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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3.09.05 07:44

[TV줌인] 주군의 태양 "겁쟁이가 된 주중원, 태공실로부터 도망치다"

통쾌한 일격, 귀신이 사람과 어울리지 못하는 이유

▲ 주군의 태양 포스터 (제공:SBS)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산 사람이 죽은 사람과 어울려서는 안되는 이유일 것이다. 굳이 죽은 사람을 위한 세계를 따로 만든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산 사람의 미련이 죽은 영혼마저 붙잡고 놓아주지 않으려 한다. 육신조차 없는 죽은 영혼에 산 사람의 욕망이 투영되고, 더 이상 이 세상의 존재가 아닌 이들에 대한 집착이 삶과 죽음의 경계마저 모호하게 만들어 버린다. 죽은 사람은 결코 다시 살아서 돌아올 수 없다.

어쩌면 살아있기에 갖는 오만일 것이다. 죽은 이들은 산 사람을 동경한다. 산 사람을 부러워하고 질투하여 자신도 역시 산 사람이기를 바란다. 혹은 산 사람과 마찬가지로 죽은 이들도 산 사람에 대한 미련이 남아 산 사람과 다시 함께 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을 것이다. 산 사람과 마찬가지로 죽은 사람들도 다시 살아나기를 바라고 있다. 하지만 죽음이란 달리 삶으로부터의 해방이며 삶의 고통으로부터의 피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더 이상 살았을 적과 같이 시달리지 않아도 된다.

그렇지 못한 경우가 귀신이 된다. 유령이 된다.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이승을 떠돌며 사람들에게 해를 끼친다.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어쩌면 죽음보다 더 간절한 무언가가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영혼들은 죽음을 받아들이는 순간 원래의 갈 길로 순순히 따라나선다. 아니라면 세상은 온통 귀신과 유령 이야기로 뒤덮여 있을 것이다. 귀신의 유무와는 상관없이 현실에서 귀신을 보기 힘든 자체가 산 사람의 생각만큼 죽은 이들의 세상에 대한 미련이 강하지 않다는 뜻일 것이다.

그나마 미련이 해결되면 다시 제 갈 길로 떠나게 된다. 아쉽거나 안타까운 것이 해결되고 나면 미뤄두었던 길을 다시 떠나기 시작한다. 피아니스트 루이장의 아내가 루이장의 주위를 맴돈 이유였다. 그녀는 죽음을 받아들였다. 죽음이 주는 해방과 평안을 만끽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당황하기도 하고, 미련이나 집착이 남기도 했겠지만, 죽음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순간 그녀는 진실로 삶으로부터 자유로워졌다. 루이장이 꾀를 내어 태공실(공효진 분)의 몸으로 들어가게 했어도 태공실의 몸을 탐하기보다 루이장에게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이라 윽박지른 이유였다.

걱정이었을 것이다. 걱정이 지나쳐서 분노가 되었다. 자기가 없는 삶을 살아가야 한다. 자기가 없는 시간들을 이제 루이장은 혼자서 살아가지 않으면 안된다. 견디지 못하고 자신을 자해하려 한다. 이 얼마나 어리석은가. 남편의 미련과 집착이 죽은 자신을 놓아주려 하지 않는다. 자유롭게 삶의 구속으로부터 벗어나 완전한 평안과 안식을 얻어야 하건만 남편에 대한 걱정이 그녀를 내려벼두지 않는다. 화가 난다. 이제부터는 혼자서 알아서 모든 것을 해결하라. 혼자서 살아가라.

