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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서문원 기자
  • 영화
  • 입력 2019.07.04 08:23

개봉작 '13년의 공백' 집 떠난 아버지와의 재회 '웃프다'

6일 만에 완성한 배우겸 감독 사이토 타쿠미의 가족 영화

[스타데일리뉴스=서문원 기자] 러닝타임은 70분. 하지만 짧게 느껴지지 않는다. 지루하지도 않고, 몰입도 또한 높다. 4일 개봉한 '13년의 공백'은 인기 영화배우 사이토 타쿠미의 감독 데뷔작이다.

배우 사이토 타쿠미는 데뷔 전부터 한류 문화에 영향을 받은 세대다. 그래서일까. 그의 입봉작 '13년의 공백'은 매우 직설적이다. 기존 일본 영화처럼 포장이 없고, 과거 불우했던 한 집안의 가정사에 대해 거칠게 접근하며 동시에 풍자적이다.

영화 '13년의 공백' 다음과 같은 시놉을 선보인다. 13년전 담배 사러 나간다며 가출한 마츠다 코지의 아버지 마츠다 마사토. 가출 전에도 도박(마작, 파칭코)에 빠져 가족 부양을 포기했던 그는 두 아들의 성장도 못본 채, 매일 집까지 찾아온 사채업자들의 협박에 못이겨 결국 집을 나가 버린다.

남은 가족은 더 한심한 상황에 놓였다. 엄마 마츠다 요코(칸노 미스즈)는 새벽 신문배달, 저녁엔 술집으로 나가 급박한 처지에 놓인 가정을 부양한다. 그러다 새벽에 교통사고를 당하고, 아이들이 신문을 대신 배달한다. 

영화는 13년 이후와 13년 전 당시의 상황을 교차로 보여준다. 평소 전일본 고교야구대회 광팬인 아버지가 자식에게 야구하는 법을 가르치던 모습이 부자 사이에서 가장 좋았던 추억이라면, 집 문앞까지 찾아와 행패를 부리는 사채업자들을 뒤로하고 가족 모두가 소리도 내지 않고 카레라이스를 먹는 장면은 최악의 트라우마다.

그리고 13년이 지나 느닷없이 등장한 아버지 마사토. 어른이 된 둘째 코지는 이제 그를 볼 날이 얼마 안남았다. 13년이 지나 만났는데 두 사람 다 표정이 어색하다.

▲ '13년의 공백' 스틸컷(디오시네마 제공)

릴리 프랭키, 그가 눈에 띈다

아버지 마츠다 마사토 역은 릴리 프랭키가 맡았다. 그가 출연한 작품을 볼 때 마다 느낀 점이지만, 그는 마른 체구에 건조한 연기로 늘 같은 모습을 보여줬다. 평범하고 자연스러운 릴리 프랭키의 연기는 첫인상처럼 지루해야 맞는데 갈 수록 담백하고 여운이 남는다.

릴리 프랭키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작품에 자주 보였던 인물이다. 2018년 '만비키 가족'(국내개봉이름은 '어느 가족') 좀도둑 시바타 오사무로 분했다. 이 영화는 제71회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2015년 '바닷마을 다이어리'에서는 이웃식당 주인 후쿠다로 나왔다. 또한 이보다 훨씬 전인 2014년에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로 일본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수상했으며, 작품은 칸영화제(제66회) 심사위원상을 수상했다. 

이외에도 '13년의 공백'을 연출한 감독 사이토 타쿠미가 마츠다 집안의 장남 마츠다 요시유키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쳐보였고, 타카하시 잇세이가 맡아 시선을 사로잡았다.

눈이 좋은 관객이라면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2004), 스윙걸즈((2004), '연애사진'(2003)에서 그를 기억해냈을 것이다. 2000년부터 주로 TV드라마에 출연한 베테랑 연기자다.

6일 만에 촬영을 마쳤다는 이 영화, 시대배경이 궁금?

'13년의 공백'은 6일 만에 모든 촬영을 마친 작품이다. 하지만 짧은 제작 기간이 느껴지지 않을만큼 디테일하고, 인상적이다. 

가령, 극중 13년 만에 위암 말기 환자로 나타난 아버지 마츠다 마사토와 둘째 마츠다 코지의 만남은 요양병원 위 옥상이었다. 암환자 임에도 여전히 담배를 피우는 아버지, 그에게 담배를 건내는 아들의 모습은 어색함과 약간의 서운함이 교차된다.

이 장면을 일본 특유의 모습이라고 말할 사람은 없다. 한국에서도 자주는 아니지만, 곳곳에서 볼수 있는 환경이다. 살길 조차 막막한 가난한 사람들의 자화상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 장면에서 흥미로운 건 아버지 마사가 들고 있는 휴대폰. 스마트폰도 아니고 접고 피는 폴더폰도 아니다. 국내에서는 흔히 시티폰으로 알려졌고, 2000년대 초반까지 유행했던 GSM모바일이다. NEC, 혹은 파나소닉 제품일 가능성이 높다. 영화 속 시대 배경이 궁금해지는 순간이다.

'13년의 공백'은 아날로그 감성이 영화 종반부에 가서 뚜렷해진다. 이른바 만담이다. 1996년 기타노 다케시 감독의 '키즈리턴'에서 오프닝과 후반부에 나온 만담 듀오의 극장 공연이 연상된다.

연극적 요소가 강한 이 장면은 마츠다 마사토의 장례식이다. 13년 만에 장례식으로 아버지와 만난 유가족은 표정관리 조차 어색한데, 13년간 마츠다 마사토를 지켜보고 공생했던 소위 도박(?) 친구들은 오사카 만담가처럼 고인에 대한 추억이 들쑥 날쑥하다. 극중 배우들은 진지한데, 관객은 그들의 이야기를 듣다 '킥킥'대며 웃을 수 밖에 없는 기가막힌 반전이다.

4일 개봉한 '13년의 공백'은 디오시네마가 수입/배급하고, 영화사 그램이 공동배급한다. 12세 이상 관람가로 러닝타임은 71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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