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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3.06.25 08:56

상어, "복수, 혹은 시험? 한이수가 노리는 것"

한이수, 집요하게 조해우를 선택으로 내몰다

▲ 제공:에넥스텔레콤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도대체 한이수(김남길 분)가 노리는 것은 무엇일까? 도대체 무엇을 바라고 이처럼 복잡하게 일을 꾸미고 있는 것인가? 복수의 대상은 분명 조상국(이정길 분)과 조의선(김규철 분)일 것이다. 그들의 하수인이고 조력자들일 것이다. 그런데 정작 한이수의 아니 김준의 모든 의도는 오히려 조해우(손예진 분)를 향하는 것 같다. 조해우를 시험한다.

다시 한 번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의 신화를 떠올리게 된다. 오르페우스의 연주에 감동한 하데스는 그의 죽은 아내 에우리디케를 돌려주며 이렇게 경고한다. 아내 에우리디케와 함께 지상으로 돌아가는 것을 허락한다. 그러나 죽음의 세계를 완전히 벗어날 때까지 절대 뒤를 돌아봐서는 안된다. 안타깝게도 오르페우스는 지상을 바로 눈앞에 두고 흥분하여 그 경고를 잊고 말았고 에우리디케는 오르페우스의 손을 떠나 다시 죽음의 세계로 향하고 만다. 돌아보지 마라. 멈추지 마라. 마지막 순간까지. 에우리디케가 부활하는 그 순간까지.

말 그대로 시험일 것이다. 너의 가족이다. 너의 아버지고 너의 할아버지다. 네가 사랑하는 너의 핏줄이고 네가 가장 존경하는 너의 가족일 것이다. 그런데 소중한 너의 가족들이 죄를 지었다. 용서받지 못할 죄를 짓고 말았다. 어찌할 것인가? 하필 조해우는 검사였다. 법의 정의를 지켜야 할 책임과 의무가 그녀에게는 있다. 자신의 가족이 지은 죄 앞에서 그녀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그리고 그것은 과연 한이수 자신에게 구원이 될 수 있을 것인가?

하기는 아직 어린 나이였다. 복수를 결심하기에 그는 아직 익지 않은 풋내기였을 것이다. 복수가 두렵기도 하다. 복수라고 하는 악의가 버겁기도 하다. 그러나 복수를 해야 한다. 자신을 위해서도. 억울하게 죽은 아버지를 위해서도. 세상을 속이고 아버지와 자신을 속인 위선과 기만의 가면을 벗겨야 한다. 응징하고 단죄해야 한다. 하지만 어떻게? 당장은 자신을 구해주고 보살펴 준 요시무라 준이치로(이재구 분)를 위해서라도 그의 방식을 따라야 하지만 과연 그것은 옳은 것인가? 그는 천성이 착하고 정의로웠다. 복수를 감당할 수 있었을까?

그래서 조해우는 오준영(하석진 분)과 결혼해야만 했던 것이다. 시험에 들기 위해서. 조해우는 오준영을 떠날 수 없다. 결코 그를 배신할 수 없다. 따라서 조해우와 한이수와의 사이에는 과거의 기억 이상의 어떤 감정도 깃들 수 없다. 아련한 그리움만이 아릿한 아픔으로 기억을 일깨울 뿐 그들은 결코 다시 과거로는 돌아갈 수 없다. 한이수가 죽은 사람이 되어 있었던 것처럼 그녀 역시 한이수와는 다른 세계에 사는 존재가 되어 있었다. 차라리 그녀가 아직 혼자였다면 감정이 이끄는대로 쉽게 원하는 답에 이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그녀는 현실의 거리를 사이에 두고 선택하지 않으면 안 된다. 누구인가? 무엇인가? 오준영에 대한 조해우의 진실한 고백은 어쩌면 그녀의 비극을 예고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오르페우스는 죽음의 저편에서 에우리디케를 구해 삶이라고 하는 현실로 돌아오려 한다. 에우리디케에게 묻는다. 당신은 죽음의 저편에서 자신을 살릴 수 있을 것인가. 당신은 기억의 저편에서 자신을 다시 현실로 돌아오도록 할 수 있는가? 그렇다면 뒤를 돌아보지 말라. 어떤 일이 있어도 뒤를 돌아보아서는 안된다. 잔인한 선택이 될 것이다. 조해우는 자신의 손으로 아버지와 할아버지와 그리고 어쩌면 시아버지까지 단죄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녀의 곁에는 오준영이 있다. 그녀의 선택이 한이수를 다시 원래의 삶으로 돌아오도록 만든다. 굳이 복수라는 이름의 죄를 짓지 않고서도 원래의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다. 물론 완전히는 아니겠지만 그럴 수 있다는 기약이 생긴다. 기다릴 수 있다.

