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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임동현 기자
  • 인터뷰
  • 입력 2013.08.16 17:10

[인터뷰] 김종현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 집행위원장 "청소년 문제 없어질때까지 같이 고민하는 역할 할 것이다"

"세계 3대 청소년영화제로 발전, 영화제 찾으며 미래 세대에 작은 희망의 불씨 당기자"

[스타데일리뉴스=임동현 기자] 십수년 전, 한 학교 교사가 '청소년영화제'라는 것을 만들었다.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미디어교육을 시키고 성장영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겠다고 했다. 이를 위해 그는 자신의 돈까지 쏟아부었다.

사람들은 생각했다. '청소년 영화? 그게 되겠어?' 하지만 뜻있는 영화인들의 도움이 이어졌고 그렇게 1999년 첫 영화제가 시작됐다.

그로부터 16년, 그 때 처음 영화를 만들었던 이들은 지금 한국 영화계의 젊은 피가 됐다. 그리고 한 남자의 사비를 들여가며 만들어졌던 작은 영화제는 세계 3대 청소년영화제라고 해외에서 인정하는 국제영화제로 성장했다.

수도 서울에서 여러 영화제들이 열렸지만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무너졌던 것과는 달리 이 영화제는 무럭무럭 자라 서울을 대표하는 영화제로, 세계를 대표하는 청소년영화제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이 멀다. 여전히 우리는 청소년 영화를 잘 모른다. 그래서 아예 관심을 안 가진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럼 이 기회에 찾아가보자.

어린이와 청소년이 직접 만든 영화를 볼 수 있는 유일한 기회. 청소년과 어린이와 즐겁게 소통할 수 있는 즐거운 기회. 그리고 자신의 학창시절을 돌이켜보는 여유로운 기회. 늦여름, 이 기회의 무대를 찾아가보는 것은 어떨까?

8월 22일부터 29일까지 열리는 제15회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를 총지휘하는 김종현 집행위원장을 스타데일리뉴스가 만났다.

그는 말할 때마다 '우리 어린이, 청소년들', '우리 스탭들' 이란 표현을 썼다. 영화제를 준비하느라 고생하는 이들, 영화가 필요한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그는 계속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그 마음으로 지금까지 청소년영화제를 만들고 있었다.

▲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를 이끌며 세계 수준의 영화제로 만든 김종현 집행위원장 ⓒ스타데일리뉴스

 Q.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가 올해로 15회를 맞았다. 이제 '질풍노도의 시기'에 접어든 셈이다. 15년간 가장 큰 성장의 변화가 있다면?

1회 영화제를 시작하면서 정말 힘들게 자비를 들여가며 해외 관계자들과 만나고 교류하면서 국제네트워크를 구축해나갔는데 이제 튼튼하게 구축이 된 것 같다.

가장 큰 변화라면 전세계 어린이와 청소년의 고민이 비슷한 부분이 많고 최근 SNS의 발달을 통해서 우리 영화제가 새로운 트렌드를 이끌어가는 위상까지 올라섰다. 정말 격세지감을 느낄 정도로 발전했다.

1회 영화제를 시작하면서 어린이와 청소년이 영화를 만들 수 있는 여건이나 환경을 만들어주겠다고 했는데 이제는 그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영화제를 거쳐간 아이들이 성장해서 영화계 각계각층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것 또한 달라진 일이다.

Q. 서울을 대표하는 영화제로 발돋움했다. 성공의 원동력은 무엇인가?

1회성으로 끝나는 행사로 만들고 싶지 않았다. 15년이란 시간이 흐르면서 어려운 것도 많았고 유혹도 많았고 견제도 많았다. 하지만 진정성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버티고 있고 서울을 대표하는 영화제라는 이름까지 갖지 않았나 생각된다.

Q. 올해의 특색이 있다면? 개인적으로는 어린이경쟁부문(경쟁 9+)이 생긴 게 특색이었다

기존에 어린이 영화를 상영하고 제작을 지원하고 영화제 전부터 영상미디어교육을 해왔던 부분을 발전시켜 올해는 어린이 영화캠프를 따로 만들어 유니세프와 협약을 맺고 어린이 캠프를 발전시키는데 큰 의미를 가지고 있고 이를 통해 국내뿐 아니라 아프리카의 어려운 아이들, 동남아의 어려운 어린이들이 미디어에 소외된 부분에 대해 우리가 도와주고 고민할 수 있게 된 게 또 하나의 의미다.

