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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황규준 기자
  • 방송
  • 입력 2019.06.27 19:41

' 한국인의 밥상', 나에게 주는 선물 '혼밥'

▲ '한국인의 밥상' 제공

[스타데일리뉴스=황규준 기자] 요즘, 혼자 하는 여행은 ‘혼행’, 혼자 마시는 술은 ‘혼술’ 혼자 먹는 밥을 줄여서 ‘혼밥’이라 부른다. 1인 가구가 150만이 넘은 지금은 그야말로 홀로 전성시대. 혼자여도 맛있는 그들의 밥상을 만나러 가 본다.

첩첩산중 홀로 라이프 – 나에게 주는 선물 혼밥

산세가 마치 말의 목처럼 생겼다고 해서 불리는 충북 단양의 ‘말목산’. 매일 해발 700여 미터인 높은 산을 누비는 사나이가 있다. 홀로 귀농해 집을 짓고 밭을 일구며 사는 늦깎이 농부 김형태 씨(62)! 그가 산으로 오자고 결심한 것은 10여 년 전, 위암을 선고받고부터였다. 30년 넘게 인테리어사업을 하며 앞만 보고 달리다 보니 건강을 잃게 되었다는 형태 씨. 투병 생활 끝에 5년 전, 다시 마음의 건강까지 되찾고자 산속 생활을 선택했다. 매일 약초와 찬거리를 찾아다니며 건강하고 맛있는 밥상을 차려낸다. 첩첩산중이라 요리를 할 때마다 불을 지펴야 하지만, 먹고 사는 재미에 불편함도 문제 되지 않는다는 형태 씨. 그런 그가 가장 공을 들이는 것은 단연, 삼시 세끼 밥을 차려 먹는 일이다.

그가 여름이 오기 전이면 반드시 챙겨 먹는 것이 있다는데, 바로 직접 재배한 장뇌삼이다. 장뇌삼 뿌리에 돌나물과 초고추장을 넣어 무쳐주면 간단하면서도 새콤 쌉싸름한 맛이 일품인 여름 보양식! ‘장뇌삼돌나물초무침’이 완성된다. 그리고 형태 씨가 가장 좋아하는 별미로 ‘닭개장’을 꼽았다. 평소 좋아하던 얼큰한 음식을 위암 수술 이후 먹지 못했지만, 8년이라는 긴 투병 생활 끝에 이 닭개장을 시작으로 다시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삶은 닭고기에 토란대와 고사리를 넣고 특제 양념장을 풀어 끓여내면 그토록 그리던 한 그릇이 완성된다.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을 자신이 원하는 속도로 먹을 수 있다는 것이 최고 행복이라는 그의 혼밥 만찬을 만나러 가본다.

♦ 전남 구례의 혼밥 새내기 – 초보 농부의 열정 가득한 귀농 밥상

▲ '한국인의 밥상' 제공

올해 34세인 이대용 씨는 불과 2년 전만 해도 서울에서 신문사를 다니는 기자였다. 구례에 여행을 왔다가 풍경에 반해 사표를 쓰고 초보 농부가 되었다. 젊었을 때 농촌에 터를 잡고 싶어 귀농을 선택한 대용 씨! 시골 생활도, 농사도 처음인 대용 씨가 첫 번째로 선택한 농사는 양봉! 올해 3월부터 땅이 없어도 쉽게 시작할 수 있어서 초보 농부들에게 안성맞춤이다. 하나부터 열까지 스스로 해야 하는 것들 속에서 혼자 사는 삶에 조금씩 적응해가는 중이다. 그중 모든 끼니를 해결해야 하는 걱정에 인터넷을 통해 요리를 하나씩 배워가기 시작했다는데. 도시에서 먹던 인스턴트가 아니라 텃밭에서 자라는 제철 음식 재료의 맛을 알게 되고, 점점 새로운 음식에 도전하게 되었다.

부엌 한쪽에서 밀가루 반죽을 손이 아니라 발로 밟아 치대는 족타에 도전했다. 직접 반죽한 면을 삶아내 무와 생강을 갈아 감칠맛까지 더하면, 모양은 투박해도 시원하고 쫄깃한 맛이 일품인 여름 별미, ‘냉우동’이 완성된다. 면 요리를 좋아하는 탓에 텃밭에서 나는 머위와 쑥부쟁이로 파스타를 만들어 먹으면 산나물 향과 올리브유가 어우러져 더 신선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이처럼 대용 씨는 구례 시골 생활에서 먹을 수 없는 것을 직접 만든다. 나름의 혼밥 철학을 가지고 여러 음식을 연구하고 있다. 아직 서툴고 완벽하지 않지만, 늘 도전하는 청춘의 밥상을 만나본다.

