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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3.10.02 08:20

[TV줌인] 굿닥터 "부쩍 어른이 된 소년을 위해, 차윤서 안다"

차윤서가 어머니도 누이도 될 수 없는 이유, 소년이 어른이 되다

▲ 굿닥터 (제공:KBS)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김도한(주상욱 분)은 동생을 잃었다. 박시온(주원 분)은 형을 잃었다. 박시온은 아직 미숙하기만 하고, 김도한은 무섭고 엄하지만 의지할 수 있다. 당연한 수순이었을 것이다. 김도한은 박시온에게서 미처 보살피지 못한 동생을 떠올리고, 박시온은 김도한에게서 여전히 기대고 싶은 형의 모습을 찾는다. 그동안의 갈등과 충돌은 그를 위한 과정이었을 것이다.

아쉽다면 누이이자 어머니였어야 할 차윤서(문채원 분)의 역할이다. 실제 친어머니가 박시온의 앞에 나타났다. 굳이 차윤서가 어머니를 대신해야 할 이유가 어디에도 없다. 더구나 박시온에게는 형은 있어도 누이는 없었다. 그래서 박시온의 사랑은 고달프다. 그저 차윤서가 있음으로 해서 포근하고 마음이 놓이는 것이 아닌, 계속해서 안달하고 불안해하는 아픈 사랑이다. 차윤서의 존재 자체로 만족하고 마는 가족의 사랑이 아닌 이성에 대한 차라리 탐욕이라 해도 좋을 본능의 이끌림이었다. 차윤서를 자신의 여자로 만들고 싶다.

누이가 아니었다. 당연히 어머니도 아니었다. 누이처럼, 혹은 어머니처럼 박시온을 보살필 당시 차윤서는 박시온에 대해 전혀 의식하지 않고 있었다. 차윤서가 박시온을 의식하기 시작한 것은 박시온이 한 사람의 어른으로, 그리고 남자로써 성장한 모습을 차윤서에게 보여주면서부터였다. 하기는 남동생에게 이성을 느끼는 누이라는 것도 이상하기는 하다. 연민은 사랑이 아니다. 동정은 더욱 사랑이 될 수 없다. 대등한 존재에 대해 느끼는 것이 사랑이다. 박시온의 성장을 위해 준비된 보상이었을 것이다. 비로소 박시온이 자폐를 딛고 어른이 되고 남자가 되었다. 사랑을 하게 되었다.

자라서 어른이 되고 있었다. 남자로서 성숙해가고 있었다. 다만 과정은 생략되고 있었다. 정작 소아외과의 구성원들이 드라마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매형인 전무의 지시를 받아 소아외과를 위기로 몰아넣었던 고충만(조희봉 분)이 마음을 잡았다. 자폐를 앓았던 전력으로 인해 보통사람들과는 아무래도 다른 말과 행동을 보이는 박시온을 탐탁치 않게 여기던 소아외과의 구성원들도 어느 순간 갑작스럽게 박시온을 동료로써 받아들이고 있었다. 고민할 일도 갈등할 일도 없이 자연스럽게 주위로 인해 어른이 되고 남자가 되었던 것이다. 박시온의 캐릭터 역시 자폐를 앓았다 뿐 그래서 모호하게 끝나고 만다.

