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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권상집 칼럼니스트
  • 칼럼
  • 입력 2013.08.09 15:18

[권상집 칼럼] 훔쳐보기의 해악, 그 미묘한 경계선

[스타데일리뉴스=권상집 칼럼니스트] 전직 CIA 요원인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가 연일 전세계를 강타하면서 과연 NSA라는 미국의 대형 정보기관이 어디까지 구석 구석을 감시했는지 우리는 다시 한번 불안에 휩싸이고 있다. 또한, 그 정보망과 도청 및 감시의 영역에 대해서 전 세계는 또 한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돌이켜 보면 어느 틈엔가 우리 곁에 CC-TV가 없는 곳이 없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타고 다니는 대중교통부터 승용차의 블랙박스까지, 골목 골목엔 언제나 CC-TV가 교묘하게 우리들의 일상 행동들을 모두 촬영하고 있다. 

물론 필자가 CC-TV가 주는 도덕적 기능을 비판하거나 CC-TV의 사회적 안전망 기능을  부정하자는 건 결코 아니다. 최근 들어 흉악 범죄가 증가하고 있고, 경찰이 범인을 검거하거나 사건의 실마리를 해결해나가는데 있어서 사실 CC-TV는 그 어떤 증거나 증인들의 주장보다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하는 게 사실이다.

다만, 윤리적 기능과 함께 사회의 안전망의 역할이 아닌 불필요한 감시와 감청이 어느 새 우리들을 몰래 감시하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이 든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하는 전화를 누군가가 엿듣는다는 것만으로도 불쾌하고 기분 나쁜 건 없다. 또한, 우리가 이용하는 금융 거래 내역이 누군가에 의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된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위법에 해당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감시의 영역들이 사회의 안전망과 공공의 안녕을 위해 진행된다는 점은 국민들이 받아들일 수 있겠지만 그 영역으로부터 지켜져야 할 개인 정보까지 우리도 모르게 줄줄이 새고 있다는 점에서 국민들은 또 한번 분노와 실망을 금할 수 밖에 없다.

개인에 대한 사회의 감시가 미치는 해악 때문일까. 최근 들어 몰카로 인한 사건사고 역시 급증하고 있다. 존경 받아야 할 명문대 경영학과 교수가 제자들의 특정 신체 부위를 지속적으로 몰래 촬영하다가 걸린 사건이나 공공장소나 대중 교통에서 붐비는 사람들 틈을 이용하여 교묘하게 자신의 음란한 욕구를 채우려는 사람들의 기사는 상당수 여성들에게 불쾌감을 주고 있다. 지금처럼 30도를 오르내리는 무더위 속에서 국내 해수욕장 사건 중의 가장 큰 골치 덩어리가 몰카족이라는 걸 보면 국내 몰카로 인한 피해와 사고는 그야말로 급속도로 퍼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현행범으로 체포된 사람들은 하나같이 이른바 도촬(도둑 촬영)에 대해서 죄의식을 느끼지 않고 이를 장난으로 치부한다고 한다. 사실, 운 없어서 걸렸다고 하소연하는 이들도 있다고 하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그러나 타인의 동의 없이 특정 신체 부위를 촬영하면 ‘성폭력 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5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진다는 사실에 대해 많은 이들은 알지 못한다. 더욱이 지난 6월부터 개정 시행된 법안에 따르면, 앞으로는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으로 타인의 특정 신체를 허락 없이 촬영한 경우 신상 정보가 공개되는 등 죄질에 대한 엄격한 처벌이 적용될 예정이다.

하루가 다르게 초소형 카메라, 스마트폰 등의 촬영 기법이 발전되면서 이로 인한 해악도 점차 늘고 있다. 그러나 몰카로 인해 심리적 폭력을 행사하는 개인에 대한 처벌은 강화되고 있지만 개인에 대해 불법적인 감시와 촬영을 행사하는 조직, 단체에 대한 처벌이 강회되고 있다는 소식에 대해선 아직 우리는 접하지 못하고 있다. 해마다 전세계 정보기관이 골머리를 앓고 해명하고 있는 부분이 도,감청이라는 부분에서 우리에겐 일상적인 폭력이 보이지 않는 단체에 의해 지금도 벌어지고 있을지 모른다.

개인의 무조건적 자유를 옹호하자는 것이 아니다. 도덕적 기능이 아닌 불필요한 감시와 훔쳐보기의 해악을 지금이라도 고치고 이에 대한 합법적인 안전망을 다시 재정립해야 한다. 감시와 훔쳐보기가 암암리에 횡행하는 사회에선 그 누구도 자신의 자유와 안전을 보장받지 못한다. 훔쳐보기와 사회의 안전망을 위한 감시, 그 미묘한 경계선을 다시 한번 점검하고 살펴봐야 할 때이다.

- 권상집 카이스트 기술경영전문대학원 박사

(한국개발연구원(KDI) `미래 한국 아이디어 공모전' 논문 대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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