하나 더 있다. 전국 천 명의 청소년을 위한 청소년영화학교를 신설해서 영화감독, 배우, 촬영감독 등 한국을 대표하는 전문 영화인들을 모셔서 영화 직업체험학교를 개설한 것도 의미가 있다.

대부분 청소년들이 배우나 감독을 끔꾸지만 영화 내에서도 다양한 직업군이 있다는 걸 잘 모를 것이다. 어떤 일을 하는지, 그 세계가 어떤 지를 전문가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강의 듣는 것은 기술적, 학습적인 것보다 더 의미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영화제 기간 동안 다양한 공연들이 준비되어 영화 보고 공연에 참가하고 특히 어린이들이 다양하게 문화체험을 하는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관람객이나 가족들도 기쁜 마음으로 영화보고 체험하고 경험하고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페스티벌이 되리라 생각된다.

영화제가 청소년을 위한 사회적 역할을 매년 해 왔지만 성폭력 포럼 등 의미있는 행사를 기획하고, 저작권과 관련해 국제적으로 함께 고민하는 포럼도 마련했다. 어릴 때부터 저작권 개념을 인지하고 인식하는 부분은 우리가 해야할 일이고 그것이 우리 영화 발전에도 도움이 되는 일이라 생각된다.

Q. 올해 슬로건이 'Step by Step'이다. 1회, 2회라면 모르겠는데 15회에서 '한 걸음 한 걸음'은 뭔가 안 맞는 것 같기도 하다.

매년 슬로건 정할 때 스탭들과 고민을 한다. 기본적으로 'Step by Step', '한걸음 한걸음'의 의미는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영화제를 시작할 때 모토로 걸었던 것,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다는 정신이 훼손되지 않도록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의미가 있다.

또 하나의 의미는 지금 한국사회에서 우리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학업문제, 시험, 학교폭력 등에 정말 많이 시달리는데 그들 곁에 '한 걸음씩' 다가가서 보듬어주고 친구가 되고 싶다는 의미 또한 담고 있다.

Q. 영화제를 통해 세계의 다양한 청소년 영화들이 소개됐다. 영화들의 경향을 이야기하자면?

초창기에는 학교폭력, 왕따 등의 이야기가 많았다. 사고가 갇혀있다고 할 수 있지만 그런 부분도 점점 발전이 되고 해결하려는 고민들을 담아내며 좋은 영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양적인 부분을 넘어 질적으로 좋은 영화들이 만들어지고 자신들의 다양한 생각들을 과감하게 도전적으로 이야기한다는 것이 가장 크게 발전한 부분이다.

올해 70개국의 1,503편이 출품이 됐다. 출품 경향을 물어보기가 뭣할 정도로 다양한 영화들이 왔다. 진취적이고 열정적이고 스토리 라인의 상상력이 기성 영화인보다 참신하고 발전되고 있다는 게 흐름이라는 생각이 든다.

Q. 그래도 아직 미숙한 점이 있지 않을까?

그 많은 작품을 다 상영하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본선 진출작을 보면 프로그래머도 놀랄 정도로 기성인들보다 더 우수한 단편들이 많다. 아쉬운 점 찾아내기가 참 어렵다.

기존 감독들이 보면 긴장할 것이라 생각된다. 이번 기회에 기라성같은 영화인들이 꼭 한 번 본선진출작을 보시면 대단히 긴장할 것이다.

Q. 올해 처음으로 어린이들이 만든 영화가 선보인다. 기대가 많이 된다. 어땠나?

정말 깜찍하다. 완성도는 떨어질 수 있지만 아기자기하고 기발하다. 이렇게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아마도 SNS의 힘이 아닐까 한다.

스마트폰을 소유하게 되면서 누구나 영화를 찍을 수 있는 기술적 토대가 생기다보니 다른 사람들을 흉내내기보다 자기의 소소한 이야기를 초등학생들도 잘 담아내고 있었다.

내가 예전에 미디어교육을 주장하고 보급하던 때 느낀 생각처럼 기술적 바탕이 발달하다보니 어린이들이 더 큰 발전을 가져올 수 있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아이들이 스마트폰을 손에 쥐어주니 게임만 한다고 부모들이 걱정하지만 미디어교육을 통해 그 스마트폰으로 가족들도 찍어보고 친구 이야기도 하면서 스마트폰을 잘 활용한다면 그것이 바로 미디어교육의 힘이라 생각하기에 어린이를 위한 영상미디어교육을 의미있게 고민하고 가치있게 진행할 것이다.

