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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3.08.02 08:35

[TV줌인] 너의 목소리가 들려, "들리는 것이 아닌 들으려 노력하는 것"

단 한 사람 자신의 편, 차관우가 민준국의 마음을 녹이다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제목의 진짜 뜻은 정작 박수하(이종석 분)가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 있었다. 오히려 박수하의 마음을 읽을 수 없기에 더욱 박수하를 배려하고 이해하려 노력하는 장혜성(이보영 분)이나, 오로지 민준국(정웅인 분)의 입장에서 그가 진정으로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들어주려 노력한 차관우(윤상현 분), 더구나 마지막 장면에서 장혜성은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청각장애인들을 위해 일부러 수화까지 배우고 서툰 손짓이지만 소통을 시도하고 있었다.

들려서 듣는 것이 아니다. 들으려 하기에 들리는 것이다. 듣고자 노력하기에 들리는 것이다. 박수하의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는 능력이 오히려 드라마와 어울리지 못하고 겉돈다. 들리지 않기에. 그래서 알 수 없기에. 알지 못하기에. 그렇기 때문에 더욱 알고자 노력한다. 처음 장혜성이 박수하에게 손을 내밀게 된 이유도 그것이었다. 변호사로서 다른 사람의 마음을 알고 싶다는 욕심이 박수하라는 수단을 빌고자 한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도 그는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청각장애인들을 위해 수화를 배우고 있었다. 국선전담변호사로서의 첫사건에서 의뢰인에게 철저히 농락당했던 차관우가 이제는 민준국의 입장에서 그를 설득하고 있었다.

들으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들어주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벽이 생긴다. 그 벽이 사람을 고립시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대석은(정동환 분)은 끝까지 그 소외와 고독마저도 감수하려고 한다. 완고하게 쌓아 올린 단단한 벽에 의지한 채 그런 자신을 지키려 한다. 혹은 그 벽을 부수고자 폭력에 의지하게 된다. 드라마에서 묘사한 그대로 서대석과 민준국은 어쩌면 같은 동전의 앞뒷면과 같을 것이다. 서대석과 같은 처지에서 오히려 자신의 입장을 이해해주기를 바라며 폭력에 의지하는 가장들을 주위에서 흔히 보게 된다. 그렇게까지 자신을 함부로 굴리지 않으려는 서대석의 엄격함이 답답함을 더한다.

처음에는 들어주기를 바란다. 말해주기를 바란다. 그러나 어느 순간이 되면 들어주는 것도 말하는 것도 거추장스럽고 성가시게만 여겨진다. 누구도 들어주거나 말해주지 않는 침묵의 시간이 계속되다 보면 차라리 그같은 지금의 모습에 적응하며 익숙해지게 된다. 시끄럽다. 성가시다. 거추장스럽다. 오히려 먼저 민준국에게 마음을 열고 다가가려 하던 장혜성의 어머니 어춘심에게 민준국이 살의를 품게 된 이유였다. 의도를 가지고 변호를 맡겼던 차관우가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직접 발로 뛰어가며 민준국의 이야기를 듣고 그를 믿어주려 했을 때도 민준국은 차라리 그를 비웃고 있었다. 그러나 결국 누군가에게 자신의 말을 털어놓으려 했을 때 민준국이 찾은 것은 다름아닌 차관우였다. 그 순간에도 민준국은 차관우의 팔부터 부러뜨린다.

그것은 체념이었다. 절망이기도 했다. 자포자기이기도 했을 것이다. 누구도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려 하지 않는다. 어디에도 하소연할 곳조차 없다. 말로 전할 수 없으니 몸짓으로 전한다. 그러나 그조차도 현실에서 그의 잘못이 되고 만다. 무엇을 해야 할까?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차라리 모든 것을 이해하거나 용서하지는 못해도 가슴 한 구석에 묻어둔 채 묵묵히 다시 자신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면 아무 문제도 없었을 것이다. 속이야 썩어문드러지고 그로 인해 고통은 클지언정 더 큰 비극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에게는 치매에 걸린 늙은 어머니와 어른 자식이 있었다. 그러나 단절로 인한 절박함은 그를 궁지로 내몰고 만다. 만일 그때 누군가 그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주는 척이라도 했다면 그는 그렇게까지 극단적인 상황으로 자신을 내몰지는 않았을 것이다.

▲ 제공:SBS

더 큰 체념이었다. 더 큰 절망이었다. 축복받았다. 자신과는 전혀 다른 조건에 있었다. 설사 장혜성이 자신의 손에 해를 입었다 하더라도 박수하의 곁에는 경찰들이 있었다. 변호사도 있었다. 검사도 있었다. 굳이 박수하가 나서지 않아도 그들이 자신에게 책임을 물어줄 것이다. 법정에 세울 것이고, 법에 의해 심판을 받도록 할 것이다. 허무하다. 이제까지 악착같이 버티며 발버둥치던 것이 어리석어 보이기까지 한다. 힘이 빠지고 만다. 다시 경찰에 체포되었을 때 민준국에게서는 전과 같은 독기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아마 그런 현실을 민준국에게 가르쳐주는 것 역시 소통의 역할이었을 것이다. 헛된 기대를 갖지 않아도 된다.

