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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서문원 기자
  • 영화
  • 입력 2019.02.20 18:25

27일 개봉 다큐 '칠곡 가시나들' 극적이지 않아도 뭉클하다

러닝타임 100분, 그 흔한 드라마 신파 없이 시선 사로잡아

[스타데일리뉴스=서문원 기자] 오는 27일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칠곡 가시나들'은 평균 나이 86세인 할머니 일곱 분(박금분, 곽두조, 강금연, 안윤선, 박월선, 김두선, 이원순, 박복형)의 첫 한글 공부를 다뤘다.

3년의 제작기간은 작위성과 드라마를 제거하고 평범한 일상으로 그림같은 영상과 유머, 소소한 행복을 전해준다. 런닝타임 100분이 지루할 틈 없다.   

▲ 다큐영화 '칠곡 가시나들' 스틸컷(단유필름)

삐뚤빼뚤한 한글 쓰기, 몇 마디 없지만 누구나 충분히 느낄수 있는 일상 속 소소한 대화, 걷다 보면 만나는 뚝방길과 모두를 비춘 석양, 아슬해 보였던 빗길 사찰 방문 등 비교적 느린 템포로 할머니들의 삶을 비춘다.

아픈 자식을 위해 하던 일 멈추고 먼 곳에 있는 병원을 찾아간 노모, 집 돌볼 사람없어 학교도 못나오고 손주들 돌보기 바쁜 누군가의 어머니. 

소학교 시절 일어는 배웠어도 한글은 배우지 못했던 할머니, 고된 시집살이로 놓친 시간들, 가족 부양하느라 배움을 놓친 사연들, 여기에 덧붙여진 농촌마을 칠곡군 곳곳의 평화로운 하루. 잔잔하면서도 끝내 뭉클함으로 가득한 파노라마로 채웠다.

영화 '칠곡 가시나들'(배급: 인디플러그, 더피플)의 가장 큰 줄기는 비록 작지만 소소함으로 가득한 행복. 어린 손주들도 진작 깨우친 한글을 난생 처음 배우고, 처음으로 성인이 된 자식들에게 편지를 쓰고, 몰라서 지나쳤던 약수터 운동기구 사용요령을 알아낸다. 아울러 다시금 세상을 바라보며 써내려간 일곱 할머니들의 싯귀절도 보여준다. 

100분의 파노라마, 한글을 깨우친 할머니들의 달라진 일상

영화 '칠곡 가시나들'(제작: 단유필름)을 연출한 김재환 감독의 한결같은 화두는 대중이다. 평범한 사람들이 주인공이다. 굳이 감독의 의도를 영화 속에서 찾아보면 시선 유도가 전부다.

김재환 감독의 첫 영화인 '트루맛쇼'(2011)가 각종 방송매체의 호평에 가려진 맛집의 실체를 일반 대중에게 알렸다면. 2012년작 'MB의 추억'은 정치권에 자리잡은 위선과 모순을 만나는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고발한다.

또한 성직자의 비리 작태와 기만 당한 대중을 비춘 '쿼바디스'(2014), 지난해 상영된 '미스 프레지던트'는 전직 대통령을 추종하는 사람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보여주며 대중의 잠재 의식 혹은 침묵 속에 가려진 진심을 담은 시선을 파헤친다.

즉 감독의 주관 보다 인터뷰 대상의 시선과 발언이 내러티브의 골격을 이뤘다. 대중의 의견이 가감없이 반영된 것이다.

이달 말 개봉하는 '칠곡 가시나들' 또한, 감독의 입김은 배제됐고, 극중 모든 에피소드가 일곱 할머니들의 수다와 느릿한 걸음 속에서 드러난다.

가령, "난생처음 한글을 배운다"라는 레시피, 한글학교 8학년 6반을 지도하는 주석희 선생님의 숫가락이 전부. 나머진 할머니들이 식재료부터 취사도구까지 알아서 다 구해와 맛나는 요리를 할 뿐이다. 이분들의 촌철살인과도 같은 수다와 희노애락은 덤이다.

모니터 보다는 스크린이 잘 어울리는 '칠곡 가시나들'은 오는 2월 27일 개봉한다. 모처럼 가족 모두가 같이 볼수 있는 전체관람가 다큐멘터리로 주말 연휴, 그간 잊고 있었던 할머니들의 고왔던 시절과 한결 같은 순수함을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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