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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임동현 기자
  • 이슈뉴스
  • 입력 2013.08.25 23:25

이센스 개코 '디스전', '힙합 스타일' 싸움이 오히려 반갑다

'랩 배틀'은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 '문화적인 싸움'은 환영한다

[스타데일리뉴스=임동현 기자] 힙합은 본래 '배틀'의 묘미가 있다. 자신의 감정을 여과없이 랩으로 표현하고 독설과 욕설을 섞기도 한다. 미국의 힙합에서 'f***' 같은 말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나온다. 아니, 그 말이 안 나오면 아무리 독한 내용도 웬지 점잖아보이고 심심하기까지 하다.

'랩 배틀'에서 상대에 대한 '디스'는 너무나 자연스럽다. 상대의 음악에 대해 깔보고 그 상대의 주변 사람을 깔본다. 그럼 상대방은 더 독한 내용으로 응수한다.

그렇게 힙합 리듬에 맞춰 펼쳐지는 랩 배틀은 욕설과 독설이 난무하지만 아무도 거기에 대해 '이거 큰일이네' 혹은 '저놈이 잘못한 거 아냐?' 이런 식으로 반응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안다. 어디까지나 그들의 논쟁은 음악으로 시작해서 음악으로 끝난다는 것을. 비록 앙금은 남아있을 지 모르지만 그것을 함부로 폭력으로 풀거나 법으로 풀겠다고 나서지 않는다는 것을.

오히려 그것은 음악을 통한 '신사적인 싸움'이고 이로 인해 정말 재미있고 즐거운 음악을 들었다는 희열만이 듣는 이의 생각이다. 그것은 싸움이기보다 하나의 문화였다 '힙합 문화'는 그렇게 발전했던 것이다.

▲ '디스전'을 벌인 이센스가 속했던 '슈프림팀'(아메바컬쳐 제공)

최근 이센스와 개코, 싸이먼디가 펼치는 '디스전'은 어떻게 보면 힙합의 세계에서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벌어지는 일들이다. 여기서 누구의 잘못을 가리고 '누가 누구를 욕하냐'라고 비야냥거린다고 해서 그들의 이야기를 폄하할 수는 없다.

그들은 가장 신사적으로 상대를 제압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디스'가 무슨 신사적인 행동이냐라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힙합의 세계에서 '디스'는 너무나 자연스런 표현 방식이다. 윤종신이 자신의 트위터에 남긴 대로 여기엔 심판이 필요없다. 노래를 들으며 즐기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만약 난투극을 벌이거나 법적 문제 제기를 하거나 혹은 상대를 향해 모욕적인 발언을 하거나 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들이 한 것은 힙합 뮤지션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보여줬다.

어쩌면 그 동안 '금기'라고 생각하도 시도조차 하지 않았을, 그렇기에 위축될 수 있었던 한국의 힙합계가 살아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게 이번 '디스전'이 아닌가 싶다.

그들의 문화로 '문화적인' 배틀을 하는 모습. 막말이 오가고 증인으로 출석했음에도 선서조차 거부하고 증인을 심문하기커녕 옹호하기 바쁘고 '광주의 경찰' 운운하는 말도 안되는 청문회보다는 훨씬 건전하고 더 아름다워 보인다. 단, 지금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조건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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