하기는 민준국이 더 분노하고 절망한 이유였을 것이다. 아예 처음부터 치료가 불가능한 병이었다면. 심장이 없어서 차례도 기다리지 못하고 결국 죽고 만 것이었다면. 그러나 살릴 수 있다는 기대가 있었다. 비로소 작은 희망이라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그것을 빼앗기고 말았다. 아예 처음부터 자기의 것이 아니었다면 모르겠는데 주었다 뺐으니 더 억울하고 더 원망하게 되는 것이다. 가눌길 없는 감정을 그는 극단의 형태로 표출하고 만다. 차라리 그것이 현실이며 그것을 받아들여야 함을 처음부터 알았다면 그렇게까지 극단으로 치닫지는 않았을 것이다. 더 억울한 일을 당하면서도 힘겨운 삶을 사람들은 지금껏 잘도 견뎌왔었다.

사람을 칼로 찔렀다. 우연이었다. 돌발상황이었다. 민준국을 죽이려 칼로 찌르는데 장혜성이 먼저 달려와 그 앞을 막아섰다. 하지만 분명 박수하는 장혜성을 찔렀고, 그 전에는 민준국을 죽일 의도를 가지고 흉기를 휘두르고 있었다. 그러나 차관우의 부탁이 있었고, 판사 김공숙(김광규 분)의 설득이 있었으며, 무엇보다 장혜성과의 관계가 걸렸다. 만일 박수하가 전혀 모르는 사람이었다면, 그래서 그같은 부탁이나 설득이, 아니 굳이 그런 것들을 고려해야 할 만한 이유가 전혀 아무것도 없었더라면, 그런데도 서도연(이다희 분)은 박수하를 선처할 마음을 먹을 수 있었을까? 박수하가 아닌 다른 사람이었더라도 서도연은 그에게 법의 관용과 온정을 베풀 결심을 가지게 되었을까 하는 것이다. 어땠을까?

주제를 안다. 분수를 안다. 현명하다고들 말한다. 아들을 생각하라. 늙으신 어머니를 생각하라. 현실을 받아들이라. 그러지 못했다. 그래서 어리석었다. 후회한다. 아내를 죽게 만든 그들에게 복수한 것을 후회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로 인해 정작 자신의 보살핌이 필요했던 어머니와 자식이 죽도록 방치하고 말았다. 장혜성은 잘못한 것이 없다. 장혜성의 어머니 어춘심 역시 잘못한 것이란 아무것도 없었다. 처음 그들을 죽인 그 행위 자체에 대한 후회가 아닌 그로 인한 결과에 대한 반성이다.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인정하지 않으면 안된다. 박수하가 그것을 가르쳐준다. 너희는 놓인 환경이나 주어진 조건이 너무나 다르다. 박수하는 어떻게 해도 자신과 같은 괴물이 되지 않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기대게 된다. 자신의 말을 들어줄 한 사람을. 유일하게 자신의 말을 진지하게 들어주고 믿어주려 했던 오직 한 사람을. 모든 것을 놓아버리니 집착도 사라진다. 그리고 원래의 간절함을 다시 되돌리게 된다. 그래도 인정받았다. 처음 자신이 그들을 죽일 결심을 하게 된 그 순간의 절박함을 법으로부터 인정받았다. 그것으로 족하다. 차관우는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었고, 법은 차관우의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그것을 바랐던 것이었다.

박수하에게 사람의 마음을 읽는 능력이 생겨난 이유였을 것이다. 아마 드라마에 신과 같은 존재가 있었다면 아버지가 지은 죄를 대신해 박수하에게 무거운 과제를 내려주었을 것이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들으라. 말로 다하지 못할 이야기를 마음으로부터 직접 듣고 그를 이해해주라. 그리고 박수하의 숙제를 푼 것은 다름아닌 차관우였을 것이다. 굳이 마음을 읽는 능력이 없이도 그는 누구보다 깊이 민준국을 이해할 수 있었다. 민준국을 이해하게 되었을 때 박수하에게서도 장혜성에게서도 민준국에 대한 증오도 사라졌다. 물론 민준국 자신도 자신이 지은 죄에 대한 댓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그것은 엄정한 법칙이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면. 다른 사람의 진심을 읽을 수 있다면. 그러나 쉽지는 않다. 장혜성이 자신과의 앞날을 두려워한다. 항상 헤어질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설사 그런 상황이 되더라도 자신이 능동적으로 대처할 것을 다짐하고 결심한다. 노력해간다.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하고 있는 일이다. 마음을 읽는 능력은 단지 그를 위한 보다 편리한 전제일 뿐. 마지막에 박수하의 능력이란 정말 사소해진다. 굳이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지 못해도 사람들은 서로를 이해하며 이해하려 노력하며 함께 살아간다. 그렇게 살아왔다.

역시 첫째는 조건이다. 환경이다. 변호사 연인이 있다. 연인의 친구로 검사가 있다. 변호사인 연인에게는 역시 변호사인 동료가 있다. 경찰과도 서로 인연이 있다. 결국은 박수하의 말을 들어주는 사람들이다. 박수하의 입장에서 듣고 생각해주는 사람들이다. 실질적인 힘이 되어준다. 현실적이다. 박수하는 민준국이 되지 않는다. 민준국에게도 그런 한 사람이 생겼다. 늦었지만 그는 비로소 자신에게 솔직해진다. 너무 오래 걸렸다. 해피엔딩이다. 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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