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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박홍준 기자
  • 영화
  • 입력 2013.07.09 05:45

[리뷰] 미스터 고, "진일보한 한국 영화, 그 성취를 3D로 확인하자"

[스타데일리뉴스=박홍준 기자]

미스터 고(Mr. Go)

감독: 김용화

출연: 성동일, 서교, 김희원, 김강우, 김정태

▲ 제공:쇼박스

할아버지가 돌악가신 후 홀로 전통의 룡파 서커스를 이끄는 15세 소녀 '웨이웨이'(서교 분). 그녀의 유일한 친구이자 가족은 태어날 때부터 함께 해온 45세 고릴라 '링링'뿐이다. 

할아버지가 남긴 빚을 갚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웨이웨이는 큰 돈을 벌게 해주겠다는 악명 높은 에이전트 '성충수'(성동일 분)의 제안에 링링과 함께 한국행을 결심한다. 고릴라가 야구를 한다는 위험천만한 발상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돈이라면 무엇이든 하고 마는 성충수 덕에 링링은 한국 프로야구에 정식으로 데뷔하게 되고, 타고난 힘과 스피드, 오랜 훈련으로 다져진 정확함까지 갖춘 링링은 곧 전국민의 슈퍼스타로 거듭나게 되는데... 

 

동물(Beast), 스포츠(Sports)의 불가능해 보이지만 매력적인 조합.

3B 법칙이란 게 있다. 아이(Baby), 미녀(Beauty), 동물(Beast)을 등장시키면 성공한다는 이 오랜 불문율은 비단 광고뿐 아니라 영화에서도 통용되는 법칙이다. 특히나 동물은 친숙함과 매력이라는 측면에서 영화소재로 안성맞춤이다. [베토벤], [플루크], [꼬마돼지 데이브], [프리 윌리] 등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은 영화들이 그것을 증명한다. 게다가 재미와 감동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에 스포츠만큼 적합한 소재가 또 어디 있겠는가? 그 중 야구는 경기가 종료되기 전까지 승패를 확정하기 힘들 정도로 역전이 많이 나오는 경기다. 그만큼 야구라는 스포츠는 영화 소재로 최적이라는 소리다. [내츄럴], [메이저 리그], [베이브], [꿈의 구장], [루키] 등 주옥 같은 헐리우드 야구 영화를 거론할 필요도 없이 [공포의 외인구단], [슈퍼스타 감사용], [YMCA 야구단] 등 한국영화에서도 야구를 소재로 한 영화가 많이 제작되었다는 사실이 그것을 증명한다. 그런 의미에서 동물과 스포츠의 조합이란 영화 제작자로서는 지나칠 수 없는 매력적인 영화 소재이자 감독으로서는 도전해 보고 싶은 난해한 장르이기도 하다. 자, 그럼 고릴라가 야구를 한다면 어떤 영화가 나올 것인가?

 

누구나 호기심을 가질 만한 소재이기도 하지만 그 전에 '과연 그것이 가능할까?' 라는 의문이 먼저 드는 이유는 영화적 개연성과 현실적인 제작 가능성은 차치하고서라도 실질적으로 과연 재미가 있을까라는 의문부호가 동반되기 때문이다. 각각은 매력적이지만 그것의 조합은 과연 누가 이런 콤비네이션을 제일 처음 구상했을까 의문이 드는, 정체불명의 맛인 '햄멜론'처럼 말이다. 하지만 영화의 감독이 '김용화'라면 일단 걱정보다는 기대감이 먼저 들 수밖에 없다. [오! 브라더스], [미녀는 괴로워], [국가대표]를 통해 한국영화 최고의 감독임을 입증한 그라면 필자는 김용화 감독이 한국에서 영화를 가장 잘 만드는 감독 중 하나라고 자신한다. 최소한 웰메이드 장르영화만큼은 그가 최고라 말할 수 있다. 

 

물론 원숭이가 야구를 하는 영화는 이전에도 있었다. (헐리웃 영화 [에드]). 하지만 한국 영화에서 동물이 주인공인 영화는(극을 이끌어가는 순수한 의미의 진짜 주인공) 아직 없었다. [아기공룡 둘리]나 [날아라 슈퍼보드] 같은 애니메이션이 아니고서야 그 누구도 감히 시도해 볼 생각조차 못한 이 비현실적인 프로젝트가 100% CG캐릭터인 링링과 3D 상영방식으로 올 여름 관객을 찾아온다. 영화를 바라보는 관객은 이제 링링이 얼마나 실제 같은지를 두 눈을 크게 뜨고 바라볼 것이다. 그러나 그럴 필요는 없다. 이제 한국 영화는 더 이상 [디 워]나 [해운대] 같은 조잡한 CG로 관객을 기만하지 않는다. 

