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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이슈뉴스
  • 입력 2013.09.11 09:18

[TV줌인] 굿닥터, "통속드라마 상투를 잡다"

뻔히 예상되는 내용과 전개, 궁금해하는 이유

▲ 굿닥터 (제공:KBS)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통속성은 상투성에서 비롯된다. 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한 약속된 코드를 반복해서 사용함으로써 별다른 노력 없이도 대중이 보다 쉽게 작품에 접근할 수 있도록 용이성을 확보한다. 자신의 상식에서 벗어나지 않는 내용과 전개에 대중은 마음놓고 작품을 즐길 수 있다.

확실히 '굿닥터'는 통속드라마일 것이다. 익숙한 코드들이 자주 눈에 띈다. 자폐아 출신의 소아외과 전문의라는 설정은 분명 파격적이라 해도 좋을 만큼 새로운 것이었을 터다. 그러나 그 이외의 다른 많은 설정들이나 장면들, 그리고 내용의 전개 등은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매우 눈에 익은 것들이었다. 자폐아 출신의 소아외과 전문의라고 하는 지나칠 정도로 파격적인 설정을 마음놓고 지켜볼 수 있도록 통속적이고 일상적인 구성과 내용등을 통해 보완한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이건 너무 심하지 않은가 말이다.

다음 장면을 예상하고 있었다. 얼핏 얼굴을 자세히 보지는 못했다. 그러나 한진욱(김영광 분)이 레지던트들과의 술자리 도중 무심코 보게 된 그녀가 누구일 것인가는 굳이 보지 않고도 충분히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 동선까지 계산하고 있었다. 여자를 뒤쫓아 술집으로 들어간 한진욱이 허탕치고 돌아서 나오려는 찰나 여자가 다시 그의 앞에 나타나게 될 것이다. 아마도 그녀는 한진욱이 평소 마음에 두고 있던 나인혜(김현수 분)의 언니 나인영(엄현경 분)일 것이다. 그래야 굳이 장면을 할애할 보람이 있을 테니까. 드라마가 된다.

사실 무리수였다. 병원 레지던트들과의 간단한 술자리였다. 24시간 대기라 간단히 소주로 입술만 축이고 안주로 기분을 내려던 자리였다. 그런데 바로 그 가까이에 고급 룸살롱이 자리하고 있었다. 다른 사람에게는 알리지 말아 달라면서 병원 사람들과 마주칠 수 있는 가까운 곳에서 일하고 있었다. 더구나 나인영을 뒤쫓아 무작정 들어간 술집에서도 아무리 봐도 손님으로는 보이지 않는데 그를 저지하거나 혹은 맞아주는 사람이 나인영 말고는 아무도 없었다. 즉 오로지 한진욱과 나인영을 위해 마련된 세트였던 것이다. 곧바로 흔하고 뻔한 신파조의 대사가 이어지고 있었다. 힘이 빠졌다.

방송국에서 찾아와 병원에서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는 장면도 마찬가지였다. 설마했다. 하필 아버지의 이야기가 나오고 있었다. 아버지와 악연과 아직 행방을 알지 못한다고 하는 근황이 어머니의 입을 통해 막 전해진 상황이었다. 어머니야 당연히 병원에서 박시온(주원 분)의 근처에 머물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 방송을 통해 박시온을 보게 될 것은 아버지 박춘성(정호근 분) 정도가 아니었을까? 하지만 그렇게 되면 너무 뻔하지 않은가. 그렇지 않아도 방송 카메라를 의식하며 행동하는 병원사람들의 행동도 지나칠 정도로 도식적이었다.

굳이 그 장면에서 뒤늦게 찾아온 남편과 아이엄마가 화해하는 신파를 집어넣을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물음표도 던져본다. 그야말로 필사적으로 이혼까지 불사해가며 아이를 지켜냈다. 그 순간 아이엄마의 곁에 남편은 없었다. 오로지 어머니로서의 모성이 모든 어려움을 무릅써가며 아이를 지켜내게끔 한 것이다. 그 의지와 용기가 감동을 주었던 것이었을 터다. 그런데 남편이 갑자기 나타나 숟가락을 얹는다. 뜬금없는 남편의 등장과 신파를 넘어 식상하기까지 한 감동적인 마무리는 아이엄마의 싸움에 동참하고 있던 시청자의 힘까지 빼놓고 만다. 순리적이지만 드라마로서 그다지 재미는 없다. 감동적인 해후에도 전단계가 없었다. 아무런 과정 없이 그저 만나는 순간 서로를 이해하고 용서하게 된다. 허무하다.

하기는 그것이 드라마의 장점이며 단점일 것이다. 드라마에서 의사들이 가장 많이 하는 일이다. 사랑하기. 그리고 미워하기. 드라마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박시온과 차윤서(문채원 분), 김도한(주상욱 분), 유채경(김민서 분)의 사랑이야기일 것이다. 서로 탐욕하고 갈등하는 이야기는 부원장 강현태(곽도원 분)가 맡는다. 환자 역시 질병과 싸우기보다 사람에 절망하며 좌절한다. 사람의 이야기다. 굳이 병원이어야 할 필요가 없다는 이유다. 중요한 수술장면인데 불과 몇 분만에 끝나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나머지 시간은 김도한과 차윤서의 이야기로 채워지고 만다. 박시온의 차윤서에 대한 감정은 애처롭기만 하다.

아버지로 인한 과거에서 이제는 아버지가 찾아온 현재로 이어진다. 박시온이 극복해야 할 트라우마다. 어머니를 만나려면 아직 멀었다. 김도한이 아버지가 된다. 형이 된다. 차윤서가 어머니 대신이 된다. 누이가 된다. 타인과의 관계를 신경쓴다. 원래라면 조금 더 긴 호흡으로 박시온의 성장과정을 에피소드 중심으로 보여주었어야 했건만. 이미지트레이닝만으로도 박시온은 충분히 성장한다. 주인공이다.

배우들의 연기는 놀랍다. 캐릭터 역시 매우 인상적이다. 그러나 결국 기존의 이야기와 구성에 의지하게 된다. 성공을 답습한다. 통속드라마다. 대중드라마다. 대중이 보아야 하는 드라마다. 새롭지 않다. 흥미롭지 않다. 캐릭터는 흥미롭다. 강현태의 음모와 유채경의 계획, 그리고 김도한과 차윤서의 엇갈리는 진심. 오히려 주인공 박시온의 캐릭터가 매력을 잃어가고 있다. 말로만 떠든다. 액션이 필요하다. 첫회는 훌륭했다.

힘이 떨어질 때가 되었다. 중반을 넘어간다. 다행히 예고편은 아직 나오고 있다. 너무 쉽게 쓰고 있는 것은 아닌가. 특히 이번 회차는 너무 쉽게 읽히고 있었다. 너무 쉬운 드라마도 매력이 떨어진다. 끝을 알아도 차윤서와 박시온의 관계는 흥미를 지아낸다.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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