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 기자명 권상집 칼럼니스트
  • 칼럼
  • 입력 2013.07.27 16:27

[권상집 칼럼] 아티스트 정신이 사라진 퇴보하는 가요계

대중음악과 아이돌, 그 가치를 다시 생각해본다

[스타데일리뉴스=권상집 칼럼니스트] 지금의 10대~20대 젊은 세대에겐 낯선 이야기 또는 전혀 모르는 이야기가 될 수 있겠지만 25년 전에 우리 청소년들을 열광케 한 주인공은 국내 가수가 아닌 해외 팝스타였다. 그들의 내한공연과 팬클럽은 내내 화제와 이슈가 되었으며, 팝스타의 국내 내한공연이 연예계 최고의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 단적인 예가 바로 1992년 2월 17일 잠실 체조경기장에서 진행된 뉴키즈온더블럭(NKOTB)의 내한공연이었다. 안타깝게 공연 도중 여학생 1명이 숨지는 믿기 힘든 사건이 벌어지며, 청소년 문화와 국내 음악에 대한 비판과 자성의 목소리가 한동안 뉴스의 중심을 차지했다. 벌써 21년 전 이야기다.

그 이후, 1992년 ‘서태지와 아이들’이라는 (상투적 표현에 의하면, 혜성같이 등장한) 3인조 그룹이 등장하며 이들의 음악과 춤은 당시 대한민국 청소년 남녀 가리지 않고 모두에게 매우 깊은 영향을 미쳤다. 랩과 힙합이라는 당시만 해도 생소한 음악적 용어가 그들로 인해 청소년들에게 보편적인 하나의 키워드가 되었고, 작사와 작곡을 스스로 하던 서태지라는 당시 젊은 가수(데뷔할 때 그의 나이는 21세였으나 자신의 모든 노래를 작사, 작곡)는 문화 대통령, 시대의 아이콘, 정규교육을 거부한 시대의 천재로 청소년들의 진정한 아이돌(우상)으로 군림하게 되었다.

90년대만 해도 기획사의 흔히 찍어내는 듯한 아이돌 그룹은 많지 않았다. 당시 인기를 구가하던 서태지, 듀스의 이현도 모두 작사와 작곡을 스스로 해냈으며, 발라드의 황제로 군림한 신승훈 역시 자신의 모든 노래에 대한 작사/작곡과 함께 프로듀서의 능력을 일찌감치 보여주었다. 또한, O15B의 정석원, NEXT의 신해철, 푸른 하늘의 유영석, 전람회의 김동률 등 언더그라운드 가수들의 음악이 대학생들에게 인기를 구가하며 방송에 나오지 않아도 50~100만장의 음반을 팔 수 있었던 아티스트들이 한국 가요계의 호황을 만들었다. 놀라운 점은 그들 조차도, 한쪽에선 ‘문화 대통령’, ‘가요계의 우상’이라고 인정 받았던 반면, 다른 한쪽에선 ‘또 하나의 하루살이 연예인’, ‘시류에 편승한 엔터테이너’ 등으로 저평가를 받았다.

본론에 비해 다소 이렇게 서론이 길었던 이유는 그 시절과 지금을 비교하면, 현재의 가요계는 오히려 전진하지 못하고 너무 많이 퇴보했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대중음악이란 개념 자체가 대중의 기호에 따라 만들어지고 공유되고 소멸되는 일정 주기를 가진 음악이라고 하나, 요즘 음악들은 일회용 인스턴트 식품처럼 소비되기에 음악에 있어 진정성과 가치, 추억을 불러일으키기가 쉽지 않다. 그나마, 90년대 중반 이후 등장했던 HOT나 젝스키스 등은 시대 상황을 비판한 노래를 가끔 제시하기도 했으며, 핑클과 SES 등은 소녀그룹으로서 감성과 때묻지 않은 순수함을 무기로 가요계에 돌풍을 일으키기도 했다.

요즘 시대엔 이마저도 존재하지 않는 점이 안타깝다. 아이돌 그룹을 6~7년 이상 트레이닝 시킨다고 하면서도 그들에게 노래와 춤에 대한 연습만을 강조할 뿐, 작사와 작곡에 대한 진지한 교육을 병행시키고 있다는 기획사에 관해선 필자가 아직 과문한 탓인지 들어본 적이 별로 없다. 생계형 노출과 낯뜨거운 선정적인 가사로 걸그룹이 ‘음악’이 아닌 ‘상업화’의 노예가 되고 있으며, 이들에게 아티스트로서의 자세와 철학을 강조하는 건 이미 구시대적 관념에 가깝다. 걸그룹들의 “내 다리를 봐”, “날 받아줘”와 같은 성 상품화에 불과한 가사와 하의 실종이 일반화되는 일회용 안무 및 무대 의상은 보는 이에게 즐거움보다 안타까움을 불러일으키곤 한다.

대중음악이 ‘청소년들의 지배문화에 대한 저항’ 이거나 ‘듣는 이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이를 상기시키는 예술'이는 학자들의 고상한 의견을 주장하자는 게 필자의 생각은 아니다. 적어도 인스턴트 식품과 같은 음악과 춤, 의상은 보여주지 말았으면 하는 것이 필자의 바램이다. 아이돌(Idol)이란 말은 우상이라는 뜻이다. 물론 이 용어 마저도 성인돌, 성형돌 등 정체 불명의 용어로 변질되며 방송에 남발되고 있지만... 적어도 우리 청소년들에게 말 그대로 진정한 우상다운 아티스트로서의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한다. 물론, 이 모든 책임은 가수보다 기획사에게 있다. 고품질의 아티스트를 빚어내기 이전에 “일단 뜨고 보자”라는 심리로 찍어내는 각종 기획사들의 엔터테이너가 청소년과 음악 애호가들의 눈과 귀를 열게 해줄 수 없다는 점은 명약관화한 사실이다.

- 권상집 카이스트 기술경영전문대학원 박사

(한국개발연구원(KDI) `미래 한국 아이디어 공모전' 논문 대상자) 

 

모바일에서 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