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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제니 기자
  • 영화
  • 입력 2019.02.22 08:00

[S리뷰] ‘어쩌다, 결혼’, 신선하지만 어딘가 부족한 로코

▲ 영화 '어쩌다 결혼' 포스터 (BA엔터테인먼트, CGV아트하우스 제공)

[스타데일리뉴스=김제니 기자] 로맨스를 덜어내며 ‘로코 아닌 로코’로 불리는 영화 ‘어쩌다, 결혼’이 신선함 이외에 특별한 매력을 풍기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어쩌다, 결혼’은 자유를 얻기 위해 결혼을 계획하는 성석(김동욱 분)과 내 인생을 찾기 위해 결혼을 선택한 해주(고성희 분)가 서로의 목적을 위해 딱 3년만 결혼하는 ‘척’, 같이 사는 ‘척’ 하기로 계약한 뒤의 이야기를 그려낸 영화다.

핑크빛 포스터부터 사랑스러움을 뽐내는 ‘어쩌다, 결혼’은 예상과는 달리 로맨틱코미디라는 옷을 어깨가 살짝 걸치기만 했을 뿐 선남선녀의 로맨스를 그리진 않는다. 오히려 로코라는 장르를 비틀어 두 남녀의 현실적인 꿈과 사랑을 이야기한다.

▲ 영화 '어쩌다 결혼' 스틸컷 (BA엔터테인먼트, CGV아트하우스 제공)

‘어쩌다, 결혼’에는 여타 영화에서는 흔히 찾아볼 수 없는 특별함이 있다. 첫 번째로는 성별이 다른 두 감독이 이 영화를 공동연출했다는 점이다. 10년간 영화 현장에서 조감독, 스크립터로 일하며 인연을 쌓은 박호찬, 박수진 감독은 각자의 시선에서 남성 캐릭터와 여성 캐릭터를 구축해냈다. 

이와 관련해 박호찬 감독은 언론시사회에서 “여성들이 가족들, 친구들과 나눈 감정적인 교감이 내가 나눈 것과는 크게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런 부분을 입체적으로 그리지 않았나 싶다”라며 공동연출을 통해 남녀의 차이점을 더욱 도드라지게 표현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는 특별한 결말이다. 앞서 설명했듯 ‘어쩌다, 결혼’은 로맨틱코미디 장르를 띄고 있지만, 로코의 공식을 따르지 않아 신선함을 선사한다. 누구나 예측 가능한 ‘해피엔딩’이 아닌 ‘리얼엔딩’을 그려낸 이 영화는 2030세대의 현실적인 결혼관을 작품에 녹여내 공감지수를 높인다.

▲ 영화 '어쩌다 결혼' 스틸컷 (BA엔터테인먼트, CGV아트하우스 제공)

마지막 특별함은 이 영화의 비밀병기인 카메오다. 정우성, 이정재, 염정아, 조우진 등 화려한 카메오는 영화의 감칠맛을 더한다. 이들은 예상치 못한 장면에서 불쑥불쑥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관객들에게 웃음을 선물한다. 상당한 내공을 가진 수많은 카메오는 짧은 출연임에도 ‘어쩌다, 결혼’의 든든한 지원군으로서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그러나 새로움과 특별함이라는 매력 속에서 진부한 설정은 아쉬움을 남겼다. 특히 웃음을 저격하고 만들어진 듯한 해주(고성희 분)의 오빠 캐릭터는 과한 설정 탓에 억지웃음조차 견인하지 못했다. 또한, 뻔하디뻔한 설정의 남성 캐릭터나 여성 캐릭터에게선 어떠한 매력도 느낄 수 없었다.

▲ 영화 '어쩌다 결혼' 스틸컷 (BA엔터테인먼트, CGV아트하우스 제공)

게다가 짧은 상영시간 탓인지 두 주인공의 배경 설명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 덕에 두 주인공의 감정선이나 행동은 관객들을 완벽하게 설득할 수 없다. 특히, 고성희가 맡은 해주는 영화의 주요 소재인 ‘가짜 결혼’을 선택한 뚜렷한 이유조차 알 수 없다.

그저 불의의 사고로 인해 꿈을 포기하게 됐으며, 체대 조교수 정규직 전환에 실패하고, 선을 여러 번 봤다는 정보밖에 알 수 없는 관객들은 자칫 해주(고성희 분)가 그저 성석(김동욱 분)의 달콤한 금전적 제안에 넘어간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이렇게 해주 캐릭터가 해석되는 순간 이 영화의 기획 의도 자체가 어그러지는 것이기에 더욱 아쉽지 않을 수 없다. 

한편 영화 ‘어쩌다, 결혼’은 오는 27일에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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