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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 칼럼] 화제가 된 방시혁 대표의 서울대 졸업식 축사
부조리에 분노하고 상식을 구현하기 위해 노력하라
2019년 02월 27일 (수) 17: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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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 칼럼니스트 risktaker@dongguk.ac.kr

   
▲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방시혁 대표이사가 모교인 서울대학교에서 지난 26일 축사에 참여했다. (서울대학교 제공)

[스타데일리뉴스=권상집 칼럼니스트] 대학 졸업식에서 저명인사의 축사만큼 따분하고 졸업생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것도 드물다. 강당에서 대학이 각 분야의 전문가를 초빙해서 축사할 때 졸업생들은 이미 학교 밖에서 사진을 촬영하고 졸업장을 받아가기에 바쁘다. 미국 대학이 졸업식의 가장 중요한 이벤트로 한 해 동안 학생들에게 가장 깊은 영감을 준 인물을 초대하여 축사를 전달하는데 비해 국내는 학생들도 잘 모르는 전문가들이 졸업식에 참석하여 지루한 조언을 되풀이 하고 ‘큰 꿈을 갖고 당당히 임해라’라는 틀에 박힌 얘기만 하니 축사에 무관심한 졸업생들을 탓하기도 어려운 지경이다.

이 가운데 방시혁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대표가 26일 서울대학교 전기 학위수여식(졸업식)에 졸업생들에게 축사를 전하기 위해 등장했다. 오세정 신임 서울대 총장의 간곡한 요청으로 방시혁 대표를 어렵게 섭외했다는 후문은 업계에도 들렸다. 참고로 대중문화계 인사가 서울대학교 졸업식에 축사를 전달하기 위해 섭외된 건 방시혁 대표가 사상 처음이다. 안철수 KAIST 교수가 축사를 했던 2011년이나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대표가 2013년 축사를 했던 점도 서울대 내부에서는 화제였지만 이는 모두 신입생 입학식에서 이루어진 축사였다.

참고로 그 동안 서울대 졸업식 축사는 대부분 역대 대통령이나 총리, 교수가 진행했다. 1974년 서울대 졸업식 축사에서 박정희 대통령은 그 유명한 ‘민족중흥’과 ‘근대화’를 얘기했으니 졸업생들이 관심을 가졌을 리 없다. 특히, 유신 직후 참석한 박정희 대통령의 축사에서 졸업생들이 뒤돌아 앉는 사태까지 발생하면서 대통령의 서울대 졸업식 축사 관행은 이후 사라졌다. 역대 대통령이나 주요 공직자가 국내 여러 대학 졸업식에서 다양한 축사를 전달했지만 졸업생들의 뇌리에 각인된 기억은 별로 없다. 모두가 거시적이고 뚜렷하지 않은 메시지만 전달했기 때문이다.

방시혁 대표도 뻔한 조언을 하는 것이 부담스러워 졸업식 축사를 수 차례 고사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학교의 어려운 요청을 수락했고 서울대 졸업생으로서 후배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메시지를 담담하게 전달하여 많은 졸업생들에게 공감을 주었다. 과거 서울대를 비롯해 국내 명문대학의 축사 메시지 중 단골이었던 혁신인재, 창조적 성장, 환경 보존, 주인의식, 이타심 등을 배제한 후 방시혁 대표는 자신의 ‘성정(性情)’에 포커스를 두고 얘기하였다. 그는 음악을 최종 직업으로 삼기까지 대단한 결단이나 결정적 순간은 없었다는 평범한 소회도 밝혔다.

평소 서울대 졸업식에서 성공한 명사들이 언급한 ‘원대한 꿈’이나 거창한 비전을 얘기하지 않은 방시혁 대표는 지금의 졸업생들과 마찬가지로 자신 역시 큰 그림을 그리는 야망가도 아니었고 그때그때 순간순간 선택해서 걸어왔지 분명한 인생 로드맵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대신 그는 장기적인 방향이나 원대한 포부는 없었지만 무사안일에 분노했고 여러 가지 핑계를 대며 적당한 선에서 끝내려는 악습과 관행에 화를 내고 강하게 맞서며 성장했다고 얘기했다. 무기력이나 관행에 굴복하지 말고 분노하라는 메시지는 원대한 꿈보다 졸업생들에게 참신하게 다가왔다.

방시혁 대표는 왜 하필 졸업생들에게 분노를 강조했을까? 그가 마주한 음악 산업 더 나아가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과거에도 그렇지만 지금도 상식이 통용되지 않고 불합리한 관행이 팽배한 산업이다. 실력이 아닌 인맥으로 방송 출연이 지금도 이루어지고 있고 여전히 부조리가 가득 찬 노예계약이 기획사와 연습생들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다. 부당한 대우에 침묵하는 이들이 늘어날 때 그리고 서울대 졸업생들이 기득권에 안주할 때 사회의 불합리와 부조리는 더욱 커진다는 점을 주장하면서 그는 졸업생들의 행복이 상식에 기반하길 바란다는 소망을 밝혔다.

공공의 선에 해를 끼치고 자신의 이익과 욕망을 추구하는 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다른 사람을 사랑한다고 말하면서도 자기 자신이 더 많은 것을 받길 원하고 자신의 이익에만 더 관심을 갖는 이기적인 욕구가 커져나갈 때 관행과 관습은 소리 없이 우리에게 찾아오고 부조리와 몰상식한 분위기는 순식간에 사회를 장악한다. 이런 면에서 리더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가장 중요하게 인식해야 할 서울대 졸업생들에게 상식을 구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부조리에 분노하라는 방시혁 대표의 축사는 분명 우리 사회 고루한 인사들이 반복한 주장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였다.

많은 사람들이 졸업하고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이들에게 꿈을 꾸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방시혁 대표는 졸업식 축사에서도 줄곧 자신은 앞으로도 꿈 없이 살 것이고 불확실한 미래를 구체화하기 위해 시간을 소모할 바에 지금 주어진 부조리한 문제를 개선하는데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얘기했다. 먼 미래보다 삶의 한 순간 한 순간에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관행에 빠지지 않도록 성찰하며 분노하면 끝내 그러한 습관은 소명이 된다는 방시혁 대표의 메시지. 서울대 졸업생을 포함, 관행과 악습에 침묵하는 모든 사람들이 더 경청해야 할 묵직한 울림이다.

- 권상집 동국대 상경대학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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