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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임동현 기자
  • 영화
  • 입력 2013.08.16 00:22

[리뷰] '감기' 변종 바이러스보다 더 무서운 것은 '광기'와 '공권력'이었다

무지한 공권력의 횡포와 '전작권'의 문제. 폭동으로 이어지다

[스타데일리뉴스=임동현 기자] 영화 '감기'속 공포의 대상은 역시 변종 바이러스다. 호흡기를 통해 감염되는 치사율 100%의 바이러스. 그 바이러스는 한국으로 밀입국한 태국인의 몸 속에서 나왔다. 이 바이러스로 인해 '서울 근교의 도시' 분당 전체가 위험에 빠지고 마침내 분당은 고립된다.

'감기'는 구조대원 지구(장혁 분)와 그의 도움을 받았던 감염내과 전문의 인해(수애 분), 그리고 인해의 딸 미르(박민하 분)를 중심으로 바이러스가 퍼진 분당에서 서로의 목숨을 살리려는 노력을 보여준다.

▲ '변종 바이러스'로 인한 공포를 다룬 '감기'(아이러브시네마 제공)

영화 속 변종 바이러스는 물론 이 영화의 가장 큰 문제의 중심이다. 하지만 영화가 진행될수록 우리는 정말로 무서운 것이 무엇인가를 알게 된다. 최악의 상황에서 인간이 보여주는 가장 무서운 모습을 담아낸 것이 바로 '감기'다.

'감기'는 우선 '분당'이라는 도시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분당은 서울에 인접한 도시다. 서울 인접의 도시에서 펼쳐지는 무서운 바이러스의 공포. 정부는 분당을 고립시키고 감염자를 격리시키는 것으로 어떻게든 전국으로 퍼지는 것을 막으려한다.

이 과정에서 만나는 이는 시민의 안전보다 자기 안위를 우선으로 하는 분당의 국회의원이다. 처음 보고를 받을 때만 해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어디서 식사를 할 지' 이야기하는 국회의원은 사태가 심각해지자 그제야 '자기 안위'에 힘쓰기 시작한다. 과학자의 말은 정치인들에게는 소 귀에 경읽기일 뿐이고 '격리'만이 최선이라고 과학자를 윽박지른다.

사실 이런 모습은 재난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재난을 경고하는 누군가의 목소리는 정치인이나 권력을 가진 이들, 혹은 일반 사람들에게 철저하게 무시당한다. 그러다 막상 현실이 되면 우왕좌왕하고 평범한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동안에도 자신의 안위만을 생각한다(그리고 끝까지 살아남는다).

▲ 변종 바이러스로 인해 격리된 분당 (아이러브시네마 제공)

그리고 격리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국가의 폭력이 등장한다. 왜 격리를 시키냐는 시민의 항의에 군인은 폭력으로 답한다. 군의 폭력이 도시를 통제하고 감염자를 발포하라는 미국의 지시가 나온다.

그리고 인간에 대한 끔찍한 '살처분'이 펼쳐진다. 종합운동장에 인간의 시체를 싼 비닐봉지들(살아있는 인간도 섞여있다)은 얼마 전 구제역으로 산 채로 살처분되던 가축들의 모습과 오버랩되며 더욱 충격을 안겨 준다. 격리의 실체를 알게 된 시민들은 마침내 폭동을 일으키기에 이른다.

여기에 이 영화가 꺼내는 마지막 카드가 나온다. 바로 '전작권' 문제다. 영화에서 지휘를 내리는 이는 바로 미국의 과학자다. 비상시 작전권이 미국에게 있기 때문에 우리가 지휘를 내릴 수 없고 그래서 대통령(차인표 분)은 분노하고 답답해하는 표정으로 일관한다.

미국의 발포 명령과 미국의 힘을 이용해 대통령을 무시하고 자신이 지휘를 잡으려는 국무총리(김기현 분)의 모습에서 '전작권 환수'를 반대하는 기존 정치인들의 모습을 보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 자신의 딸을 살리기 위해 무리수를 두는 인해(수애 분)의 모습은 '모정'보다 '광기'에 더 가깝다(아이러브시네마 제공)

결국 '감기'는 변종 바이러스로 인한 끔찍한 죽음이 공포가 아니라 그 상황이 실제가 되는 순간 펼쳐지는 사람들의 광기, 그리고 무지한 공권력의 횡포가 더 큰 공포를 불러일으킨다는 것을 보여준다.

자신의 딸을 살리겠다는 생각만으로 딸의 감염 사실을 계속 숨기고 태국 노동자의 몸에서 항체를 빼내려하는 인애의 모정마저도 이 영화에선 '광기'로 그려진다.

그럴 수 밖에 없다. 의사의 신분으로 모든 이를 살리려는 생각보다 자기 딸만을 살리려했기 때문이다. 이 영화에서 변화를 보이지 않는 인물은 지구와 미르 둘 뿐이다.

▲ 지구(장혁 분)은 광기에 빠지지 않는 몇 안되는 캐릭터다(아이러브시네마 제공)

'감기'는 헐리우드에서 보여준 재난영화의 공식에 우리나라만의 정치적 문제를 대입시켜 '한국형 재난영화'를 표방하지만 여전히 답습에 머물러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하지만 그것으로 영화를 폄하하기엔 이 영화가 보여주는 광기와 권력을 향한 시선을 무시할 수 없다. 우리에게 진짜 '재난'이란 무엇인지를 보여주고 싶어한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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