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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임동현 기자
  • 이슈뉴스
  • 입력 2013.10.04 00:54

[현장] “영화만 본다면 이 정도 고생 아무것도 아니에요”

BIFF 홀 앞에서 밤을 보내는 관객들, 열혈 관객이 지금의 영화제 만들었다

[스타데일리뉴스=임동현 기자] 개막식이 마무리되고 어느덧 시간은 밤 10시가 넘어간 시간. 하지만 개막식이 치러진 영화의 전당 BIFF 홀 앞에는 여러 사람들이 길가에 줄을 서고 앉기 시작했다.

누군가는 돗자리를 깔고 늦은 저녁을 먹기에 바쁘고 누군가는 노트북으로 뭔가를 계속 들여다보고 누군가는 이야기꽃을 피우고 누군가는 야식을 먹는다. 길거리임에도 이들의 이런 모습은 자연스럽다. 아예 이 곳에서 노숙을 할 모양이다.

이유를 물어보니 대답은 이것이었다. 내일 현장 예매를 위해서다. 보고싶은 영화를 보기 위해 이들은 한기가 느껴지는 가을 밤에 길거리에 자리를 깔고 아침을 기다리고 있다.

기자가 만난 한 남자는 후쿠오카에서 온 강사였다. 그는 4일 개봉하는 ‘배우는 배우다’와 ‘더 엑스’에 관심이 많았다. “한국영화 보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내일 강동원이 안 온다면서요? 강동원 참 보고 싶었는데... 그래도 영화로 봐야죠.”

▲ 개막식이 끝난 BIFF 홀 앞에는 다음날 현장예매를 기다리는 열혈 관객들의 줄이 서 있다 ⓒ스타데일리뉴스

벌써 4년째란다. 현장 예매를 위해 길가에서 밤을 보내는 것이. 한 번은 술을 마시며 밤을 지샜다가 그만 휴대폰을 잃어버린 적도 있었다면서 이제는 너무나 익숙해졌다고 오히려 웃는다.

그는 4일 영화를 보고 바로 터키로 떠난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한국영화를 보기 위해서라면 이 정도는 고생도 아니라는 듯 활짝 웃고 있다.

다른 한 곳에서는 20대 여성 두 명이 앉아있었다. 부산의 대학에 다니는 학생들은 이미 다음날 볼 영화 리스트를 줄줄 읊어댔다. 네댓편은 된 것 같다. 하루 종일 영화제에서 보낼 기세다.

“학교에서 영화를 공부하고 있어요. 내일은 초청작들을 한꺼번에 보려고요. 작년에도 이렇게 해서 영화를 봤어요. 그래도 영화를 볼 수 있으니까 좋아요.”

모두들 그런 표정이었다. 귀한 영화를 볼 수 있다면 하루쯤 길에서 밤을 보낸들 어떤가하는 표정. 아니, 이 정도는 영화제를 즐기는 하나의 추억이라고 생각하는 표정. 길에 늘어선 이들의 공통된 모습이었다.

18회를 맞이한 부산국제영화제. 누가 뭐래도 아시아 최고의 영화제가 된 것은 사실이다. 많은 영화인들의 노력이 있었지만 이 영화제가 이처럼 성장한 것은 바로 열혈 관객들의 성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누가 정말 부산국제영화제의 별일까? 노출 드레스로 어떻게든 이름을 알려보려는 여자 연기자의 이름이 부산국제영화제의 개막작보다 더 알려지고 영화제 자체보다 여배우의 이름이 더 알려지는 주객전도의 상황에서 제대로 된 영화제의 뒷모습을 본 것 같아 마음이 편해지는 그런 순간이었다.

정말 단언컨대, 영화제를 빛내는 이는 열정적인 관객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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