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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권상집 칼럼니스트
  • 칼럼
  • 입력 2019.07.11 17:12

[권상집 칼럼] 유승준, 입국을 허락할 수 없는 이유

유승준 입국 금지는 정말 과도한 조치인가

▲ 유승준 (출처: 유승준 웨이보)

[스타데일리뉴스=권상집 칼럼니스트] 대법원이 병역기피 논란으로 17년째 대한민국에 입국하지 못하고 있는 가수 유승준에 대한 비자발급 거부가 위법이라며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2002년 군 입대를 앞두고 출국, 미국 시민권을 취득한 후 대한민국 국적을 포기한 그가 17년 만에 다시 대한민국 땅을 밟을 가능성은 이로써 한층 높아졌다. 그의 입국에 관한 대법원 판결 이후 유승준이라는 이름이 각종 포털 사이트 검색 순위 1위에 오르고 뜨거운 찬반 논쟁이 온라인에서 형성될 정도로 유승준은 여전히 우리 사회의 뜨거운 이슈이다.

1997년 데뷔한 유승준은 2002년 초까지 국내 부동의 원톱 가수였다. 현란한 댄스와 무대 장악력, 라이브 공연을 펼치는 담대한 그의 능력까지 엔터테이너의 자질만 놓고 보면 그는 부족함이 없다. 이뿐만이 아니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늘 최선을 다하는 열정적인 모습, 각종 선행과 봉사활동 그리고 금연 홍보대사를 맡는 등 청소년에게 선한 영향력을 미친 그의 인기는 10대~20대뿐만 아니라 기성세대인 중장년층까지 달할 정도로 정말 대단했다. 2001년까지 아름다운 청년이라는 수식어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었다.

군 입대를 앞두고 유승준의 고민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다. 인기 절정의 상태에서 군에 입대 후 제대하면 30살이 되고 댄스가수로서 생명이 끝나기에 고민 끝에 미국 시민권을 취득했다는 그의 입장. 그러나 안타깝게도 거센 역풍만 불러 일으켰다. 다른 연예인들과 달리 항상 인터뷰에서 조국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고 언제든지 군에 입대해서 최선을 다해 국방에 기여하겠다는 발언을 하루 아침에 뒤집는 그의 모습 더 나아가 댄스가수의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조국을 쉽게 버리는 그의 이중적 행태에 대중은 분노했다.

필자는 4년 전 유승준의 입국을 반대한다는 칼럼을 쓴 후 가장 거센 반론을 경험한 적이 있다. 다른 연예인들의 경우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면 일반적으로 팬클럽이 가장 먼저 등을 돌리지만 여전히 유승준을 아끼는 팬들은 그에 대한 징계가 과도하다고 주장한다. 그의 기본권을 박탈하는 행위라는 반론도 존재하고 인권연대 조차 국가가 대표적으로 특정 연예인에게 괘씸죄를 적용해서 기본적 인권을 제한하는 건 국가의 횡포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얄밉고 괘씸하다는 이유로 입국을 금지하는 건 과한 조치라는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70%에 가까운 대중이 유승준의 입국을 거부하는 이유는 군 입대를 앞둔 그의 행보가 기회주의적 행태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해병대에 입대, 국방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공언한 그는 입대를 몇 달 남겨두지 않은 상태에서 일본 공연을 이유로 출국한 후 기다리는 팬들을 저버리고 귀국하지 않았다. 그 후 그는 미국에서 시민권을 곧바로 취득한 후 미국인으로서의 길을 최종 선택했다. 기회도 평등하지 않았고 과정도 공정하지 않았으며 결과는 더욱 더 정의롭지 못한 대표적인 기회주의적 행보였다.

현재 법무부는 그에 대해 ‘대한민국의 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 등 국익을 해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입국을 허가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서도 유승준을 사랑하는 분들은 지나친 주장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물론, 그의 입국을 허락한다고 해서 안전보장이 위협받을 가능성은 없다. 그러나 병역의무에 대한 그의 기회주의적 행태를 허락하면 우리가 지켜야 할 도덕적 품성이 타락하고 결과적으로 국가의 공공질서 유지와 복리에 대한 믿음은 깨지게 된다. 정의론(Justice)을 주장하는 다수 학자들의 주장이다.

유승준 측에서는 한 해 국적 포기자가 17,000명에 달하고 수많은 고위공직자 자제들이 해외 유학, 원정 출산 등의 이유로 국적을 포기하는데 자기에게만 과도한 징계가 부여되고 있다며 항변하고 있다. 그러나 애초 병역법을 거스르면서까지 국적을 포기하고 자신의 향후 이익(댄스가수로서의 활동 연장)을 위해서 국적을 포기한 이는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드문 것이 사실이다. 이번 대법원 판결도 비자발급 거부 처분에 대한 행정절차 상의 문제만 거론했을 뿐 그의 기회주의적 행태에 면죄부를 준 건 아니다.

시민사회의 정의를 강조한 존 롤스 전 하버드대 교수는 사회 구성원 모두가 공정한 위치에서 평등하게 대우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회주의적 행위를 허용하면 결국 출발선 자체가 달라지기에 그 사회는 절대 공정할 수 없다는 그의 조언을 우리는 귀담아 들어야 한다. 아울러, <정의란 무엇인가>로 익히 알려진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 역시 공동체의 미덕을 파괴하는 개인의 일탈은 단순히 개인의 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 사회의 핵심인 시민의식의 타락을 불러 일으키는 행위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앞에서는 국가에 대한 자부심과 헌신을 얘기한 후 뒤에 가서 국가를 쉽게 내던지는 이율배반적 행위를 용서한다면 우리는 시민사회에 좋지 못한 선례를 두고 두고 남기는 꼴이 된다. 유승준은 2002년 언론 인터뷰에서 “이렇게까지 큰 문제가 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나 현재로선 번복할 마음이 없다”는 취지의 입장을 내놨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국적을 포기한 행태를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거라고 본 그의 생각에 대중은 경악했다. 다수의 대중 역시 17년이 흐른 지금도 그의 입국 반대를 번복할 마음이 없다.

- 권상집 동국대 상경대학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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