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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3.09.12 07:43

[TV줌인] 주군의 태양 "알몸이 된 태양, 로맨스가 시작되다"

중원아, 지금 네 얼굴 안전한 것 같지는 않다?

▲ 주군의 태양 (제공:SBS)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사랑해서 죄인이 된다. 너무나 간절히 사랑하기에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사랑할 자격이 되는가. 이대로 그를 사랑해도 과연 좋은가. 자신이 못나 보이고 한없이 못돼 보인다. 한심하고 초라하다. 하찮고 부질없다. 그런데도 포기할 수 없는 이 마음은 무엇인가.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단 한 사람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인정받고 싶다. 멋지고 싶다. 대단해지고 싶다. 가치있는 존재로 여겨지기를 바란다. 꼭 필요한 사람이기를 원한다. 무언가 해줄 수 있고 그래서 무언가를 기대하게 되는. 반드시 그의 곁에 있어주어야만 하는 사람이다. 다른 사람에게는 다 무시당하고 업신여겨져도 사랑하는 그 사람에게만큼은 존중받고 싶고 존경받고 싶다. 그래서 더욱 사랑에 빠지고 나면 스스로 죄인이 되어 버리고 만다.

사랑할 자격이 안된다고 여겼다. 사랑할만한 가치가 없다고 스스로 믿고 있었다. 그래서 포기하고 있었다. 사랑하기를. 그보다는 사랑받기를. 그리고 그런 지금에 만족하며 안주할 수 있었다. 이것으로 충분하다. 이대로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다. 지금의 이나마의 행복이 깨져나가는 것이 너무나 두렵다. 그같은 자신의 결심을 뒤흔들어 놓는 주중원(소지섭 분)이 그래서 사랑스럽고 또한 밉다. 자신을 속이려는 그의 말과 표현들을 믿어서는 안된다.

그런데 아니라 한다. 주중원이 자신을 좋아한다 고백하고 있었다. 자신을 사랑한다고. 그러니 도망가라고. 주중원도 자신과 같다. 두렵다. 불안하다. 태공실(공효진 분)을 사랑할 자신이 없는 자기에 대해 환멸마저 느끼고 있다. 사랑하지만 사랑해서는 안된다. 사랑하지만 사랑할 수 없다. 사랑받는다는 것을 느낀다. 주문이 풀린다. 자신이 만든 안전한 새장에서 행복한 꿈을 꾸며 깊이 잠들어 있던 그녀를 강제로 흔들어 깨우고 현실로 되돌리고 만다. 사랑해도 좋다. 사랑할 수 있다. 사랑하고 싶다. 사랑받고 싶다. 당연한 욕망이 불안과 공포가 되어 다가온다.

자존심따위 없었다. 그럴 여유가 안되었으니까. 그럴 주제도 못되었다. 그런데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다. 자신이 사랑하는 그로부터 사랑받고 있다.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 가치가 있다. 어쩌면 비로소 처음으로 자기 자신에 만족할 수 있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더 사랑받고 싶다. 더 인정받고 싶다. 더 가치가 있는 존재로 여겨지고 싶다. 당연한 것이지만 그동안 무의식에 의해 억눌려온 욕망이었다. 껍질이 깨지고 여린 속살이 드러난다. 평소같으면 별 것 아니었을 그의 말에 상처입는 자신을 보고 만다. 그녀는 다시 도망치려 한다.

원래 태공실에게는 주중원에 대한 불안함따위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밀어내면 밀어내는대로, 끌어당기면 또 끌어당기는대로, 다른 곳을 보고 있어도 굳이 그 시선을 쫓으려 하지 않았다. 어떤 순간에도 그녀의 눈은 오로지 주중원만을 쫓고 있을 뿐이었다. 어떤 기대도 바람도 없이 막연하게 주중원만을 담으려 하고 있을 뿐이었다. 태공실의 주위로 다른 남자의 그림자만 보여도 바로 동요하는 모습을 보이곤 하던 주중원과 비교되는 모습이었다. 그러면 주중원을 향한 태공실의 마음이 태공실에 대한 주중원의 마음보다 못한 것일까?