 

그러나 여기서 치명적이고도 안타까운 오류가 생긴다. 한국 영화계에서 CGI에 미장센을 의존하는 영화들은 대부분 주객전도의 잘못을 범하고 평론가에겐 혹평을 듣고 관객들에겐 자괴감만 주었다. 정작 중요한 것은 플롯과 캐릭터인데 그것을 등한시하고 시각효과에만 치중한 나머지 빈 껍데기 같은 공허하고도 어설픈 이미지들의 조합만을 양산해 내었던 것이다. 이제는 관객들도 더이상 [디 워]나 [7광구] 같은 저질 영화에 속지 않는다. 물론 [미스터 고]의 제작 단계부터 이런 우려를 한 사람들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그 이유는 단 하나다. 이 프로젝트의 수장이 김용화 감독이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허무맹랑한 프로젝트로 치부되었을 이 맹랑한 조합이 김용화라는 사람 때문에 우려보다는 기대감이 우선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런 김용화 감독도 그답지 않은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지나치게 CG에 공을 들인 나머지 이야기가 화면에 잠식당하는 아쉬운 장면이 많다.

서커스 단의 어린 소녀, 그리고 야구계의 표독스러운 '사냥꾼' 에이전트. 권위적인 KBO총재, 구단주들, 기회주의적인 간부, 무뚝뚝한 감독. 여기까지는 이러한 장르 영화에서 충분히 등장할 수 있는 스테레오 타입의 캐릭터들이다. 그런데 굳이 또 여기서까지 악랄한(그러면서도 어딘가 좀 모자른) 사채업자들이 등장해야 하는가? 연출력과 스타일은 세계적이지만 이런 한국영화스러운 몇몇 캐릭터와 설정들로 인해 빛이 바랜 느낌이다. 돈밖에 모르는 악랄한 '성충수'가 후반 갑자기 인간적인 인물로 변하는 것은 개연성이 무척 떨어지며, 텐진 파이낸스 '림 샤오강'(김희원 분) 역시 마찬가지다. 

야구 영화의 매력을 십분 살릴 수 있는 소재와 그럴 수 있을 만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감독임에도 불구하고 스포츠 영화 특유의 스릴과 감동을 잘 잘리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트레이닝 장면이라든지, 선수단과의 갈등, 화해 등의 코드는 완전 배제한 채 링링과 웨이웨이의 관계에만 초점을 맞춘 까닭에 영화 후반부에 이르러서는 굳이 이 영화의 소재로 야구를 택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문도 든다. 흔히 야구 영화의 클리셰라고 할 수 있는 떠벌이 해설자, 소시민적인 열혈 관중, 삐딱한 선수, 주인공을 시기하는 선수나 상대팀 구단주나 감독, 혹은 타 팀의 팬 등의 요소들이 이 영화에서는 해설자 외에는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철저하게 링링, 웨이웨이, 혹은 성충수의 1인칭 시점에서 경기가 진행되는 바람에 영화에서 야구 장면 그 자체가 줄 수 있는 재미는 평면적이고 단조로울 수밖에 없다. 조명을 터뜨리는 멋진 장외홈런이나 베이스를 천천히 돌며 주먹을 불끈 쥐는 장면을 등장시킬 수 없었던 이유가 이것들 때문인지도 모른다. 약간 실소를 자아내는 그 마지막 장면의 설정도 아마 감독의 불가피한 선택이었으리라. 

 

영화 자체의 완성도는 말끔하며 많은 관객이 우려했던 조잡한 CG는 이게 한국 영화가 맞나 싶을 정도로 완벽하다. 다만 성충수의 화려한 집이나 야구장 스카이 박스, 실제 구장이 아닌 경기장 내부 인테리어 등의 미장센이 야구를 좋아하는 관객들에게는 신선함보다는 괴리감을 느끼게 할 것이다. 쿨하고 세련된 스타일을 표방하지만 어쩔 수 없이 살짝 들어가는 신파 코드 역시 아쉽다. 언제부터인지 대작 영화는 천만 관객을 넘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큰 영화를 만드는 감독들의 뇌리에 박힌 것인지 명장 김용화 감독조차도 이러한 욕심을 영화 곳곳에 드러낸다. [Mr. Go]는 휴먼 드라마나 코미디로는 무난한 영화라 할 수 있지만 스포츠 영화로는 절대 공감할 수 없는 영화다.

색다른 말투를 선보이는 해설자 역의 '마동석', 서커스 단장 역의 '변희봉', 늘 똑같지만 그래도 관객의 기대치를 충족시켜주는 미워할 수 없는 인물 '김정태' 까지 감칠맛 나는 조연들도 적재적소에 잘 배치되어 있다. 주니치 구단주로 등장하는 바가지 머리의 '오다기리 조' 나 그리고 실제 야구선수인 '류현진' 과 '추신수' 의 출연은 색다른 재미를 안겨준다. 3D로 관람하는 관객은 영화 상영 중 날아오는 공 때문에 한두 번쯤은 고개를 좌우로 피할 것이다. 이제 한국 영화도 3D로 관람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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