♦ 귀촌 30년 차, 혼밥의 달인 – 함양 산골 마을 간소하고 담백한 심플 레시피

▲ '한국인의 밥상' 제공

지리산이 품고 있는 경남 함양, 천왕봉이 내다보이는 산 중턱 작은 마을에 블루스가 울려 퍼지는 집이 있다. 근사한 음악을 배경으로 여유롭게 텃밭을 매는 이가 있었으니, 귀촌 30년 차 김은영 씨(61)다. 공연 기획 일을 하며 최소한의 생활비를 벌 뿐, 혼자 살면 크게 돈 들일 일도, 돈 쓸 일도 별로 없다고 한다. 산이 좋아 결혼도 잊고 홀로 생활을 즐기다 보니 일명 ‘혼밥의 달인’이 되었다. 그녀가 전하는 혼밥 노하우는 ‘심플 레시피’이다.

그래서인지 밥상 위는 음식 재료의 맛과 향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간단한 요리들로 가득하다. 그녀의 비장 무기는 제철 산물! 6월에는 특히 죽순이 많이 난다. 죽순과 즐겨 먹는 그녀만의 색다른 조합이 있다. 바로 황태! 황태를 볶다가 물을 부어주면 깊은 감칠맛이 나는 국물이 우러나 별다른 육수를 낼 필요가 없다. 여기에 양념은 소금과 후추, 들깻가루면 충분하다. 황태의 깊은 맛과 죽순의 담백함이 만나 달인 표 제철 한 끼가 차려졌다. 또한, 밭에서 뜯은 머위잎과 뽕잎을 데치고 소금과 참기름으로 밑간한 주먹밥을 싸준다. 여기에 쌈장을 올리면 산나물의 맛과 향을 음미할 수 있는 ‘산나물 쌈밥’이 완성된다. 삶도, 밥상도 간소하고 담백한 그녀의 제철 밥상을 맛본다.

♦ 자식으로부터 독립 선언을 하다! - 지리산에서 찾은 제2의 인생 밥상

▲ '한국인의 밥상' 제공

지리산 노고단 아랫동네인 구례 마산면에는 자연을 노래하는 싱어송라이터 안혜경 씨(62)가 산다. 음악을 전공하고 서울에서 엄마와 주부로 살다가 자식들 대학을 졸업시키고 독립을 선언했다. 평소 꿈꾸던 지리산으로 내려온 지 어느새 8년 차인 혜경 씨. 바쁘고 챙길 게 많던 도시와의 삶과 전혀 다르게 지내고 있다. 그녀 삶에서 가장 큰 변화는 먹을거리, 밥상의 변화였다. 특히 구례는 우리 밀이 풍부하다 보니 빵을 활용한 요리를 자주 접하게 되었다는데. 혼자 살면서 여유가 생기자 빵을 배워 만들기 시작했다. 한때는 구례 장터에서 판매했을 정도로 빵 굽는 솜씨를 인정받기도 했다. 자연스레 그녀의 혼밥 역시 빵과 어울리는 메뉴로 차려졌다.

빵과 곁들여 싱싱한 제철 과일과 요구르트를 함께 먹어도 좋지만, 혜경 씨가 즐겨 먹는 음식은 ‘채소 카레’다. 봄에 채취한 두릅과 완두콩, 양파 등을 볶다가 카레 가루를 넣어 뭉근하게 끓여주면, 빵과 아주 잘 어울리는 근사한 식사가 완성된다. 그녀의 또 다른 특제 메뉴는 지리산 흑돼지와 텃밭에서 키운 채소를 넣고 오븐에 구워낸 ‘돼지고기오븐구이’이다. 이 요리를 할 때면 이웃을 초대해서 맛있는 음식과 삶의 즐거움을 함께 나눈다. 이제는 자식이 아닌 나를 위해 살겠다 선언한 그녀! 새로운 제2의 인생에 도전하며 차린 선물 같은 밥상을 만나러 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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