비로소 로맨스가 시작된다. 껍질이 깨진다. 가면이 벗겨진다. 알몸이 드러난다. 진심이 모습을 드러낸다. 서로를 간절히 원하고 서로에 대해 각별하게 기대하며 그로 인해 상처입고 괴로워한다. 서로를 의심하고 서로를 불안해하며 때로는 서로를 원망하고 미워하게도 된다. 오해하고 다투고 갈등하며 골이 깊어진다. 그렇게 사랑이 아름답고 즐겁기만 한 것이라면 로맨스라는 것이 어째서 존재하겠는가. 두 사람은 이후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다. 이야기속 사랑은 사랑이 이루어지는 순간에 끝나고 만다. 그것은 무엇보다 간절한 모두의 바람일 것이다.

차희주의 혼령이 주위를 맴도는 의문의 여성이 주중원의 고모 주성란(김미경 분)에게 접근하고 있다. 강우(서인국 분)에게 차인 태이령(김유리 분)의 자존심은 강우가 아닌 주중원을 스캔들의 상대로 지목하게 만든다. 강우를 지키면서도 강우에게 거절당한 자신을 지키기 위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주중원과 특별한 관계에 있는 태공실에 대한 사소한 복수이기도 할 것이다. 그것이 역설적이게도 주중원 앞에서 태공실의 진심을 드러내는 계기가 되어준다. 두려움이 태공실로 하여금 주중원에게서 물러날 것을 다그치고 있었다. 주중원을 알고 있는 것 같은 의문의 여성의 태도가 태공실의 앞날이 순탄치 않을 것을 예고한다.

강우를 향한 태공실의 웃음이 너무나 해맑아 슬프다. 강우를 향한 어떤 애정도 미련도 태공실에게는 남아있지 않다. 그럼에도 강우가 태공실의 주위를 맴도는 것은 태공실에게 필요한 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일 것이다. 태공실이 필요로 할 때 항상 가장 가까이에서 그녀를 위해 손을 내밀어주고 싶다. 그런 지고지순한 사람이 운명을 뛰어넘지는 못한다. 강우에게는 태공실이 필요로 하는 그런 능력이 없다. 귀신도 무서워한다.

기시감이었을 것이다. 자이언트 그룹의 이용재(이재용 분)이 쓰러져 있는 것을 보는 순간 알았다. 이용재 회장이 마지막을 함께 보냈다는 내연녀의 정체와 이용재 회장이 죽어서까지 없애고 싶어했던 비밀에 대해서. 처음부터 여자따위는 없었다. 별장에 가득한 여성용 용품들은 모두 이용재 회장 자신의 것이었다. 이용재 회장이 가장 사랑한 여성도 이용재 회장 자신이었다. 터부가 심한 한국사회에서 그것은 들추어서는 안되는 치부였을 것이다. 아들은 아버지를 이해할 수 없지만 있는 힘을 다해 지키려 한다. 당연한 결론이었다. 조금은 삐딱하게 시청자를 당황케 만드는 내용이었으면 어땠을까. 지루할 정도로 평이했다.

태공실은 분명 차희주의 혼령을 보았다. 그런데 차희주는 그동안에도 영국을 비롯 세계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쌍둥이였을까? 아니면 호텔 수영장 에피소드에서처럼 어떤 집착과 미련이 만들어낸 생령의 조각이었을까? 태공실과 주중원의 사이가 비로소 정상으로 돌아왔으니 또 한 번의 위기는 필수다. 아직 드라마는 많이 남았다. 주군과 태양이 넘어야 할 산들이 여전히 많다. 이제 겨우 시작이다.

사랑하기까지가 너무 멀었다. 그만큼 태공실 앞에 놓인 현실이 곤란할 정도로 특별했다. 주중원은 조금씩 자기의 문제를 풀어가고 있다. 비로소 책을 읽을 마음이 생겼다. 읽고 싶다는 욕망을 가지게 되었다. 혼돈 속에서 질서를 찾아간다. 태공실은 어떨까? 귀신을 보지 않는 평범한 일상일까? 귀신마저도 평범하게 받아들이는 더욱 특별한 일상일까? 그런 그녀의 곁을 지키는 것은 분명 주중원일 터다. 주군의 태양이다. 강우가 안타깝다.

아무튼 쉽게 상상이 되지 않는다. 연인사이가 된 주군과 태양이라니. 다른 많은 연인들처럼 만나서 수다도 떨고, 멋진 곳으로 여행도 떠나고, 분위기 좋은 곳에서 맛난 것을 먹기도 하고. 그러기에는 아직은 너무나 특별한 커플이지 않은가. 한 걸음씩 크게 성큼 나간다.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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