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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3.08.06 09:06

[TV줌인] 굿닥터, "자폐증과 소아외과, 드라마의 가능성을 넓히다"

충격적인 도입부, 성공적인 출발을 내딛다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압도적이었을 것이다. 충격적이면서도 또한 신선했다. 시작부분에서 카메라는 주인공 박시온(주원 분)의 뒤를 쫓으며 그의 과거를 함께 보여준다. 자폐라고 하는 장애로 인해 소외될 수밖에 없었던, 그런 그의 곁을 항상 지켜주던 형의 존재까지. 토끼의 죽음이 박시온으로 하여금 의사가 되겠다는 결심을 가지게 했고, 형의 죽음은 그를 소아내과의사가 되게끔 이끌었다. 그리고 이어진 기차에서 만난 현우라는 아이의 사고를 만나 현장에서 응급처치를 한다.

아마 한국드라마 사상 처음이었을 것이다. 제대로 된 수술장비도 갖춰지지 않은 야외에서, 그것도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는 역사에서 메스조차 없이 커터를 사용해 절개하고, 튜브가 아닌 볼펜으로 기흉을 처치한다. 출혈이 심해 혈관을 찾기 힘들자 바로 목의 내경정맥을 절개하는 장면에서는 비명이 절로 터져나올 정도였다. 무엇보다 급박하게 전개되는 응급처치 상황과는 완전히 유리된 듯한 어눌한 설명이 언뜻 부조화의 전위적인 쾌감마저 느끼게 만든다. 임기응변에 의해 행해지는 처치들이 사실은 철저히 의학적 지식과 이론에 기반한 것들이며, 단지 그같은 의학적 기본에 충실히 따르는 것만으로도 어눌한 말투에도 이와 같은 완벽한 처치가 가능하다.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불가능해 보이는 주인공 박시온의 어눌한 모습조차 역설처럼 현대의학이 이루어낸 아니 지금도 이루어내고 있는 기적과도 같은 성과들을 실감케 한다.

드라마가 추구하고자 하는 바를 압축해서 보여준 한 장면이었을 것이다. 자폐증환자였다. 지금도 자폐증을 앓지 않은 다른 사람들과 전혀 다른 행동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의사에게 요구되는 의사로서 가장 필요한 자격이란 과연 무엇인가. 부원장 강현태(곽도원 분)이나 소와외과 과장인 고충만(조희봉 분)이 보여주고 있는 뛰어난 사회성인가, 아니면 다른 사람과의 관계 따위 전혀 아랑곳 않는 주인공 박시온의 맹목적인 방대한 지식과 기술인가. 더불어 이해관계에 대해 무지하거나 서툴기에 드라마에서 장애인은 대개 선량한 이미지로 그려진다. 어려서 죽은 토끼와 그리고 자신의 곁에서 죽어간 형과 같은 보육원에서 자란 아이들을 생각하는 박시온의 마음은 거짓없는 진심이었을 것이다.

어쩌면 현대사회의 우화라 할 것이다. 과거에는 여우나 토끼가 사람을 대신했었다. 여우나 토끼도 그러는데. 그리고 근대사회 이후 문명에서 벗어난 이른바 야만인들이 그 역할을 대신하게 되었다. 비문명의 반문명적 교훈들이 문명사회를 일깨우는 역할을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가난이 때로 그런 역할을 한다. 가난해도 행복하다. 가난해도 정이 있고 따뜻한 온기가 있다. 그리고 이제 그 역할을 장애인에게 맡긴다. 다행히 어느 정도 자폐에서 벗어나 정상적인 사회생활도 가능해진 경우다. 비장애인과 아주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비장애인 가운데 조금 떨어지는 경우와는 비슷한 정도가 되었다. 과연 영악하고 자기중심적인 병원사람들에게도 박시온은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까? 아니면 그는 비장애인과 완전히 같아지게 될까?

▲ 제공:KBS
자폐아 문제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고자 하는 의도도 있었을 것이다. 병원장 최우석(천호진 분)의 설명에서도 그와 같은 의도가 분명히 읽힌다. 자폐증은 치료될 수 있다. 완치까지는 무리더라도 어느 정도 일상적인 생활이 가능한 수준까지 좋아질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그런데도 남부끄럽다고 박시온의 친아버지처럼 애써 숨기려고만 한다. 불쌍하게 여기고 안타깝게만 생각할 뿐 그들이 자신과 같은 인간이며 같은 구성원이라는 사실을 잊는다. 정작 가장 중요한 순간에 그들을 거부하는 것은 우리들 자신이다. 비정상은 누구인가? 비장애인일 뿐이다. 만일 누군가 박시온의 모습을 보고 용기를 얻어 자폐라는 장애를 이겨낼 수 있다면 아니 우리들 자신이 아주 조금이나마 인식을 바꿀 수 있다면 무척 보람있을 것이다.

