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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임동현 기자
  • 방송
  • 입력 2013.08.02 17:31

'땡큐' 폐지, '자연산 예능'은 끝내 오래가지 못했다

자극적인 이야기로 가득 찬 토크의 '최후의 보루', 시청률에 무너지다

[스타데일리뉴스=임동현 기자] 흔히들 음식을 먹을 때는 '자연산'을 선호한다. 인공조미료를 넣거나 색소를 넣은 음식이라면 사람들은 싫어한다. 생선회를 먹을 때도 자연산이냐 양식이냐를 가리고 양식이 아무리 발달해도 돈을 조금 더 주더라도 자연산을 먹어야한다고 말하는 미식가들이 많다.

음식만 그런 것이 아니다. 때론 우리는 화려한 것보다는 소박한 것에 더 손이 가는 경우가 많다. 요란한 장식으로 치장한 옷보다는 수수하지만 내 몸에 딱 맞는 옷이 더 좋기도 하고 넓은 커피전문점보다는 작지만 아담한 분위기의 커피숍을 더 선호하는 것처럼 말이다. 인공의 느낌, 가공의 느낌, 뭔가가 들어가지 않은 순수한 느낌을 우리는 더 선호하고 그렇게 우리는 세상을 살아간다.

그런데 이런 게 의외로 통하지 않는 곳이 있다. 바로 방송이다. 이상하게 방송은 항상 '극적'이라는 조미료가 꼭 들어가야한다. '막장'이니 '억지'니 하는 것이 들어가줘야 어느 정도 시청률이 올라간다.

특히 예능은 더욱 그렇다. 조미료가 없는 예능은 꼭 조기종영의 비운을 맞는다. 지금 시청률 10%대를 유지하고 있는 '가요무대'나 '한국인의 밥상' 스타일로 예능을 만들면 당장 나가떨어질 확률이 높은 게 사실이다.

▲ 오는 9일 종영을 앞두고 있는 SBS '땡큐'(SBS 제공)

'땡큐'의 폐지는 그래서 아쉽다. 처음 차인표와 박찬호, 혜민스님이 출연한 파일럿 프로그램이 방영됐을 때만 해도 높은 시청률은 아니었지만 본 사람들의 반응은 칭찬 일색이었다.

오랜만에 그들의 속 깊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던 시간. 자극적이지도 과장되지도 않으면서도 절로 웃음이 나오고 절로 고개가 숙여지는 프로그램. 새로운 토크 프로그램의 등장에 시청자들의 관심이 모아졌고 마침내 정규 프로로 편성됐다.

'땡큐'의 시청률은 그렇게 높지 않았다. 금요일 밤 심야 시간대라는 편성 시간도 그랬지만 무엇보다 자극적인 '양념'이 없었다.

지드래곤이 출연해도, 이효리가 출연해도, 하지원이 출연해도 그들이 자연과 함께하며 자신의 생각들을 이야기할 뿐이지 뒷담화나 해명 같은 건 나오지 않았다. 토크쇼들이, 심지어 '힐링캠프'조차도 홍보와 뒷담화로 얼룩져갈 때도 그저 묵묵히 솔직한 생각들을 이야기하고 깨달아갔던 프로그램이 '땡큐'였다.

방송을 본 사람들은 자연인으로 돌아간 그들을 보며 스스로 자신을 '힐링'할 시간을 마련할 수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단 하나, 시청률이었다. 타 방송사에 밀리며 5%대를 겨우 유지하던 시청률은 끝내 이 '힐링'의 시간을 빼앗기게 만들었다.

혹자는 '힐링캠프'가 있는데 굳이 '땡큐'가 있을 필요가 있느냐고 말한다. 사실 두 프로가 비슷한 포맷인 것은 맞다. 어찌 보면 그것이 폐지의 한 이유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힐링캠프'가 방송 초기의 모습을 계속 유지하고 있었을 때 이야기다. '힐링캠프'도 결국 조미료를 집어넣었고 이제 자연의 맛이 아닌 조미료의 맛이 나는 프로가 되고 말았다. 어찌 보면 '자연산 예능'의 마지막 보루가 '땡큐'였던 셈이다.

▲ '땡큐'의 폐지는 '자연산 예능'의 한계를 다시 보여주고 말았다(SBS 제공)

그래서 '땡큐'의 폐지는 더더욱 아쉽다. 결국 '자연산 예능'은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방송가의 불편한 진실을 확인시켜준 것이기 때문이다. 뒷담화가 없다면, 홍보가 없다면, 스캔들 폭로가 없다면 외면당하기 딱 좋다는 것을 인식시켜줬을 뿐이다.

담백한 맛을 좋아하던 이들은 이제 억지로 조미료로 가득찬 맛을 봐야한다. '자연산 예능'의 이별을 고할 때가 결국 오고 말았다. 아쉽지만 고마웠다, '땡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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