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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디저트 노트'로 돌아온 파티시에 유민주, 추억을 굽는 레시피를 전해요
한남동 명소 '글래머러스 펭귄'의 비밀 레시피를 그대로 옮겨담은 신간 '디저트 노트' 출간
2019년 08월 13일 (화) 10:5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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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빈 기자 news@stardailynews.co.kr

[스타데일리뉴스=박수빈 기자] 아마 지난 가을로 기억한다. 이태원 거리를 우연히 거닐다 골목에 자리 잡은 디저트 카페에 우연히 들렀던 추억 말이다. 네 시 남짓의 그리 늦지 않은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메뉴의 쟁반에는 매진 팻말이 걸려있다. “재료를 적게 준비했거나 단체 주문이 있었겠지”라고 여기며 당근 케익을 주문해 자리에 앉았다.

‘글래머러스 펭귄’

오후가 되면 디저트들이 남김없이 팔려나간다는 이 가게의 명성을 알게 된 것은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그리고 수 개월 만에 다시 찾은 이 카페는 디저트 굽는 냄새만으로도 누군가와 함께 거닐던 추억의 향수까지 불어넣기에 충분히 그리웠었던 것 같다.

최근 출간된 도서 ‘디저트 노트’의 저자인 유민주 파티시에는 MBC 마이리틀텔레비전 출연자로도 많이 알려졌다. 그녀는 무려 8년이 넘는 시간동안 이태원에 자리 잡아 한남동을 대표하는 디저트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터주대감이기도 하다. 경영학과를 졸업해 대기업에 입사했지만 꿈을 포기하지 못하고 홀연히 프랑스로 떠났다는 그녀. 그리고 다시 돌아와 진로의 고민을 박차고 자갈밭 낡은 세탁소에서 유럽 본토의 향수를 담아낸 장본인.

국내 거주 외국인에게는 이미 가장 친근한 카페로 소문난 ‘글래머러스 펭귄’에서 신간 '디저트 노트'의 저자 유민주를 직접 만나 얘기를 나눠봤다. 

   
▲ 도서 '디저트 노트'저자 유민주 파티시에

# 파티시에 유민주로 거듭나기까지

Q. 어떻게 디저트를 공부하게 됐나.
대학 졸업 후 대기업에 근무하며 4년의 시간을 보냈다. 경영학과를 졸업해 평범하게 살았지만, 사실 마음속에 품은 꿈은 따로 있었다. 예술에 관심이 있었던 나는 원래 미대에 진학하고 싶었다. 하지만 부모님께 선뜻 얘기를 꺼내기 어려워 혼자서만 깊숙이 접어둔 마음은 해소되지 않는 갈증으로 남아 자리 잡았던 것 같다. 그래서 더 미룰 수가 없었다. 꼭 공부해보고 싶었던 프랑스어를 현지에서 배우고 싶었다. 그렇게 떠난 것이 시작이다.
 

   
▲ 도서 '디저트 노트'저자 유민주 파티시에

Q. 불어를 공부하러 갔다가 돌연 파티시에가 된 배경이 궁금하다.
나 역시도 파티시에를 진로로 생각한 적은 단 한번도 없다. 유학시절 언어를 좀 더 빨리 배우고 싶은 마음에 인근에서 진행하던 ‘One day Class’에 참여하게 된 것이 큰 계기가 됐다. 당시 클래스를 할머니 선생님이 진행했는데, 그 분의 디저트를 사러 온 손님들과 가족 같이 지내던 모습이 매우 인상 깊었다. 행복해 보이는 모습을 바라보며 학교를 그만두기로 결심하고 디저트 학원으로 걸음을 옮겨 유학의 시간을 마쳤다. 사실 귀국 이후에도 파티시에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Q. 그럼 어떤 계기로 매장을 오픈하게 됐나?
1년의 즐거웠던 시간이 무색할 만큼 현실로 돌아온 후의 고민은 더욱 깊어졌다. 진로에 대한 불안함과 부모님의 걱정으로 기운이 없을 무렵 우연히 지인과 한남동을 산책할 일이 생겼다. 그때 우연히 다 쓰러져가는 낡은 간판의 세탁소가 눈에 띄었다. 그 순간, "이 세탁소 정도의 규모라면 가게를 운영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확신에 사로잡혔고, 바로 다음날 계약서에 사인을 해버리고 말았다.

프랑스에서 유학시절, 불어를 못해도 친절했던 외국의 기억이 떠올라 그들이 항상 방문하는 ‘로컬카페’를 직접 운영해보고 싶은 의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 시절 한남동 뒷골목은 기사식당, 구멍가게 등 상점들이 밀집해 있던 지역으로 임대료가 비싸지 않았던 것도 큰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호기에 저질러버린 창업의 과정은 결코 호락호락하지는 않았다. 

