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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리뷰] “야속한 운명”... ‘엑스칼리버’, 김준수의 짙은 호소력 속으로
2019년 06월 30일 (일)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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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니 기자 news@stardailynews.co.kr

   
▲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스타데일리뉴스=김제니 기자] 김준수가 뮤지컬 ‘엑스칼리버’를 삼켰다. 그는 야속한 운명을 받아들이는 아더를 빈틈없이 흡수하며 대체 불가한 그의 면모를 뽐냈다.

‘엑스칼리버’는 색슨족의 침략에 맞서 혼란스러운 고대 영국을 지켜낸 신화 속 영웅 아더왕의 전설을 바탕으로 한 뮤지컬로, 평범한 삶을 살아가던 청년 아더가 성검 엑스칼리버를 뽑게 되면서 제왕으로 거듭나는 여정을 그린다.

   
▲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창작 뮤지컬 ‘마타하리’, ‘웃는 남자’를 통해 독창적인 제작 시스템을 자랑한 EMK뮤지컬컴퍼니는 2014년 3월 스위스의 세인트 갈렌 극장에서 ‘아더-엑스칼리버’라는 타이틀로 개발 중이던 작품의 월드 와이드 공연 판권을 확보했다. 이후 4번의 수정 작업을 거쳐 2019년 6월 뮤지컬 ‘엑스칼리버’를 한국 관객에게 선보이게 됐다.

‘엑스칼리버’는 극이 진행되는 내내 현실적 공간과 마법적 공간을 넘나들며 극적인 매력을 뽐낸다. 서구권 판타지 문학의 뿌리라고 불리는 아더왕의 이야기를 재해석한 작품인 만큼 ‘엑스칼리버’는 다양한 무대 연출 등을 이용해 판타지적 요소를 뮤지컬 속에 녹여내려 한 노력이 엿보였다.

   
▲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가장 먼저 눈에 띈 건 성검 엑스칼리버가 꽂혀있는 바위산이었다. 이 바위산은 극의 시작과 대미를 장식할 뿐만 아니라 극의 여러 장면에서 등장하는데, 어마어마한 크기로 존재감을 뽐내며 관객을 압도한다. 바위산 외에도 ‘엑스칼리버’에는 실제로 물이 흐르는 작은 연못, 바닥에서 뿜어져 나오는 불줄기, 전투 신에서 내리는 빗줄기 등의 무대장치가 설치돼 관객으로 하여금 작품에 더욱 빠져들게 한다. 그리고 캐릭터들의 감정 상대를 반영한 듯한 의상 색의 변화도 눈여겨볼 만하다. 

또한 아더의 내면에 존재하는 용을 시각적으로 드러내는 영상과 모르가나의 마법진을 그려내 신비로움을 더한 조명도 ‘엑스칼리버’ 만의 특별한 연출로 이목을 끈다. 적재적소에 맞는 독특한 무대 연출은 오묘한 극의 분위기를 한층 더 부각한다.

   
▲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엑스칼리버’의 극적인 매력이 강조된 데에는 넘버의 힘도 크다. 영화나 드라마 OST 같은 느낌을 풍기는 팝 장르의 넘버들은 새롭게 느껴졌으며, 한국의 타악기 북, 록 사운드 등을 이용해 각각의 캐릭터를 설명하는 다채로운 장르의 넘버는 ‘엑스칼리버’의 매력을 한층 업그레이드시켰다. 

아더 역의 김준수는 특유의 호소력 짙은 목소리로 다양한 넘버를 완벽하게 소화하며 극의 중심을 잡는다. 김준수는 풋내기 청년인 아더가 갑작스럽게 엑스칼리버의 선택을 받아 느끼는 혼란스러운 감정부터 예상치 못한 사건을 통해 변화하고 각성하는 모습까지 훌륭하게 표현해낸다. 특히, 2막에서 ‘왕이 된다는 것’을 부르는 김준수는 압권이다. 텅 빈 무대에서 김준수 홀로 서서 부르는 이 넘버는 전쟁을 앞둔 아더의 외로움과 두려움 그리고 의지를 고스란히 느끼게 한다. 김준수는 별다른 무대장치 없이도 커다란 공연장을 장악해 그의 저력을 실감케 했다.

   
▲ 김소향 ⓒ스타데일리뉴스

무엇보다 ‘엑스칼리버’에서 칭찬하고 싶은 부분은 진취적인 여성 캐릭터의 등장이다. 아더가 사랑에 빠지는 기네비어는 특출난 무예 실력을 갖춘 여성으로 총명하고 용감한 캐릭터로 그려진다. 

주로 고전을 다루는 공연계에선 유난히 수동적인 여성 캐릭터가 많이 등장해 관객들의 아쉬움을 산 바 있다. 공연계는 점차 문제를 인식하고, 최근에는 특정 장면을 고치는 등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부족한 모양새다. 그 와중에 ‘엑스칼리버’가 전설 속에 공주로 등장하는 캐릭터인 기네비어를 초연부터 강인하고 주체적인 모습으로 바꿔 관객들의 앞에 내놓은 것은 분명 공연계의 발전에 기여하는 한 걸음이 됐으리라 믿는다.

또 다른 여성 캐릭터 모르가나도 뮤지컬 ‘엑스칼리버’ 속에서 악을 담당하며 극을 멋들어지게 이끈다. 욕망이 식지 않고 타올라 모르가나가 가진 어둠이 짙어질수록 이 캐릭터는 더욱 빛이 난다. 모르가나 역의 장은아는 시원한 목소리로 ‘아비의 죄’를 열창해 보는 이들의 가슴을 뻥 뚫리게 한다.

   
▲ 장은아 ⓒ스타데일리뉴스

그러나 ‘엑스칼리버’는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운 작품은 아니었다. 다채로운 장르의 넘버들은 뚜렷하게 기억에 남지 않아 아쉬웠으며, 다른 캐릭터들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랜슬롯의 내적 갈등이나 서사가 부족한 느낌이 들었다. 게다가 국내 최대 규모인 70여 명이 무대에 등장, 공연 시작 전부터 기대케 했던 전투 장면은 시원치 않았다. 비 내리는 연출과 자체 슬로우 액션 장면을 더해 극의 피날레를 화려하게 장식하려는 모양새였지만, 그다지 와닿지 않았다. 붉은 조명 속에 천천히 움직이는 배우들의 모습을 보고 몰입감이 깨진 관객이 본 기자 하나만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보완이 필요하다.

한편 뮤지컬 ‘엑스칼리버’는 6월 15일부터 8월 4일까지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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