산 사람은 죽은 사람을 걱정한다. 살아있는 태공실이 죽은 차희주를 의식하여 움츠려든다. 주중원(소지섭 분)을 더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 주중원이 아직도 잊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죽은 사람의 시간은 죽음과 함께 멈춰 있지만 산 사람의 시간은 여전히 흐르며 많은 것들을 변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태공실의 몸에 들어온 차희주의 물음에 주중원은 차희주가 아닌 태공실에 대한 적극적인 키스로서 그 답을 들려준다. 모르는 것은 산 사람 뿐이다. 차희주가 주중원의 주위를 맴도는 이유 역시 어쩌면 많은 이들이 예상하고 있는 바와 크게 다를지 모른다. 자신은 죽은 사람이고 이제 떠나야 할 존재다. 다만 한 가지 미련이 그녀의 발목을 잡는다. 그것이 드라마의 열쇠다.

태공실은 겁장이다. 주중원도 겁장이다. 태공실에게는 다른 사람과 다르다는 점이 컴플렉스가 되고 있다. 죽은 영혼을 볼 수 있다는 흔치 않은 능력으로 인해 그녀는 보통의 일상으로부터 철저히 소외되어 있다. 이제는 다시 원래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마저 사라져 버렸다. 그렇다면 어째서 모든 것을 가진 것처럼 보이는 주중원은 겁쟁이가 되고 만 것일까? 결국 지금 주중원이 지키려 하는 그것들이 주중원을 지탱하고 있는 전부라는 뜻일 것이다. 모든 것을 물질로써 계량하는 속물에 오만하고 이기적인 위악적 인물이라는 것은. 애써 겹겹이 두른 껍질을 깨고 본래의 자신의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 큰 두려움으로 여겨질 정도다.

어쩌면 주중원이야 말로 귀신인지도 모르겠다. 거짓으로 만든 자신이다. 그런 자신이 되어야겠다. 결심하고 노력해서 마침내 그런 자신이 되었다. 귀신이 다가가지 못하는 이유다. 귀신은 아마도 가장 진실한 존재일 것이다. 주중원은 거짓 그 자체다. 차희주에 대한 것이나, 태공실에 대한 감정이나, 무엇보다 자기 자신에 대해서. 진실은 사라졌다. 진실은 차희주의 실체를 본 그날 그 의미를 잃어버렸다. 다시 거짓으로써 자신을 지키려 한다. 태공실이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지려는 순간 주중원은 더 완고한 껍질로 자신을 감싼다.

더 사랑하면 된다. 두려움마저 이겨낼 정도로 더 진실하게 사랑하면 된다. 강우(서인국 분)를 위한 말인 동시에 주중원을 향한 경고이기도 하다. 강우의 마음을 잡기 위해 안달하는 태이령(김유리 분)의 모습이 이제는 귀엽기조차 하다. 자신에 솔직하다. 욕망하는 것도, 질투하는 것도, 그리고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도. 그래서 그런 말도 할 수 있었던 것일 게다. 하지만 정작 강우를 가장 두렵게 하는 것은 강우 자신일 것이다. 주중원이 그러하듯이.

의외로 별 것 없어 보인다. 과연 주중원과 차희주 사이에 어떤 일들이 있었던 것일까? 분위기를 띄울 때가 되었다. 주중원과 차희주 사이의 알려지지 않은 오해와 진실에 대한 복선을 심어놓는다. 그러기에는 차희주의 태도는 모호하기만 할 뿐 어떤 예감이나 기대도 가지게 하지 않는다. 벌써부터 시작되었어야 했는데 아직 아무것도 보여지는 것이 없다. 허무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설레발로 미리 뿌려놓은 긴장 만큼이나 확실한 마무리를 바란다. 태공실 너무 비어 보인다.

그나마 그동안의 에피소드 가운데 가장 드라마적인 재미가 있었다. 반전이 있었다. 죽은 아내를 잊지 못하는 남편의 순애보적 사랑과 그런 남편의 곁을 지키는 아내의 영혼. 남편을 위해 죽은 아내가 요리를 만든다. 옷을 골라준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 아내가 남편에게 남긴 한 마디는 '예민한 게 아니라 게으른 거야!'. 한 방 먹인다. 한 방 먹는다. 분발이 필요하다. 아직은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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