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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3.10.01 08:10

[TV줌인] 굿닥터 "드라마의 선택, 김도한 수술실에서 쓰러지다"

너무나 쉬운 화해와 용서, 드라마로서 재미있다

▲ 굿닥터 (제공:KBS)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하다못해 동네야구를 하더라도 투수를 보게 된다면 혹시라도 어깨에 무리가 생기지는 않을까 시합전부터 조심하는 것이 상식인 것이다. 술도 줄이고, 일찍 들어가서 충분한 수면을 취하고, 최상의 컨디션으로 시합에 임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인다. 프로야구선수들은 말할 것도 없다. 선수들 자신의 몸상태가 그날의 승부는 물론 한 시즌의 성적을 좌우하게 된다. 몸관리를 못해서 시합을 망쳤다는 것은 변명이 되지 못한다.

사무실에서 한 사람만 일신상의 이유로 자리를 비워도 그만큼 업무에는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다. 하물며 평사원도 아닌 관리자다. 책임과 권한이 다르다. 중요한 계약을 맺어야 하는데 정작 책임자가 건강상의 문제로 자리에 없다. 그동안 책임자로서 처리해 온 업무가 있는데 그 만큼 차질은 불가피할 것이다. 그래서 중요한 업무가 있을 때 항상 듣게 되는 말 가운데 하나가 '건강 조심하라'는 것이다. 건강관리 잘못해서 차짓 회사에 피해를 줄 수 있다.

하기는 이미 드라마에서도 한진욱(김영광 분)이 박시온(주원 분)에게 그리 말하고 있었다. 사흘동안 병원에서 대기하고 있던 박시온이 집에 들어가 잠시 쉬고 오겠다 말하자,

"정신 희미하면 사고나. 편히 쉬고 나와."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직업이다. 더구나 외과는 수술실에서의 작은 실수가 치명적인 결과를 낳기도 한다. 의욕적으로 열심히 하는 건 좋은데 정작 그로 인해 집중력을 잃게 된다면 오히려 더 안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레지던트 4년차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그런데 명색이 부교수라는 사람이 몸에 병을 키우며 중요한 수술의 집도를 맡으려 하고 있었다.

그렇게 심각한 상처는 아니었다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사소한 상처라도 상처의 통증이 집중해야 할 집도의의 손끝에 어떤 악영향을 주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감염은 없을지 모르지만 출혈이 계속되고 통증도 사라지지 않고 있었다. 그렇다면 그 사실을 최소한 수술에 참여한 동료의사들에게는 알리고 대비책을 세웠어야 하지 않았을까? 김도한(주상욱 분) 자신이 의사이고 프로라면 그런 상태로 중요한 수술의, 그것도 집도의를 맡는다는 것은 무모한 욕심일 수 있는 것이다.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 일어나고 말았다.

결국은 지나치게 감동이라는 코드에 집착하다 보니 나오는 실수인 것이다. 드라마로서는 나름대로 훌륭한 선택일수도 있다. 최고의 실력을 가진 의사가 불의의 사고를 당해 상처를 입고, 그 상처로 인해 수술실에서 수술 도중 수술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고 만다. 수술실에는 주인공인 박시온과 차윤서(문채원 분)가 함께하고 있었다. 차윤서는 수술에 결정적인 아이디어를 제공한 당사자였다. 그러나 그 결과 아니 이미 오래전부터 '굿닥터'는 의료드라마이기를 포기하고 있었다. 의료현장의 치열함보다는 병원을 배경으로 한 사람의 '드라마'에 더 집중하고 있었다. 단지 병원을 배경으로 하고 있을 뿐 통속드라마의 그것과 전혀 다르지 않다.

어쩌면 이렇게 쉬울까? 어릴적 철없는 오만과 이기로 한 생명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그로 인해 형이 죽었다. 자신 또한 죽을 뻔했었다. 어쩌면 그 일만 아니었다면 아버지와 어머니는 자신을 버려두고 떠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아직도 어린 시절의 기억에 갇혀 살고 있다. 여전히 죽은 형에 대한 기억에 집착하며 살고 있다. 그런데 그렇게 쉽게 용서가 될까? 너무 쉬운 용서도 기만이다. 용서를 위한 용서는 용서가 아니다. 사죄를 위한 사죄가 사죄가 아니듯 말이다. 용서에 형이 사라졌다. 형에 대한 박시온 자신의 감정이 사라졌다. 고민이 없었다. 과정 없이 단지 용서라는 결과만이 있을 뿐이었다.

드라마라는 쉬운 길을 가려 한다. 나인혜(김현수 분)의 조언을 듣고 차윤서는 자신을 향한 박시온의 감정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유채경(김민서 분)을 계기로 박시온을 질투하더니, 맞선을 보고 온 자신을 질투하지 않는 박시온에 화를 내기도 한다. 우일규(윤박 분)와 고충만(조희봉 분)의 관계도 좋게 나쁘지 않은 그림으로 적당히 마무리짓는다. 상처투성이인 자신의 손을 보고 수술을 결정하고, 그리고 위기는 있었지만 박시온의 도움으로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의사로서 성취감을 맛보기도 한다. 예상했었다. 하지만 너무 노골적이다. 에둘러가는 맛이 없다. 대사들도 지나칠 정도로 직접적이다.

드라마로서는 분명 재미있을 것이다. 드라마에 대해 통상적으로 기대하는 모든 요소들이 거의 들어가 있을 것이다. 통속적인 재미가 있다. 드라마에서 느끼는 모든 재미가 이 드라마에 들어 있다. 그러나 의학드라마로서는 아니다. 몇 번이나 강조한 그대로, 굳이 병원이 배경일 이유도, 더구나 그것이 소아외과여야 할 이유도 지금으로서는 도저히 찾아볼 수 없다. 조선시대 궁궐을 배경으로 드라마를 만들어도 크게 달라질 것은 없을 것이다. 적절한 신파와 감동과 그리고 교훈이 있다. 필요한 것은 다 있는데 정작 중요한 것은 빠졌다.

박시온의 어눌함이 매너리즘으로 다가온다. 항상 같은 표정 같은 말투다. 그런 것치고는 너무 말이 많다. 지금보다 대사를 100분의 1로 줄였다면 박시온의 캐릭터도 더 살았을 것이다. 대화보다 독백의 비중을 더 늘렸어도 조금은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항상 같은 표정 같은 말투로 반복해서 대사를 들려준다. 갈등도 사라지고 위기도 사라진다. 김도한이 쓰러질 때가 되었다. 궁금해진다. 강현태(곽도원 분)가 추진하는 병원인수는 어찌되려는가. 마지막까지 강현태는 야멸찰정도로 냉정한 태도를 견지한다. 이사장측에는 아직 대책이 없다.

드라마로서는 재미있는데 그것이 오히려 아쉽더라는 것도 색다른 느낌일 것이다. 재미는 있지만 기대한 것은 그런 것이 아니다. 아버지의 죽음이 다가온다. 치료할 수 없다고 말했다. 더 이상 완치의 가능성은 없다고 담당의가 말하고 있었다. 김도한이 수술 도중 쓰러졌다. 고충만은 마침내 자신이 바라던 써전이 되었다. 차윤서와 박시온의 사랑은 답답하면서 달달하다. 나인영(엄현경 분)과 양진욱의 관계는 쌉싸름하다. 아쉬운 건 아쉬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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