▲ 김종현 집행위원장은 "청소년 문제가 없어질 때까지 고민하는 장이 되고 싶다"며 청소년국제영화제의 존재의 이유를 이야기한다. ⓒ스타데일리뉴스

Q. 청소년 문제를 고민하고 해결하는 데 있어서 영화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라고 보는가?

청소년문제는 정부나 부모, 선생이 해결하기엔 너무 복잡하다. 영화제가 청소년에게 접근한다는 것은 시대의 아픔과 절망, 그 속의 희망 등이 담긴 성장영화를 보면서 청소년과 서로 소통하고 그들을 이해하고 함께 고민하면서 대안을 찾을 수 있는 창구가 되는 거다.

이를 위해 매년 관련 문제에 대해 포럼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는 성폭력 포럼을 하는데 학교에서 성폭력 방지 교육을 한다고 하지만 딱딱하고 실제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부분이 많다.

그러나 영화 한 편을 보면 그것을 통해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그와 관련된 세계의 좋은 영화를 찾아 청소년들에게 보여줄 때 마음 속에서 '그러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고 따뚯한 인간애를 발견하게 된다. 그것이 바로 영상미디어의 힘이다.

일반 영화제와 달리 청소년영화제는 계속, 어린이 청소년문제가 없어질때까지 청소년과, 대중들과 고민하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 믿는다.

Q. 영화제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을 꼽으라면 단연 '예산'이다. 지난해에도 예산 부족으로 힘들었다고 들었다

역시 쉽지 않은 부분이다. 우리가 단순히 컨텐츠를 모아 상영만 하는 게 아니라 포럼, 세미나, 영화학교 등을 진행하고 그것을 하지 않는 것은 우리의 정신이 아니기 때문에 꾸준히 진행했다. 그러다보니 영화인이나 정부, 지자체가 관심을 갖기 시작하는데 아직 부족한 게 많은 건 사실이다.

해외 네트워크도 힘들게 구축하고 어려운 일도 많지만 어려울 때 안했기보다 어려워도 꾸준히 지켜왔기 때문에 많은 해외 청소년들이 참여를 하고 싶어하는 영화제가 됐다.

올해도 해외에서 더 많은 사람들이 찾고 국내외 청소년들이 더 많이오고 싶어하는데 이들을 아직 다 수용하지 못한다. 이런 안타까움이 있기 때문에 기업이나 정부, 지자체들이 관심을 기울여주면 우리가 만들어내는 영화제 바탕에 훨씬 더 많은 씨앗을 뿌려낼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청소년영화제인 체코 질른 청소년 영화제가 올해로 60년이 됐고 그 다음 규모가 큰 이탈리아의 지포니 영화제도 세계적으로 전통있는 영화제다. 우리의 노력으로 지금 청소년영화제는 이제 15회임에도 이들 영화제와 견줄 정도로 세계 3대 청소년영화제로 세계에서 인정받고 있다.

얼마전 일본 어린이 청소년 영화제에 참석해서 관계자들과 만났는데 지포니 영화제의 예산이 100억대다. 질른도 예산이 어마어마하다. 그런 이들에게 우리 예산을 이야기하면 깜짝 놀란다. 무조건 예산이 많아야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영화제가 해야 할 일이 많다. 더 많은 기성인들의 관심이 필요하다.

▲ 일본 청소년영화제 측이 세계적인 청소년영화제로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를 알렸다. ⓒ스타데일리뉴스

Q. 재작년부터 성북구에서 영화제를 진행하고 있다(영화제 사무국이 성북구 아리랑시네센터에 있으며 이 곳에서 주요 영화가 상영된다). 성북구에서 계속 진행되는가? 아니면 한시적으로 진행되는 것인가?

나운규의 '아리랑' 촬영지로 알려진 곳에 성북구가 처음으로 아리랑시네센터를 만들에 극장 3개를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 의미가 있었다. 재작년에는 사실 큰 반응을 보이지 않았지만 지난해 야외상영과 각종 행사에서 주민들의 참여가 높아 이 곳에서 계속 뿌리를 내리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Q. 영화제 기간 중 '홈커밍데이'를 한다고 들었다.

