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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줌인] 굿닥터 "너무 짧은 이야기, 박시온의 성장이 시작되다"
마침내 시작된 생과 사의 긴박감, 긴장이 당겨지다
2013년 09월 10일 (화) 08:2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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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석 기자 news@stardailynews.co.kr

   
▲ 굿닥터 (제공:KBS)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드라마를 보다 보면 가끔 어떤 드라마들은 자기의 길이 아닌 다른 길로 잘못 들어선 탓에 원래의 가능성마저 제대로 다 보여주지 못하고 아쉽게 끝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느낌을 주고는 한다. 다른 장르, 혹은 다른 방식의 편성이었다면 과연 어땠을까? 더 재미있지 않았을까?

'굿닥터'도 그런 드라마 가운데 하나다. 미니시리즈다. 총 20부작을 예정하고 있다. 자폐아였다. 많이 좋아지기는 했지만 의사는 커녕 일상적인 사회생활조차 아직 다른 사람들과는 많이 다르고 많이 어색하다. 무엇보다 자폐아 출신의 천재적인 소아외과의사를 설정한 의도가 아쉽다. 보통의 다른 사람들과는 아무래도 다를 수밖에 없는 주인공만의 특별함으로 우리들 자신의 일상을 다른 각도에서 돌아보고 그 답을 고민해 본다.

문제는 그러자면 드라마 초반 그러했듯 주인공 박시온(주원 분)이 주위의 평범한 일상들과 끊임없이 부딪히며 부대끼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소아외과장인 고충만(조희봉 분)과도, 부교수인 김도한(주상욱 분)과는 더욱, 다른 레지던트들은 물론 부원장인 강현태(곽도원 분)나 남모를 상처와 그로 인한 비틀린 욕망을 감추고 있는 경영기획실장 유채경(김민서 분)과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들이 얼마나 박시온과 다른가. 박시온은 얼마나 그들과 다른가.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세상에서 상처입고 물들어가는 환아들과도, 그리고 그런 어른들 자신인 환아들의 보호자들과도 끊임없이 문제를 만들고 문제를 해결해가며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주었어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처음 환아들의 보호자들과 갈등을 빚었던 것도 이제 흐지부지 흔적조차 남아있지 않다. 해결된 것은 없다.

차라리 장기시리즈로 기획했으면 하는 아쉬움을 가져보는 이유인 것이다. 조금씩 자폐의 영향에서 벗어나 보통의 다른 사람들과의 일상에 적응해간다. 주위의 다른 사람들이 박시온의 영향을 받아 새로운 답을 찾아가듯 박시온 역시 그들과 다른 자신을 깨닫고 고민하며 자신이 곧 속하게 될 보통 사람들의 평범한 일상에 대해 배워나가게 된다. 의사로서도 아직 자신의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던 모습에서 천재적인 기억력을 바탕으로 하나씩 김도한과 그리고 차윤서(문채원 분)로부터 배우고, 다른 레지던트들과도 그들의 장점을 흡수하면서 한 사람의 의사로서 모두의 신뢰를 확보해간다. 처음에는 무시당하고, 차별도 당하고, 그로 인해 부딪히기도 하겠지만, 결국 그들 모두가 박시온을 의사로써 인정한다.

하지만 말했듯 그런 과정이 깡그리 생략되어 버렸다. 워낙 급하게 소아외과 안에서의 갈등이 봉합되는 바람에 굳이 박시온이 강현태나 유채경 등과 어울릴 일도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강현태가 꾸미고 있는 계획과 그에 맞서고자 하는 병원장 최우석(천호진 분) 및 김도한의 의도가 정작 주인공인 박시온과 전혀 별개의 동떨어진 이야기인 양 여겨지는 이유일 것이다. 박시온가 유채경이 만나는 장면이 어색하다. 강현태는 아예 박시온과 직접 마주하고 대화한 기억 자체가 없다. 박시온은 박시온대로, 강현태는 강현태대로, 그리고 서로 다른 이야기처럼 최우석과 김도한이 중간에서 다리 역할을 한다. 그래도 마지막에는 강현태와 유채경을 위해 박시온이 나서는 장면이 있을 것이다. 그래야 한다. 박시온은 주인공이다.

