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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황규준 기자
  • 방송
  • 입력 2019.04.24 13:17

'한국인의 밥상' 부산과 대마도, 그 다른 듯 닮은 밥상 만나본다

▲ KBS 1TV '한국인의 밥상' 제공

[스타데일리뉴스=황규준 기자] 1876년 개항과 함께 국제적인 무역도시로 성장한 제2의 도시, 부산. 전쟁 직후 전국 팔도에서 피난민이 모여들면서 이방인의 도시가 됐고, 각 지방의 다양한 음식들이 어우러져 부산만의 식문화가 형성됐다. 일본에서 건너와 부산 음식으로 정착한 ‘어묵’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부산의 향토음식을 연구하고 있는 양소영 씨(60)와 성미애 씨(59). 그들 역시 부산이 제2의 고향인 외지인들이다.

그녀들이 손꼽는 부산의 대표 음식은 단연 해물 요리. 큰 어시장이 발달해 해산물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싱싱한 각종 해산물을 넣고 끓인 해물탕이 유명한데 여기에 소영 씨는 얼큰한 고춧가루 양념 대신 된장을 넣는다. 주로 된장 양념을 사용하는 부모님의 고향, 제주도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 덕분에 부산의 해산물과 제주의 양념이 만난 해물 뚝배기가 완성됐다.

▲ KBS 1TV '한국인의 밥상' 제공

해물만큼 알려지진 않았지만, 부산의 대표 음식으로 ‘고구마’가 있다. 약 250년 전, 일본에서 건너온 고구마의 첫 재배지가 바로 부산이었기 때문. 그 역사가 오래되다 보니 부산에선 ‘고구마밥’뿐만 아니라 고등어 요리에도 고구마가 사용된다. 고구마 줄기를 깔고 무 대신 고구마를 넣어 풍미를 더한다. 여기에 미애 씨는 고향 창녕의 별미인 ‘산초장아찌’를 넣어 비린내를 잡는다. 부산의 대표적인 생선인 고등어와 고구마가 만나 부산 음식의 역사를 보여주는 ‘고등어조림’이 탄생한 것이다. 이처럼 다양한 식문화가 어우러지며 완성된 부산의 밥상을 만나본다.

고구마가 건너온 대마도! 오랜 세월 속에서 지혜로 빚은 고구마 음식과 조선통신사

▲ KBS 1TV '한국인의 밥상' 제공

부산으로 고구마를 전해준 오랜 인연의 도시가 바다 건너에 있다. 부산에서 약 49km 떨어진 제주도보다 가까운 국경의 섬, 대마도이다. 전체 면적 중 89%가 산지라 곡식 재배가 어려운 대마도에선 고구마가 식량을 대신했다. 18세기 고구마가 들어온 이래 이 구황작물을 오래 두고 먹을 지혜를 펼쳤는데 그것이 바로, ‘센당고’다. 고구마 전분을 발효시킨 뒤 4개월 동안 자연 건조한 전분 덩어리인 ‘센당고’는 주로 ‘로쿠베’라는 국수를 만들어 먹는다.

대마도에서 ‘로쿠베 선생님’으로 불리는 ‘사이토 사치애’ 씨(69)는 집안 대대로 고구마 음식을 만드는 고구마 장인이다. 단단하게 마른 센당고를 뜨거운 물로 반죽한 다음 국수틀로 면을 뽑아 삶는다. 여기 닭과 표고버섯을 우린 육수를 붓고 고명으로 유자와 일본의 어묵 ‘가마보코’를 올린다. 이렇게 완성된 ‘로쿠베’는 한국의 ‘올챙이 국수’와 모양이 비슷하지만, 은은한 유자 향과 감칠맛이 일품인 대마도의 오랜 향토 음식이다.

