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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3.10.03 08:34

[TV줌인] 주군의 태양 "단 하루의 연인, 예정된 이별을 위해"

사랑이란 자신을 이길 수 있는 용기

▲ 주군의 태양 (제공:SBS)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아이러니일 것이다. 처음으로 연인이 되어 손도 잡고 같이 밥도 먹었다. 데이트도 했다. 그리고 그날 그들은 이별을 했다. 연인이었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사람이기에 보내주어야 했다. 사랑하는 사람이기에 떠나야 했다. 이별하기 위해서였다. 아무것도 아닌 사이에 이별이란 없다. 우연처럼 만났다가 다시 필연처럼 멀어질 뿐이다. 그리고 잊혀진다. 이별은 기억을 남긴다. 기억이란 의미다. 떠나보냈다. 떠나갔다. 그리고 사랑했다. 예정된 헤어짐을 위해 그들은 잠시 서로에게 의미가 된다.

한 번도 다른 사람의 결정을 그대로 받아줘 본 적 없는 주중원(소지섭 분)이었다. 항상 도망치기만 했었다. 원망하고 한탄하며 어느새 체념하고 있었다. 처음으로 오로지 자기만을 위해보려 한다. 자신의 앞에 놓인 현실과 정면으로 마주하려 한다. 그런 태공실(공효진 분)을 주중원은 그래도 놓아줄 수밖에 없다. 그것이 태공실을 진실로 위하는 일이다.

주중원을 사랑한다. 아니 사랑하고 싶어한다. 대등해지고 싶다. 자격을 갖추고 싶다. 초라해지고 싶지 않다. 비참해지고 싶지 않다. 그를 지키지는 못하더라도 자신으로 인해 위험에 빠지는 일만은 다시는 없어야 할 것이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무력한 자신과도 작별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모두로부터 인정받는다. 무엇보다 스스로 그의 곁을 지키는 자신의 존재에 대해 납득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당당해지고 싶다. 그러려면 당장은 그를 서운하게 만들고 아프게 만들어야 한다. 다시 보게 되리라는 기약조차 없다.

이를테면 리부트일 것이다. 의도된 만남이 아니었다. 물론 거의 대부분의 만남이 의도와는 상관없이 이루어진다. 하지만 워낙 평범과는 거리가 먼 두 사람이었다. 감당하기조차 버거운 사정과 사연들이 복잡하게 얽히며 서로에 대한 감정마저 올무처럼 옭아맨다.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그 매듭부터 풀어야 한다. 차희주와의 재회를 통해 주중원은 자신을 얽매던 과거의 잔재를 풀어냈다. 이번에는 태공실 차례다. 귀신을 보는 자신의 능력에 대해 원점에서부터 다시 거슬러간다. 충분히 납득할 수 있도록 스스로에게 설명하려 한다. 두려워할 것도 부끄러워할 것도 없는 단지 존재하는 사실이다.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

만남을 위한 헤어짐이다. 그러나 기약없는 이별이기도 하다. 알 수 없다. 저 앞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 차희주와 다시 만나기까지 주중원 역시 어떤 결론이 기다리고 있는가 전혀 알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도망쳤다. 애써 고개를 돌려 외면했다. 그리고 마침내 진실과 마주하고 오랜 숙제를 풀어낼 수 있었다. 그러면 태공실이 마주하게 될 진실은 과연 무엇인가. 태공실은 다시 돌아올 수 있을 것인가. 무엇보다 태공실 자신이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

헤어져야만 한다. 잠시도 떨어져 있기 싫은데 어쩔 수 없이 기약도 없는 이별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 사랑하기 위해서다. 사랑하기 위해서 당장의 이별을 감수하지 않으면 안된다. 사랑하기 때문이다. 그같은 역설이 그들을 슬프게 만든다. 싫어서 헤어지는 것이 아닌, 사랑이 식어 이별하는 것이 아닌, 더 사랑하기 위해 헤어져야 한다는 역설이 그들을 울게 만든다. 그를 위한 과정인 것이다. 이별을 위한. 그리고 짧은 사랑의.

손 한 번 잡고 밥 한 번 먹은 사이다. 상투적인데 무척이나 애틋하게 들리는 표현이다. 아직이다. 이제 고작이다. 앞으로 해야 할 것들이 행복할 정도로 만다. 나머지를 예약한다. 그깟 이별쯤이야. 헤어짐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필사적인 바람이다. 그들은 다시 만난다. 다시 만나고 사랑을 한다. 잊지 않았다. 주중원은 한눈에 태공실을 알아본다.

태이령(김유리 분)의 뻔한 연기에 웃음이 터져나온다. 억지스러운데 자연스럽다. 사랑이 유치힐 수 있는 것은 그만큼 필사적이기 때문이다. 비행기를 멈추고 태공실을 잡기 위해 주중원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강우(서인국 분)를 떠나기 싫은 태이령의 진심이 중요한 오디션마저 놓아버리게 만든다. 강우의 입술에 기습테러를 가할 때는 필자 역시 놀라고 있었다. 사랑스럽다. 그녀 역시 자신의 감정에 누구보다 솔직하고 진실하다. 유치하지만 사랑스럽다.

떠났던 사람이 돌아온다. 남아있던 사람이 그를 맞이한다. 다시 만난다. 과연 지난 1년 동안 태공실에게는 어떤 일들이 일어났을까? 주중원이 기다리는 입장에 있는 이유다. 주중원의 오랜 숙제가 풀리기까지 태공실이 지켜보고 있었다. 이번에는 서로의 입장을 바꾼다. 한결같은 마음으로 태공실이 들려줄 대답을 기다린다. 여전히 태공실의 빈자리를 간직하고 있다.

어째서 사람들은 자신이 한 번 튕겨보려 그러는 것이라 여기고 있는 것일까? 주중원을 거부할 수 없다. 주중원은 결코 거절당하지 않을 것이다. 자신의 존재란 그렇게 하찮다. 사랑은 서로 다른 두 사람을 대등하게 만들어준다. 더 이상 태공실은 주눅들어 있지 않다.

첫데이트다. 마지막 데이트다. 이별을 한다. 이별을 준비한다. 기약은 없다. 기약없는 기대만이 남는다. 울고 있었다. 여자가. 남자가. 흔하지만 멋지다. 다시 만난다. 이별이 끝난다.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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