올해 15회를 맞이해 우리 영화제를 거쳐갔던 이들을 한자리에서 만나려고 한다. 한효주 박보영 등 배우, 김곡 김선감독, 윤성호 감독 등 다양한 영화인들, 고마웠던 스탭들, 자원활동가들, 참여했던 영화인들 모두 모여 고향같은 이야기를 하는 자리를 의미있게 마련할 예정이다. 벌써부터 마음이 설레고 오랜만에 만날 기대를 가지고 있다. 23일 밤 파티를 할 예정이다.

Q. 지난해 집행위원장 직을 다른 사람에게 물려주겠다고 말한 바 있었다.

영화제의 바통을 이을 사람을 찾고 있다. 지난해 이 이야기를 했지만 여전히 이 영화제를 아는 이들은 대단히 쉽지 않다는 걸 안다. 예산 등에서 어려움이 많다는 걸 다 안다. 그런 면에서 서울시에 간곡히 부탁드리고 싶은 건 국비나 시비에서 인건비 보조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걸 알아달라는 것이다.

많은 지원을 해주는 것은 고맙지만 사람들이 만드는 영화제라 그런 부분이 여전히 어렵고 처음부터 국고를 받고 한 영화제가 아니었기 때문에 어렵게 운영하고 사비를 들이고 한 부분이 있어서 위원장이나 기타 중요한 활동을 하겠다고 선뜻 나서지 않고 있다.

하지만 15회를 치르면서 어려운 일도 많았지만 의미있고 보람있는 일이 많다. 인생을 살면서 각가 자신들의 가치들이 있겠지만 미래 세대들을 위해서 몸을 던져보겠다는 이들은 언제나 환영하고, 함께 고생도 해보시면 진정성이 느껴지리라 생각된다. 여전히 문은 열려있다. 관심있는 영화인들, 후배들이 모여서 함께 만들어가고 싶다.

Q. 이번 영화제에서 주목할 영화가 있다면?

우리 영화제의 성격을 알리고 평단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던 것이 개막작이다. 매년 개막작을 심사숙고해서 어렵게 선정한다.

이번 개막작은 '메이지가 알고 있었던 일'(스콧 맥게히, 데이비드 시겔 감독)인데 요즘 부모가 이혼한 아이들을 바라보면서 어른들이 아이를 위한답시고 방치하는 부분이 있는데 아이의 눈으로 부모의 세계를 바라볼 수 있는 의미있는 영화라 생각한다.

아이들을 둔 부모는 물론이고 전세계적으로 이혼률이 높은 현 상황에서 영화를 보는 사람들이 같이 함께 고민해봐야할 부분이 아닌가한다.

▲ 제15회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 개막작 '메이지가 알고 있었던 일'(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 제공)

자기 인생을 먼저 생각하는 이기적인 부분이 많은데 이혼이 좋다 나쁘다가 아니라 어린아이을 통해 부모가 변하고 생각할 수 있다는 게 의미있는 영화고 유명한 배우들(줄리안 무어, 알렉산더 스카스가드)이 참여해서 영화제가 얼마 안 남았지만 많은 분들이 관심갖고 있다.

세계 유수 영화제를 통해 성장영화를 어렵게 어렵게 획득해서 영화제 기간에만 상영하는 게 아쉽지만 서울시의 지원으로 기간이 끝나면 서울과 경기도에서 순회상영을 하기로 했다. 정말 고무적이다. 여력이 되는 한 전국 어디가 되던지 우리의 컨텐츠를 가지고 영화제때 못 온 이들을 위해서 상영할 것이다.

Q. 끝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는 세계의 100여개 청소년영화제 중 3번째 속하는 영화제이고 해외에서 더 많이 알아주고 있다. 직접 영화제에 와서 영화도 함께 보고 다양한 이벤트도 경험하면서 이 작품들이 얼마나 의미있고 소중한 영화인지 체험해보기 바란다.

그러면서 관객들이 영화제를 만들어가면 미래 세대애게 작은 희망의 불씨를 당길 수 있을 것이다. 많은 분들의 발길이 이어지길 바란다.

나를 비롯해 고생하는 스탭들, 그리고 관객들이 이 영화제를 같이 만들어내고 그로 인해 이 영화제가 더 소중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선뜻 발걸음을 이 곳으로 옮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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