1763년 조선통신사였던 조엄은 대마도에서 고구마를 보고 조선의 보릿고개를 해결하고자 했다. 당시 종자를 보내 첫 재배를 시도한 곳이 바로 부산이었다. 대마도가 조선통신사의 일본 첫 기착지였던 까닭에 예부터 부산과 대마도의 오랜 교류를 이어왔고, 고구마처럼 서로 같은 식재료를 비롯해 다양한 식문화를 공유해왔다.

100년이 넘은 대마도 전통 간장 속에 숨 쉬는 우리의 발효문화

▲ KBS 1TV '한국인의 밥상' 제공

대마도 남부 이즈하라에 있는 ‘에구치 간장’은 대마도에서 가장 오래된 양조장이다. 1887년에 문을 열어 지금까지도 전통을 이어갈 수 있는 특별한 비밀은 바로 ‘메주’! 일반적으로 일본간장의 경우, 쌀과 누룩으로 발효를 시키는데 이곳은 한국처럼 메주를 사용하고 있다.

그 사연인즉 일제강점기 시절 선대가 마산에서 간장 공장을 운영하며 한국의 메주를 알게 됐고, 해방 이후에 대마도로 가져왔다. 공장 한쪽에는 아직도 메주를 쑤던 온돌방의 흔적이 남아 있다. 그 장맛을 이어 지금은 에구치 토요타카씨가 5대째 양조장을 지켜가고 있다.

에구치 간장의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는 음식으로는 ‘스키야키’가 있다. 얇게 썬 소고기와 각종 채소를 구워 간장에 조린 뒤 날달걀에 찍어 먹으면 고소한 풍미가 일품이다. 이는 예부터 일본에서 귀한 손님에게 대접했던 음식이다. 300년 전, 조선통신사들도 가장 좋아했다는 기록이 있다.

또한, 달궈진 돌판 위에 간장에 재운 생선과 채소를 구워 먹는 ‘이시야키’도 별미로 손꼽힌다. 반가운 손님이 오면 대접하던 대마도의 향토음식이다. 우리의 발효문화가 살아 숨 쉬는 에구치 가문의 대마도식 손님상을 만나본다.

교포들이 만들어 낸 대마도의 맛, 돈짱

▲ KBS 1TV '한국인의 밥상' 제공

부산에서 대마도는 제주도보다 가까워 오래전부터 교류가 활발했고, 사람들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었다. 특히 일제강점기 해방 전후에는 전쟁과 가난을 피해 대마도로 이주한 한인들이 많았다. 한때는 만 명 가까이 이주해서 살기도 했다. 그 시절 한인들은 양돈장에서 버려지는 값싼 내장을 모아 먹었는데, 이것이 바로 ‘돈짱’이다. 간장, 마늘, 고춧가루 등을 넣고 버무려서 구워 먹는 형태가 한국의 ‘불고기’와 비슷하다. 시간이 지나 일본인들도 먹기 시작하면서 돼지내장은 돼지고기로 바뀌었다. 또한, 양념도 매운맛이 줄어들고 달달하게 변하면서 대마도 사람들의 소울푸드로 자리 잡았다.

대마도 북부 히타카츠에는 현재 대마도에서 50년 넘게 이 돈짱을 만드는 이가 있다. 재일교포 ‘나카무라 코우사쿠’ 씨(79)다. 부모님이 부산에서 대마도로 이주하면서 대마도에서 나고 자란 나카무라 씨. 친척의 권유로 당시 교포들이 즐기던 돈짱을 만들기 시작했다. 지금은 돈짱이 조금 변했지만, 한국의 맛을 잊지 않고 한국산 마늘과 고춧가루를 넣어 양념을 만든다. 그래야 진짜 돈짱이라는 것이 그의 자부심이다. 다른 듯 닮은 우리의 손맛으로 반세기 넘게 대마도의 향토음식으로 자리 잡은 ‘돈짱’을 맛본다.

4월 25일(목) KBS 1TV '한국인의 밥상' 오후 7시 40분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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