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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황규준 기자
  • 방송
  • 입력 2019.09.04 08:33

'한국인의 밥상', 햇전어 밥상-조생종 원황배 밥상-하동 호박마을-구기자 만찬 만난다

▲ '한국인의 밥상' 제공

[스타데일리뉴스=황규준 기자] 새벽 4시, 하동 중평마을 앞바다는 조업 중인 어선들의 불빛으로 가득하다. 이들이 한창 잡는 건 다름 아닌 전어. 보통 가을의 대명사로 전어를 꼽지만, 중평마을은 7월부터 전어잡이가 시작된다. 출항을 준비하는 배들 가운데 어촌계장인 박동철(49) 씨 부부는 14년 전, 귀향하면서 전어잡이에 뛰어들었다. 뱃일이 서툴던 그들이 바다에 적응하기까지 도와준 건 이웃들이었다. 묵묵히 힘이 되어준 그들이 있어 거친 파도도 이겨낼 수 있었다는 동철 씨. 조업이 끝나면 이웃끼리 어울려 음식을 나누는 게 일상이 되었다.

지금이 제철인 햇전어는 여름 전어라고도 불린다. 뼈가 연하고 기름기가 적어 통째로 썰어 회로 먹으면 담백한 맛이 일품. 아내 이남숙(50) 씨는 전어 수확 철에만 먹을 수 있는 특별한 음식을 소개한다. 바로 ‘전어밤젓’. 전어 한 마리당 하나밖에 없는 완두콩만 한 밤(위)을 모아 담그기 때문에 예부터 귀한 젓갈로 여겼다. 굵은 소금에 절여 1년 정도 삭혀 먹으면, 쌉싸름하고 고소한 맛에 손이 절로 간다. 전어 굽는 냄새는 십 리를 간다고 했던가. 여름 전어도 예외 없다. 그냥 구워도 기름이 많은 가을 전어와 달리 소량의 기름을 두른 후 구워낸다. 여기에 ‘전어 튀김’까지 곁들이면 여름 끝자락에 만나는 푸짐한 햇전어 밥상이 차려졌다. 곁에 있는 고마운 이웃들과 나누면 그 맛이 배가 되기 마련. 전어로 뭉친 그들의 나눔 밥상을 맛본다.

아산 배나무골의 추수 감사 – 이른 추석을 준비하는 조생종 원황배 밥상

▲ '한국인의 밥상' 제공

충남 아산시 둔포면에는 오래된 배나무골이 있다. 배 농가들은 이른 추석을 앞두고 수확이 한창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배는 10월이 제철이지만, 이들이 따고 있는 건 조생종 ‘원황배’이다. 조금씩 빨라지는 추석에 맞춰 수확할 수 있게 개발된 품종이다. 3대째 배 농사를 짓는 정영섭 씨와 이웃들은 첫 배를 수확할 때마다 조상님께 추수 감사제를 올린다는데, 10년 전부터 이 ‘원황배’가 개발되면서 첫 추수의 주인공이 되었다.

차례상과 제사상에 빠지지 않고 오르는 배. 예부터 천연 단맛을 내는 용도로도 사용됐으니, 알고 보면 오랜 시간 우리 식탁 위에 함께한 식재료이다. 배나무골에서는 배가 흔한 만큼 다양한 음식에 설탕 대신 배로 단맛을 낸다. 고기 양념 등 음식은 물론이요, 김치를 담글 때도 빠지지 않는다. 배를 갈아 배즙을 만들고, 썰어놓은 무와 각종 채소에 부어주면 시원한 ‘배물김치’가 완성된다. 이어 배를 깍둑 썰고 고춧가루와 갖은양념에 버무린 ‘배깍두기’는 달고 식감이 부드러워서 매운 걸 못 먹는 아이들이나 치아가 약한 어르신들에게 안성맞춤이다. 배나무골에선 차례상에 올리는 술에도 배가 들어간다. 고두밥에 밑술을 붓고 얇게 썬 배를 버무려 숙성시키면 배의 단맛이 녹아든 전통주, ‘배술’이 완성된다. 출하할 수 없는 배로 만든 색다른 간식이 있다는데, 얇게 썰어 말린 ‘배말랭이’. 수분이 빠져 단맛이 훨씬 강해진다. 이 배 말랭이와 쌀가루를 버무려 쪄내면 따로 설탕을 첨가하지 않아도 달달한 ‘배말랭이백설기’가 완성된다. 처음 수확한 배로 올린 추수 감사제. 올 한해도 풍요롭기를 기원하는 아산 배나무골 사람들을 만나러 간다.

