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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임동현 기자
  • 방송
  • 입력 2013.10.02 10:41

'화신' 폐지, 어울리지 않는 조화가 낳은 재앙

토크쇼를 기획한다면 반드시 '화신'을 반면교사로 삼아라

[스타데일리뉴스=임동현 기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얼굴을 그리겠다는 화가는 눈이 예쁜 사람, 코가 예쁜 사람, 입이 예쁜 사람 등 각 부위가 예쁜 사람들의 특정 부위를 모아 그림을 그렸다.

그런데 그것들을 다 합친 순간 그 얼굴은 세상에서 가장 못생긴 여인의 얼굴이 됐다. 아름다운 것만 모으면 더 아름다워질 줄 알았지만 조합의 결과는 오히려 더 나빠졌다.

새 소리를 좋아하던 왕이 있었다. 왕은 생각한다. '저 새 소리를 한꺼번에 들으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왕은 산 속에 있는 모든 새를 잡아와 한 우리안에 넣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새들이 한꺼번에 울기 시작하자 완전히 귀청 떨어지는 소음이 되고 말았다. 시끄러움을 참지 못한 왕은 다시 새들을 산으로 돌려보냈다. 적합하지 못한 조화는 이처럼 아주 좋지 않은 결과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위 예화들은 위기철이 쓴 '논리야' 시리즈에 나오는 이야기다. 우리는 흔히 좋은 것들을 한데 모으면 정말 좋은 무엇인가가 나온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것이 시너지 효과로 이어지기도 하지만 오히려 최악의 결과를 일으키기도 한다. 몸에 좋은 한약재를 이것저것 조합해 만든 약이 바로 죄인들을 죽일 때 쓰는 사약이었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 1일 종영을 맞은 SBS '화신'(SBS 제공)

1일 결국 종영을 맞은 '화신'을 보며 기자는 위기철의 '논리야' 시리즈에 나왔던 화가와 왕의 오류를 계속 떠올렸다. 신동엽과 김구라. 분명 최근 '핫'한 방송인이다. 김희선은 감각이 있다. 봉태규는 돌직구를 날린다.

하지만 이들이 같은 자리에 있다고 해서 시너지가 발휘되는 것은 아니다. 어떻게 조화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화신'은 불행히도 '논리야'에 나온 화가와 왕의 오류를 그대로 답습했다. 그리고 회심의 카드로 내밀은 '생방송'은 오히려 '화신'에게 독이 되고 말았다.

시간을 고려하지 않은 진행, 갑작스런 '방사능 생선' 토크 등은 '새로운 시도'로 받아들이기에는 너무나 난잡했다. '첫 시도니까'라고 이해하고 넘어가려고 해도 고쳐지지 않은 난잡함에 시청자들은 혼란을 느끼게 됐다.

결국 '화신'은 그렇게 끝났다. 김구라와 박명수의 만남이 이루어진 마지막 방송마저도 3.3%의 시청률에 머물고 말았다. 하지만 낮은 시청률보다 더 큰 문제는 아무런 소득도 없이 '화신'의 역사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화신'은 그렇게 '실패한 토크쇼'의 대명사로 오랫동안 불리게 될지도 모른다.

'화신'은 앞으로 토크쇼를 만드는 이들이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프로가 됐다. 기억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방송인을 기용해도 조화를 이뤄내지 못하면 시끄러운 잡담으로 끝나게 된다는 것을, 준비없는 '새로운 시도'는 오히려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저 '신변잡기'에 치중한 토크쇼에는 이제 시청자들이 관심조차 기울이지 않는다는 것을, 그저 연예기자들의 '떡밥'으로 생명 연장을 할 뿐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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