Q. 준비 과정이 참 드라마 같다. 지금의 인기를 보면 처음에도 이슈가 됐을법한데.
어떤 가게든 오픈 날에는 잘되기 마련인데, 나의 경우는 첫 날 매출이 3만원으로 기억한다. 어떻게든 문제를 해보고자 하는 마음으로 맛집에 줄선 손님들에게 직접 디저트를 들고 가 시식을 권해본 적도 있다. 하지만 손님들은 무료임에도 불구하고 디저트에 손도 대지 않았고, 진심의 노력이 좌절된 것 같았던 그때의 상심은 이루 다 말할 수 없다. 그래도 주춤하지 않고 꾸준히 운영하는 과정에서 외국인 손님들이 하나 둘 단골이 되기 시작한다. 뜬금없는 위치에 자리한 디저트 가게, 그리고 외국인들이 앉아 즐기는 모습이 신기해보였는지 손님들이 찾아들기 시작했고, 그것이 지금의 ‘글래머러스 펭귄’으로 자리 잡게 된 계기다.

Q. 무슨 이유에서 사람들의 애정이 드러나기 시작한 걸까?
나의 비결은 바로 ‘맛’의 가치를 고수하며, 고객의 '친구'가 되어주었다는 것이다. 이태원에 거주하는 외국인에게는 본토에서 느끼던 가정식 디저트를 먹을 수 있다는 ‘향수의 맛’을, 내국인 고객에게는 현지의 음식을 맛볼 수 있다는 ‘기대감의 맛’을 선사할 수 있었다. 다행히도 영어와 불어를 할 줄 알았기에 외국인들에게는 친구가 되어줄 수 있었고 그들의 커뮤니티에서 나의 디저트는 항상 이야깃거리가 되었다. 한국의 입맛에 맞게 개량되었지만 거부감은 없었다. 그러면서 매장을 찾은 한국인 고객들도 만족시키는 맛있는 디저트를 선보이며 진정성 있게 운영할 수 있었다. 홍보에는 단 한푼의 돈도 쓰지 않았고, 과장을 보태지 않고도 고객과 직접 소통하며 친구가 된 것이 나의 비밀이다.

 

# 유민주의 ‘디저트 노트’

Q. 금번 출간된 ‘디저트 노트’는 어떤 책인지 소개를 부탁한다.
3년 전 첫 책 이후 두 번째 출간이다. 보통 디저트의 종류로는 유러피언, 아메리칸, 오리엔탈 등의 섹션을 기준으로 나뉜다. 이를 기준으로 매년 디저트 트렌드는 변하고 있고 대부분 그에 따라 신제품 출시에 열을 올린다. 하지만 나의 경우는 유행을 따르지 않는 편이다. 유럽과 북미주에 구전되는 홈메이드 레시피를 구현하는 것이 글래머러스 펭귄의 방침이다. 외국에 나갔을 때 한번 즈음은 먹어보았을 법한 클래식한 메뉴의 레시피를 토대로 최소 30번 이상의 개량화 과정을 거치며 메뉴를 구성해오고 있다. 책은 이렇게 만들어진 메뉴의 레시피와 재료의 정량을 통째로 공개한 비법서다.
 

   
▲ 도서 '디저트 노트'저자 유민주 파티시에

Q. 실제 매장과 똑같은 맛을 낼 수 있나.
레시피와 재료의 내용은 모두 매장과 똑같다는 사실을 먼저 말하고 싶다. 다만 매장에서 업소용으로 사용하는 도구들을 사용하기에 가정에서 만드는 디저트와 다소의 차이는 있을 수 있다. 화력이나 전기의 세기 등이 해당 요소일 것이다.

그 외에 중요한 부분이 있다. 바로 ‘추억’이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도 공간이 달라지면 맛이 다르다는 느낌을 받는 경우가 있다. 누군가와 함께 즐겼던 이야기와 맛이 함께 담겨 추억이 되는 것처럼, ‘글래머러스 펭귄’과 함께한 감흥은 매장에서만 느낄 수 있지 않을까?

