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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임동현 기자
  • 이슈뉴스
  • 입력 2013.07.28 21:31

[리뷰] '설국열차' 너무나 익숙한 이야기, 보편적이기에 강렬하다

전 세계의 문제를 '열차 안 사건' 속에서 표현, 혁명이 어려운 이유는 이것이었다

[스타데일리뉴스=임동현 기자] '인류가 멸망하고 살아남은 인간들이 타고 있는 열차. 꼬리칸에는 춥고 배고픈 빈민들이 모여있고 앞칸에는 부유한 사람들이 술과 마약까지 즐기며 산다. 꼬리칸의 지도자는 사람들을 해방시키기 위해 마침내 앞칸까지 전진해 절대 권력자를 처단하고 기차를 자신들의 세계로 만들기로 한다'

한국영화의 기대작으로 떠오른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의 주내용이다. 이 내용만 봐도 어떤 이야기가 어떻게 펼쳐질지 눈에 선하지 않은가?

꼬리칸의 사람들이 그야말로 인간 이하의 비참한 삶을 영위하고 그들에게 명령과 협박을 일삼는 이들이 등장하고 그들을 처단하기 위해 일어선 꼬리칸 사람들을 폭력으로 막으려하고 희생을 무릅쓰고 맨 앞칸을 향해 전진하고.. 이렇게 전개되리라도 다들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영화는 그 예상을 그대로 담아낸다.

▲ 꼬리칸의 리더 커티스(크리스 에반스 분) (모호필름 제공)

많은 이들이 이 영화 속 '도끼 액션', 혹은 '봉테일'을 들먹이며 이 영화가 하나의 재미있는 영화라고 이야기들을 한다. 실제로 기자도 오랜만에 영화에 몰입하면서 두 시간 이상을 '즐겼었다'.

하지만 이 영화에 몰입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익숙함'이었다. 예상했던 전개, 그로 인한 익숙함이 이 영화를 오히려 재미있게 만든 것이다.

생각해보면 이 영화의 캐릭터들은 굉장히 전형적이다. 반란의 리더 커티스(크리스 에반스 분)는 심사숙고하고 냉정하며 열차의 보안설계자인 남궁민수(송강호 분)는 기존 송강호 캐릭터를 그대로 답습한다.

열차의 2인자 총리 메이슨(틸다 스윈튼 분)은 거만하고 허세에 찌든, 그러나 위기를 맞이하면 목숨을 구걸하는 비열한 권력자의 전형이며 반항아 에드가(제이미 벨 분)나 열차 안의 성자 길리엄(존 허트 분)등도 전형성을 가지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 비열한 권력자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 총리 메이슨(틸다 스윈튼 분) (모호필름 제공)

결국 이 영화는 도식화가 가능하다. 영화 속 열차는 전 세계를 상징하고 다양한 인종과 국적의 인간들이 좁은 자리에서 아귀다툼을 하는 곳이 지금 우리가 사는 지구다. 그들을 억압하는 권력자들은 복종만을 강요할 뿐 그들이 먹고 사는 것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 오직 '충성'만을 강요하고 반항하면 군인을 동원해 찍어누른다.

그리고 최고 권력자인 윌포드(에드 해리스)는 기차의 주인이다. 여기서 기업이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이미 그것은 현실이 됐다.

그것을 뒤엎고자 커티스와 꼬리칸 사람들은 전진한다. 혁명이다. 혁명은 반드시 수많은 희생자가 생기기 마련이다. 그들의 희생을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남은 이들은 혁명의 완수를 향해 전진한다.

하지만 막상 승리가 목전에 다다를 무렵 엄청난 유혹이 기다리고 있는 게 사실이다. 혁명의 의미가 사라질 수 있는 그 강한 유혹. 그래서 남궁민수는 '엄청난 시도'를 결심하고 결국 실행에 옮긴다.

▲ 열차의 보안설계자 남궁민수(송강호 분) (모호필름 제공)

자꾸 이 영화의 보편성, 전형성을 강조하는 이유가 있다. 이것이 바로 '설국열차'가 세계 관객들에게 보여주려고하는 메시지다. 어느 나라에나 있는 빈부의 싸움, 혁명에 대한 열망, 그리고 이상과 현실 속의 괴리, 끊임없는 권력층의 유혹 등 열차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바로 지금 세계에서, 대한민국이란 나라에서 아니 어느 나라나 상관없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알리고 있는 것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올려야한다는 법원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따르지 않으며 도리어 그들을 지원하러 온 사람들을 용역을 동원해 폭력으로 제압하는, 그러고도 경찰이 손을 쓰지 못하는 자동차 회사의 모습을 생각해보라. 정말 비슷하지 않은가?

▲ '설국열차'의 포스터. 남궁민수(송강호 분)의 '무모한 시도'가 엿보이는 포스터다(모호필름 제공)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사실로 인정되고 국정원의 대선 개입 의혹도 현 정부의 보호속에 아무렇지 않게 지나가려는 꼼수가 횡횡하는 지금, 2013년 한국의, 아니 세계의 자화상이라고 볼 수 있는 '설국열차'가 전하는 메시지는 보편적이어서 오히려 더 강렬하다. 가장 민감한 이야기일 수 있는 것을 봉준호는 마치 한 편의 큰 우화로 풀어낸다. 그래서 깨닫기 쉽다. 위에서 이야기한 모든 것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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