존재란 작용이다. 캐릭터란 주위의 요소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비로소 구체화되어 드러난다. 아이들을 좋아한다. 어떻게? 어떻게 아이들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까? 속물적이라는 사실은? 솔직하지 못한 성격이라는 것은? 겉과 속이 다르다는 것은 어떻게 시청자들이 알 수 있게 할까? 박시온과 만났을 때, 혹은 차윤서와 함께 있을 때, 수술실에서, 입원실에서 환아들과 어울리며, 혹은 혼자서 자신만의 시간을 가질 때. 그런데 한진욱(김영광 분)을 제외한 소아외과 레지던트 모두 그같은 기회를 부여받지 못했다. 초반 박시온을 곤란에 빠뜨리는 악역을 맡았던 우일규(윤박 분)조차 과연 그를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지 애매하기만 하다. 판단할 근거가 부족하다. 사실상 하는 것이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행동을 않는다. 말만 한다. 자폐의 전력이 의심스럽다. 어쩌면 박시온의 서번트 신드롬은 기억력이 아닌 어휘력에 더 크게 영향을 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다양한 수사적 표현들이 등장한다. 고도의 비유법을 통해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을 전달한다. 전문적으로 글쓰고 말하는 사람들조차 일상에서 굳이 그같은 복잡한 표현법을 사용하는 경우란 매우 드물다. 강박과도 같다. 차라리 대사를 줄이고 보다 직설적인 표현으로 바꾸었으면 어땠을까? 적당한 말을 찾지 못하면 혼란스러워하는 모습 그대로를 보여주는 것 역시 나쁘지 않았을 것이다. 행위는 없이 말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니 다른 등장인물들은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너무나 쉽게 갈등이 봉합되며 소아외과는 그저 배경에 불과하게 된다. 캐릭터를 갖는 것은 박시온이 직접 부딪히며 행위로서 작용한 김도한과 차윤서 등 몇몇 뿐이다.

이제서야 정회장(김창완 분)이 다시 모습을 드러낸다. 그동안 강현태 혼자서 계획을 추진하느라 힘에 부쳤다. 비밀스럽기는 한데 악하지는 않다. 굳이 힘써서 막아야 할 필요성이나 당위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강현태의 기대마저 배반하는 모습에서 정회장은 악역의 진수를 보여준다. 위기가 찾아온다. 병원 직원들을 위해서도 정회장으로부터 병원을 지키지 않으면 안된다. 비밀스러운 것을 넘어 모호하던 강현태의 캐릭터도 정회장을 만나며 구체화되는 듯하다. 그가 속에 품고 있는 생각들이 조금씩 읽히려 한다. 박시온과 차윤서 사이의 감정은 너무나 선명히 잘 읽히는데 나머지는 그런 것이 없다. 드라마란 그런 것일 터다.

조정미(고창석 분)을 찾아온 동생들을 보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건 너무 뻔한 구도 아닌가. 흉악한 외모에, 묻지마 살인범을 힘으로 제압한 압도적 폭력, 그런데 전직 조직폭력배였다. 반전도 무엇도 아니다. 더구나 조정미는 주인공이 아니다. 구구한 사연을 일일이 읊어야 할 필요가 전혀 없다. 불필요한 사족이었다. 정히 반전을 주고 싶었다면 오히려 조정미의 외모에서 가지는 기대를 배반하는 쪽으로 갔어야 했을 것이다. 등장인물들에 대한 배려 없는 작가의 과도한 의도가 드라마의 완성도를 떨어뜨린다. 재미있지만 단지 재미있는 요소들만 많을 뿐이다.

급물살을 탄다. 아버지는 위독하고, 태백으로 돌아가려는 어머니를 박시온은 붙잡고 싶다. 용서와 화해의 전제가 마련된다. 차윤서가 박시온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고백한다. 정회장의 의도가 드러나며 강현태의 행보에도 탄력이 붙는다. 병원의 위기는 가속화된다. 병원에서 벌써 강현태에 붙는 사람들이 나타나고 있다. 박시온의 역할이 궁금하다. 어떤 역할을 하게 될까.

구부정한 자세와 어눌한 표정만으로 자폐를 표현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배우의 잘못이 아니다. 하기는 이미 박시온은 자폐가 아니다. 오지랖과 자폐처럼 서로 어울리지 않는 말도 없다. 심지어 연설까지 들려준다. 단지 너무 오랫동안 그 자세로 지내왔을 것이다. 이제는 다른 표정과 몸짓이 어색하기만 하다. 해피엔드를 기대해 본다. 좋은 배우다. 주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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