Q. 책에 수록된 메뉴는 어떻게 구성된 메뉴인가.
글래머러스 펭귄의 ‘홈메이드 레시피’ 중에서 집에서도 쉽게 만들 수 있는 메뉴들 위주로 구성했다. 디저트 입문서 정도의 수준으로 생각하면 좋겠다. 디저트의 ‘D’자도 모르고 먹는 것만 즐기는 독자라고 하더라도 어렵지 않게 메뉴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내용을 담았다. 계량 단위도 ‘소주 한 컵’ 등 집에서 가진 도구를 활용해 메뉴를 만들 수 있도록 한 부분도 포인트다. 물론 정확한 정량측정을 위해 ‘gram’단위로도 표기되어 있으니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Q. 유럽 본토의 디저트와는 다소 상이할까.
만약 독자여러분들이 유럽 스타일 케익을 직접 먹어보게 된다면 아마 많이 생각보다 더 느끼하고 많이 달다는 생각을 할 것이다. 아무래도 정통 그대로의 유럽 디저트는 고객들이 쉽게 질릴 수도 있고, 거부감이 들 수도 있을 것 같다. 도서 '디저트 노트'에 구성된 레시피는 케익 기준으로 ‘한 조각’을 다 먹어도 맛있게 먹었다고 생각할 수 있을 정도로 비율을 조정해 개량한 메뉴다. 이번 신간에서는 커플이 함께 만들 수 있는 브런치, 먹어보고 싶었던 외국의 야채프스, 이름만 들어도 반가운 음식들을 다양하게 전하려 노력했다.

Q. 반려견 디저트 부분이 흥미롭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입장에서 “맛있는 디저트를 함께 즐길 수 있으면 어떨까?”라는 생각으로 준비했다. 때마침 운영하던 쿠킹 클래스 참여 수강생 중 한 분이 수의사 선생님이 계셨는데, 영양과 특이사항까지 고려해 제작한 메뉴는 전문의의 검토를 받으며 준비했기 때문에 반려동물에게 먹여도 건강하고 맛있게 즐길 수 있다. 특히 동물의 치아나 먹는 방법까지 감안해 만들어 소비자들에게 더욱 인기가 높다. 심지어 반려견 디저트만 묶어서 책을 내달라는 요청도 빈번히 받고 있을 정도다.

 

# ‘맛’을 그리는 다양한 방법

Q. 디저트의 실물사진이 아닌 일러스트로 그려졌다. 이유는 무엇인지.

   
▲ 도서 '디저트 노트'저자 유민주 파티시에

나의 디저트와 아티스트가 함께하는 작업에는 항상 기대감이 크다. 단순히 명세를 하기위한 것이 아니기에 영감을 더욱 북돋울 수 있는 중요한 요소다. 첫 책은 필름카메라로 촬영한 사진을 활용했다. 모두들 디지털 작업을 권했지만 나는 끝까지 아날로그 방식으로 작업하기를 선택했다. 그래서인지 그때 작가님과의 협업에서도 큰 만족감과 기쁨을 느꼈던 것 같다. 그 분은 ‘디저트’라는 세계를 알게 되었고, 나는 작가님을 통해 필름 사진이 줄 수 있는 디저트의 느낌을 체감 할 수 있게 되었으니 더할나위 없는 성공적 협업의 결과가 아닐까?


금번 ‘디저트 노트’는 일러스트 작가인 지인의 따뜻한 그림을 감상 후 결정한 경우다. 메뉴를 단순히 사진으로 기록하기보다 아기자기한 손 그림으로 전하면 더 부담 없이 독자들과 소통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또 요리에 부담을 가진 독자들을 위한 소통의 방법이기도 했다. 예쁘게 플레이팅 된 메뉴 사진보다야 일러스트 그림을 마주할 때 더 가벼운 마음이 아닐까. 열심히 만들어 내놓은 디저트와 그림을 비교해보면 왠지 칭찬받은 느낌이 들지도 모를 일이다.

Q. 책 외에 도움 받을 수 있는 곳이 있나.
글래머러스 펭귄의 인스타그램 정도가 적절치 않을까 생각한다. 독자들이 만드는 메뉴가 그대로 공유되기도 하고, 소소한 이야기들을 전하기 때문이다. 또 ‘글래머러스 펭귄 TV’ 채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아무래도 영상으로 보면 더 체감도가 높을 것이다. 그래도 궁금증이 풀리지 않는다면 저의 개인 계정을 참고하시면 언제든 ‘민주언니’가 밝게 화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Q.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
근래, 여느 때보다 힐링 관련 서적이나 콘텐츠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 것 같다. 크고 작은 문제 속에 상처를 많이 받은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 나 역시도 막막함에서 시작해 좌절을 맛보며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한 명의 사람으로 많은 공감이 된다. 이런 고민을 가진 분들에게 작게나마 달콤한 페이지를 선물하고 싶다. 유민주의 비밀 레시피를 통해 요리를 함께 만들며, 누군가에게 선물할 것이라는 기대감까지 가지게 된다면 어떤 치유법보다 훌륭한 힐링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디저트 노트’를 통해 예쁜 그림도 보고 메뉴도 함께 만드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 도서 '디저트 노트'저자 유민주 파티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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