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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 칼럼] 자본과 권력의 핵심 키워드, '엄친아'로 바라 본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자화상
2013년 08월 24일 (토) 16: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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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 칼럼니스트 messiah21th@gmail.com

[스타데일리뉴스=권상집 칼럼니스트] 요즘 연예, 스포츠 지면을 보면 가장 많이 나오는 단어가 엄친아가 아닌가 싶다. ‘엄마 친구 아들’이란 우스개 소리로 등장한 이 표현은 이제 대한민국 모든 국민들이 모두 그 의미를 알 수 있을 정도로 사회 구석구석에 널리 퍼지며 사용되고 있다.

과거 시대의 부모님들도 물론 자기의 자녀를 옆집 자녀, 자기 친구의 자녀와 비교하곤 했다. 그러나 그 중심에는 인성과 인격을 더 무게 중심에 둔 부모님이 훨씬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과거에 자녀 교육의 중심은 예의 범절과 공경, 효도 등과 같은 인성 중심의 키워드였고 효자와 효녀로 불리던 학생, 젊은이들이 사회 모범의 전형으로 언론에서 제시되기도 했다. 이제 대한민국에서 이러한 이야기는 모두 흘러간 과거 이야기일 뿐이다.

IMF 이후, 평생직장이란 개념이 무너지며 많은 사람들이 실업자로 내몰리게 되면서 우리 사회가 목도한 건 바로 경쟁, 자본, 권력이었다. 힘 없는 사람들이 거리로 쫓겨나면서 많은 사람들은 이제 상대를 이겨야 하는 경쟁 환경에서 살아남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고, 그 결과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갖춰야 할 건 지식과 자본이었다.

더 많이 배워야 더 좋은 학교에 진학할 수 있고, 그래야 남들보다 더 오랜 기간 기득권을 유지할 수 있는 전문 직종에서 누구 눈치 안받고 자유롭게 일할 수 있다는 게 부모님들의 가르침이었다. 그 결과, 강남 사교육 열풍, 자립형 사립고, 과학고와 외고 등 명문고 입시 열풍은 더욱 가속화되었고, 사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게 ‘엄마들의 정보력’이란 우스개 소리가 나오면서 급기야 자녀들의 성적을 서로 비교하며 자신의 우위를 드러내는 촌극(?)이 오늘날 곳곳에서 벌이지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도 2000년대 초반까지의 이야기다. 공부를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2000년대 중반 이후 외모와 글로벌 역량(영어)이 중요성을 더해지며 엄친아의 우선순위도 인성에서 학업, 더 나아가 외모와 글로벌 경험 등으로 변질되었다. 김태희, 성시경, 존박, 로이킴 등을 엄친아로 부르며 이제 우리는 은연중에 외모도 훌륭하고 명문대에 다니며 더 나아가 영어까지 잘해야 엄친아가 될 수 있다는 걸 학습하게 된다. 엄친아의 의미가 슈퍼맨으로 바뀌는 순간 학생들의 스트레스와 이를 지켜보는 사회의 불편함이 동시에 공존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이러한 흐름에 최근 반전이 생겨나고 있다. 주로 '왜 내 자식은 남들보다 못하는가?' '남들 잘할 때 넌 뭐하고 있냐' 라며 주로 자녀의 실력에 집중되던 공격의 눈초리가 '왜 다른 부모님들은 다 성공했는데 아빠, 엄마는 그 모양이냐' 라며 엄친아의 흐름이 자녀의 실력에서 부모의 자산, 권력에 관한 관점으로 옮겨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언론을 보면 이제 엄친아의 우선순위는 ‘자본과 권력을 갖춘 부모가 있느냐’에 집중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트로트가수 홍진영, 전 에이핑크 멤버 홍유경, 슈퍼주니어 멤버 최시원, 전 아나운서 최송현 등은 필자뿐만 아니라 모든 이들이 한번쯤 언론에서 접했을 법한 엄친아들이다. 안타까운 건, 언론에서 이들의 장점이나 실력보다 이들의 부모가 기업 오너인지, 교수인지, 법관인지를 더 강조하고 이들이 사는 동네가 어디라는 점을 끊임없이 우리에게 강조하며 엄친아는 이제 권력과 자본을 갖춘 집안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주장하고 있다.

‘개천에서 용이 날수 없고 개천에서 나온 용이라고 해봤자 이무기 밖에 되지 않는다’는 푸념 섞인 소리가 들리는 이유도 바로 이런 점이다. 과거 사다리 걷어차기는 가진 자들이 자신과 다른 계층을 ‘근본이 없다’는 식으로 비하하며 솎아내기 위한 일종의 전략이었다. 안타까운 건 지금 언론들은 ‘권력과 자본을 가진 부모’가 있어야 엄친아가 될 수 있다며 ‘넌 개천이기에 용이 될 수 없어’를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이로 인해 스트레스와 더 큰 상처를 받는 건 자녀의 뒷바라지를 위해 평생을 고생한 우리 시대 많은 이름없는 부모님들이 아닐까.

엄친아만이 존재하고 엄친아만이 인정받는 순간 우리 사회에 남는 건 심리적 박탈감, 이기주의, 적대감, 분열 밖에 없다. 아무리 우스개 소리로 엄친아를 사용한다고 해도 이는 분명 우리 사회에 현재 폭력적인 의미로 변질되며 이용되고 있다. 그리고 지금 이순간에도 엄친아라는 용어는 개천에서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평범한 일상 속에서 꿈을 꾸며 성장하기 위해 많은 젊은이들이 준비하는 사다리를 걷어차는데 사용되고 있다.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자화상이 아닐 수 없다. 

- 권상집 카이스트 기술경영전문대학원 박사

(한국개발연구원(KDI) `미래 한국 아이디어 공모전' 논문 대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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