찬 바람 불면 먹던 늙은 호박은 잊어라. - 늦더위에 열린 하동 호박마을의 잔칫날

▲ '한국인의 밥상' 제공

그동안 늙은 호박은 추운 계절을 대표하는 식재료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이른 가을부터 만날 수 있다. 최근 붓기 제거에 효과가 좋아 찾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대량생산과 조기 수확이 시작되었기 때문. 최근 호박마을로 선정된 하동의 신정마을 역시 8월부터 늙은 호박을 수확한다. 이 마을이 호박을 키우게 된 이유는 10년 전, 김영중(62) 씨가 귀농하면서부터였다. 산이 많아 농작물을 심을 때마다 멧돼지 피해가 심했던 마을, 영중 씨가 선택한 건 늙은 호박이었다. 톱니바퀴처럼 생긴 호박잎 덕분에 멧돼지가 적기 때문이다. 그렇게 호박을 재배하기 시작해 호박마을이 되었다. 이제는 세 개의 면에서 연간 300t 이상의 호박을 수확하기까지 이르렀다.

올해 첫 수확을 축하하는 마을 잔치가 열렸다. 부녀회장 장혜경(54) 씨가 먼저 두 팔을 걷어붙였다. 늙은 호박 하면 빠질 수 없는 ‘늙은호박영양찜’을 만들 참이다. 커다란 호박 속을 파내고 근처 바닷가에서 나는 돌문어와 전복, 그리고 닭과 온갖 한약재를 넣는다. 가마솥에 1시간가량 푹 찌면 완성. 수확하며 흘린 땀과 기력을 보충해줄 든든한 보양식으로 손색이 없다. 이에 호박마을에서 셰프라 불리는 김종성(60) 씨도 한 몫 거든다. 그가 선보일 음식은 ‘호박잎 다슬기국’. 호박은 버릴 것이 하나 없다는데. 서늘한 기운의 호박잎과 성분이 차고 해독에 좋은 다슬기는 여름철 더위를 식혀줄 최고의 궁합을 자랑한다. 예부터 이맘때 먹던 어르신들의 지혜가 담긴 음식이다. 신정마을에 넝쿨째 굴러온 선물 같은 호박. 고마움으로 차린 밥상을 만나본다.

청양 구기자 마을 새내기 농부들의 적응기 – 귀농 부부가 차린 제철 구기자 만찬

▲ '한국인의 밥상' 제공

예부터 하수오, 인삼과 함께 3대 명약으로 여겨지는 구기자는 간 해독에 좋은 베타인이 풍부하다고 알려져 있다. 전국에서 구기자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마을인 청양군 운곡면. 넓은 구기자밭 사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두 젊은이가 있다. 서른 살 동갑내기 부부 박우주·유지현(30) 씨가 그 주인공. 작년 초 청양으로 귀농해 결혼식을 올린 새내기 농부들이다. 서울에서 잘 나가던 음악 강사였던 그들이 귀농을 선택한 이유는 새롭고 가치 있는 일을 함께 도전하기 위해서였다. 도시에서 나고 자란 부부였기에 흙을 만지고 농작물을 가꾸는 일은 마음처럼 쉽지 않았지만, 이웃들에게 묻고 인터넷 검색을 통해 조금씩 농사와 제철 음식을 배워가고 있다.

아담한 그들의 신혼집은 새소리와 풀냄새로 가득하다. 마당 있는 집에서 맛있는 음식을 나누는 것이 소망이었던 부부. 오늘은 여름내 수확한 구기자로 만찬을 준비할 예정이다. 아내 지현 씨는 구기자를 짓이겨 과육과 씨앗을 분리한다. 그냥 먹어도 달짝지근한 구기자를 과육에 설탕을 넣어서 끓여 만든 ‘구기자잼’. 빵에 듬뿍 발라 ‘구기자 샌드위치’를 만들면 밭에서 먹을 수 있는 좋은 새참이 된다. 남은 씨앗은 깨끗하게 씻어 말려 사용한다. 구기자 씨는 고소한 맛이 강해서 깨 대신에 음식에 활용하면 좋다. 여기에 구기자와 함께 삶아 잡내를 없앤 ‘구기자 수육’과 건 구기자를 넣은 ‘구기자약밥’까지 더하면 푸짐한 구기자 한 상이 완성된다. 조금씩 농촌에 적응해 가는 두 사람. 어엿한 2년 차 농부가 된 그들이 차린 구기자 밥상을 만나러 가 본다. 

5일 (목) 오후 7시40분, KBS 1TV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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