러지 않기만을 바랐지만 아들의 수술 이후 강현태(곽도원 분) 또한 태도가 달라지려 하고 있다. 설마 수술이 필요한 아들이 있다는 설정을 보면서 이것만은 아니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결국 이같은 방만하게 나열된 이야기들이 정작 박시온과 차윤서 두 사람 사이에서 로맨스를 앗아가 바린다. 과정 없이 박시온은 차윤서에 대한 마음을 알게 되고, 그리고 이내 차윤서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한다. 고백하는 시점이 빠르기에 차윤서의 거절은 당연했다. 김도한과 차윤서의 사이에 일어났을 법한 사연도 이런저런 사정에 떠밀려 소리소문없이 원점으로 되돌린다. 의도된 장치에 의해 이번에는 차윤서가 자신의 감정을 깨닫게 되고, 대신 조금 앞선 고백은 뒤늦은 현실의 고민으로 이어진다. 일관되게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때그때 사정에 맞춰 만들어가다 보니 어쩐지 어색한 관계가 만들어지고 마는 것이다. 박시온과 차윤서의 매력이 그 어색함을 채워주고 있다.

단계적으로 진행되어가는 과정이 없다. 아마 지금 차윤서와 박시온에게 가해지고 있는 현실의 압력 역시 모르긴몰라도 그다지 대수롭지 않게 끝나버리고 말 것이다. 긴장이 없다.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불안해하는 것도 없다. 그러기 전에 알아서 주제가 바뀌어 버린다. 혹은 아무렇지 않게 흐지부지 끝나 버린다. 매형인 이혁필(이기열 분)의 사주를 받은 고충만(조희봉 분)의 선택은 무엇일지. 그런데도 이제서야 겨우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은 그만큼 낭비가 많았다는 뜻일 것이다. 미니시리즈라면 조금 더 촘촘하게 이야기를 압축할 필요가 있다. 유기적으로 단단하게 짜여진 이야기로 낭비를 줄이고 재미를 극대화한다.

설정의 특별함이 결국 모든 것이 되었다. 박시온과 차윤서의 로맨스는 그 자체로 사랑스럽다. 아이같고 동물같다. 누이같고 어머니같다. 남자와 여자가 된다. 여자와 남자가 된다. 그런데 그조차 조금은 늘어진다. 정확히는 너무 급하게 진행되다가 갑자기 사족이 붙는 듯한 모양새다. 주상욱의 열연도 돋보였다. 반대편에서 긴장을 조성하던 강현태의 캐릭터 또한 존재감을 발했다. 그래서 더 아깝다. 더 재미있을 수 있었다.

차윤서와 박시온의 로맨스에 보다 집중하던가, 아니면 병원을 노리는 외부의 음모에 더 분량을 할애하던가, 그도 아니면 소아외과 사람들 개개인의 사연들을 보다 구체적으로 다루던가,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 그저 설장의 특별함만으로 지금껏 끌고 온 것은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인 것이다. 장기시리즈물에서 흔히 쓰는 방법이다. 방대하다 못해 난잡하기까지 한 다양한 주제들을 다루면서도 중심을 잃지 않는 것은 그만큼 설정이 탄탄하고 치밀하기 때문인 것이다. 전혀 생뚱맞은 에피소드조차 기존의 설정에 수렴될 수 있다.

아무튼 너무 급하다. 그러나 급할 수밖에 없다. 느긋하게 이어지던 이야기를 빠르게 마무리지어야 한다. 빠르게 마무리짓다가 다시 느긋하게 늘어진다. 허술한 부분을 노출시킨다. 과정이야 상관없이 결론을 내리고 만다. 그래도 보는 이가 즐거우니 상관은 없다. 아무래도 드라마속 인물들이 행복해지면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도 마음이 즐거워진다. 걸리는 부분은 없다. 차라리 긴장이 부족한 것이 나을 수 있다. 드라마는 재미가 언제나 최우선이다.

각각의 장면은 아기자기하니 보기 좋다. 때로는 달달하고 때로는 애절하다. 어떤때는 심각하고 어떤때는 장난스럽다. 차윤서와 박시온의 커플은 보기에도 눈이 즐겁다. 이어지지 않는 것이 아쉽기만 하다. 물론 굳이 그렇게 심각하게 볼 필요는 없다. 재미있는 드라마가 언제나 가장 좋은 드라마다. 사소한 불만에 불과하다. 기대는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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