아니나다를까 병원이 배경이니 병원내 파워게임이 빠지지 않는다. 병원장 자리를 둘러싸고 병원장 최우석과 이사장 이여원(나영희 분)이 부원장인 강현태와 전무 이혁필(이기열 분)등과 서로 대립하고 있다. 서로의 입장과 이해에 따라 모이고 뭉치며 때로 흩어지고 갈등하고 그렇게 부대끼며 살아간다. 다만 병원장 최우석과 대칭점에 있는 부원장 강현태의 경우 단지 탐욕과 개인적 야심에만 이끌리는 인물이라 여기기에는 남다른 점이 벌써부터 눈에 뜨인다. 최우석을 함정에 빠뜨리기 위한 수단이었음에도 그는 박시온이 갖는 가능성에 대해 다른 사람들과 달리 간과하지 않고 있다. 자폐증이라는 병 뒤에 가려진 박시온의 의사로서의 실력에 대해 의사로서 전혀 무시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미 박시온의 실력을 경험했음에도 선입견에 가려 애써 그 사실을 부정하려고만 하는 김도한(주상욱 분)과 비교되는 부분일 것이다. 

그래서 강현태는 더 강한 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 최우석의 제자로 그의 편일 수밖에 없지만 결국 김도한 역시 박시온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는 이유일 것이다. 적은 더 강해지고 아군은 더욱 주인공에 의지하게 된다. 극적 장치로서 매우 효과적이다. 적이 더 강해질수록 주인공의 존재 또한 커질 수밖에 없다. 도무지 속을 알 수 없는 인물로서 강현태를 연기하는 곽도원의 연기력은 '유령'에서와는 유리질의 명징함을 보여준다. 너무 선명해서 그 뒤가 보이지 않는다.

박시온의 자폐아 캐릭터는 사실 의학드라마라는 장르에만 한정하지 않는다면 그다지 특별할 것이 없는 캐릭터일 것이다. 많이 있어왔다. 자폐증에도 불구하고 자폐아에게 나타나는 서번트 신드롬이 특정분야에서 천재성으로 나타나며 모두가 의지하는 남다른 능력으로 보여지게 된다. 주원의 자폐증 연기는 아직 무어라 단정짓기 힘들다. 하지만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캐릭터에 대한 도전이라는 점에서 젊은 연기자의 의욕과 야망에 응원을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어색한 부분도 보이지만 지금까지는 무척 성공적이다. 앞날이 기대되는 배우일 것이다.

아직 차윤서(문채원 분)의 캐릭터는 명확히 드러나 있지 않다. 일단 다혈질이다. 술을 잘 마신다. 주사가 있다. 그리고 술에 취하면 옆에 사람이 있는 것도 모른다. 여성이라기보다는 엄마와 같을 것이다. 아이들을 사랑한다. 하기는 아이들을 좋아하지 않고서 소와외과와 같은 힘들고 어려운 분야에서 오래 버텨내기는 힘들 것이다. 누군가를 보살펴주는 것을 좋아한다. 사회적으로 박시온은 아직 아이와도 같다. 최우석이 아닌 어쩌면 김도한이 아버지 역할일까? 그는 끊임없이 박시온을 시험하며 시련을 준다. 아들은 아버지를 극복하며 어른이 되는 것이다.

흥미롭다. 소재도 흥미롭고 그것을 다루는 방식 역시 기대감을 갖게 만든다. 시작부터 충격적이었다. 그만큼 인상이 강했다. 대중드라마로서 통속적으로 넘어가는 부분도 없지는 않지만 그런 정도는 원래 양해사항이다. 흔치 않은 소아외과와 또한 거의 보기 힘든 자폐증 주인공과 그리고 이제는 익숙한 병원내 정치구도. 그럼에도 환자만을 생각하는 의사들이 그곳에 있다. 이제는 이런 드라마도 만들어진다. 커지고 넓어지고 깊어지며 다양해진다. 무엇보다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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