주인공으로서 지금 박시온이 하는 것은 딱 두 가지다. 하나는 차윤서를 짝사랑하는 것, 그리고 하나는 오지랖넓게 나서서 어눌한 말투로 연설을 들려주는 것이다. 참 어려운 연기다. 수술을 하기보다 수술실에서 아무것도 않으면서 입으로만 떠드는 것이 어쩌면 더 어려울 것이다. 모두가 긴박하게 움직이는 가운데 박시온만 입이 분주하다. 그나마 박시온에게도 김도한이 숙제를 내주었다. 말도 안되는 방대한 내용의 자료들을 모두 암기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직접 현장에서 응용할 수 있도록 과제를 내준다. 그래도 벌써 10화, 과연 남은 10화 동안 박시온은 의사로서 성장을 마칠 수 있을 것인지.

설정은 매우 흥미롭다. 자폐아 출신의 서번트 신드롬의 결과 천재적인 기억력을 가진 의사라는 것은. 병원을 무대로 한 알 수 없는 음모 역시 흥미를 더한다. 로맨스가 더해진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이 20화라는 한정된 분량 안에 모두 우겨넣어졌을 때는 정작 필요한 내용이 빠져 있는 아쉬운 상태일 수밖에 없다. 그래도 사랑은 열심히 한다. 가장 중요한 한 가지를 지키고 있다. 과연 박시온과 차윤서의 사이는 어떻게 될까? 이제 김도한마저 차윤서의 주위를 서성이며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의사로서의 성장은 그저 기적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

아무튼 결국 소아외과라고 하는 한계를 다시 보여주고 있을 것이다. 아무래도 아이를 대상으로는 어려움이 있다. 죽느냐 사느냐. 누구를 살리고 누구를 죽이느냐. 비로소 의학드라마다운 박진감이 TV화면을 채운다. 15분 안에 모든 필요한 수술을 마쳐야 한다. 아니면 산모와 아이 둘 다 모두 위험할 수 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태아의 출혈로 인해 수술을 시작조차 못하고 있다. 산모의 출혈이 위험을 알려온다. 과연 김도한 팀은 수술에 성공할 수 있을까? 박시온은 이번에도 자시의 기억력을 바탕으로 또다시 수술에 기여할 수 있을까?

호흡이 빨라서 좋은 드라마가 있는가 하면 조금은 느리게 가는 쪽이 더 좋은 드라마도 있다. 감동은 느린 것이다. 느린 대신 길게 가는 것이다. 호흡을 빨리하기에는 박시온은 너무 느리고 어눌하다. 액션도 부족하다. 강현태가 드라마의 극적 긴장을 주도하지만 정작 강현태와 박시온은 전혀 다른 층위에 존재하고 있다. 강현태가 등장하면 박시온을 잊는다. 박시온이 전면에 나서면 역시 강현태를 잊는다. 시간이 다르게 흐른다.

마침내 박시온이 거짓말을 하기 시작했다. 거짓말이란 자아의 증거다. 지켜야 할 소중한 것이 있을 때 사람은 거짓말을 하게 된다. 사실과 자신과의 관계를 이해하기 시작한다. 자기에게 유리한 더 가치있는 거짓을 발견하게 된다. 어느새 훌쩍 자라기 시작했다. 어른이 되어간다. 차윤서를 사랑한다. 차윤서에게 거절당할 것은 두려워하는 자신을 깨닫는다. 차윤서가 사실을 알 것이 두려워 자신을 지키고자 거짓말을 하게 된다. 거짓말이 반복된다. 그만큼 박시온은 진심이 되어 있었다. 한 걸음 더 내딛는다.

김도한으로부터 인정받았다. 동료 레지던트들로부터도 인정받게 되었다. 간호사들과 보호자들 역시 박시온을 인정한다. 그래서 유채경과 박시온이 만난다. 강현태와도 박시온은 만나야 한다. 차윤서에게 마음을 전한다. 엄마와도 만난다. 성장이 너무 빠르다. 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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