어쩌면 그것은 인간의 양심에 대한 물음이었을 것이다. 인간의 이성에 대한 기대이며 회의였다. 아버지다. 할아버지다. 친혈육이다. 서로 안맞는 부분도 많았지만 어찌되었거나 조의선은 조해우의 아버지다. 할아버지는 조해우가 평소 가장 존경하는 사람 가운데 하나였다. 오준영을 사랑하기에 오준영의 아버지 오현식(정원중 분)에 대해서도 결코 냉정해 질 수 없다. 인정에 의한 이끌림인가? 아니면 냉정한 이성과 양심에 의한 판단일 것인가? 그렇다면 가족을 위해 복수를 하려는 자신은 정당한가? 아버지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저지르게 될 자신의 죄업들이 용서될 수 있을 것인가? 조해우가 옳다면 자신도 옳다.

그에 비하면 형사인 변방진(박원상 분)은 상대적으로 상당히 자유로운 입장에 있을 것이다. 단지 죄를 지었으니 처벌을 한다. 아니 잡아들인다. 죄를 지은 범인은 잡아들여 법에 의해 처벌받도록 만든다. 심지어 친딸처럼 기른 한이현(남보라 분)조차 그에게는 감시의 대상일 뿐이다. 공은 공 사는 사, 딸이지만 또한 유력한 용의자와 닿을 수 있는 통로이기도 한 것이다. 한이수만이 아니다. 조의선만이 아니다. 필요하다면 조상국(이정길 분)까지도 그는 수사하고 체포할 수 있다. 변방진이 바로 조해우와 한이수 사이에 위치해 있다. 변방진의 선택이 어쩌면 조해우와 한이수 사이에도 변수가 될 지 모른다.

조해우와 함께 일하는 검찰수사관 김수현(이수혁 분)의 정체가 수상쩍다. 한이현의 주위를 맴돌고 있다. 한이현에게 접근하려는 장영희(이하늬 분)를 의식하고 있다. 이쪽 아니면 저쪽이다. 그리고 증권가에 뿌려진 루머는 경찰 내부로부터 흘러나온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한이수에게도 조력자가 필요하다. 물론 한이수의 행방을 쫓고 있는 조상국의 입장에서도 한이현를 감시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그에게는 이미 검찰이라는 훌륭한 조력자가 있다. 그의 손발이 되어 움직이는 인물도 여럿 있다. 그렇게 비중있는 역할은 아닐 테지만 중요한 변수는 되어준다. 서로에게 닿는 통로가 되어준다.

아버지의 혼이 담겼다는 백자와 정만철의 앨범에서 발견한 '조상국'이라는 이름이 쓰여진 낡은 사진, 그것은 필경 요시무라 준이치로의 원한과 관계가 있는 것이었을 게다. 그로 인해 한이수의 아버지를 비롯 많은 사람이 희생되고 있었다. 아버지의 도자기조차 기억이 희미한 조상국의 모습에서 어떤 가설을 떠올리고 만다.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없다. 죽은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낯설다. 한국전쟁은 당시 이 땅의 모든 것을 파괴하고 있었다. 진실은 결국 조상국까지 사정거리에 들고 난 뒤에나 밝혀지고 말 것이다. 준비된 파국과 함께.

역시나 너무 복잡하다. 단순명쾌해야 한다. 그것이 복수임을 알도록. 타겟을 명확히 하고 그 방법을 간결하며 분명하게 정한다. 나머지는 드라마로 채운다. 드라마조차 이제는 버겁다. 의도가 있다. 극장이라면 훌륭하다. 2시간 남짓한 시간동안 관객을 농락하다가 마지막 바로 직전에 모든 해답을 알려준다. 그러나 미니시리즈는 몇 주에 걸쳐 방송된다. 방송과 방송 사이에도 일주일이라는 간격이 존재한다. 관성으로 본다. 결론을 확인하기까지 너무 길고 너무 멀다. 혼란과 망각이 흥미를 떨어뜨린다. 슬슬 실체를 드러낼 때가 되었다. 복수의 짜릿함을 기대하며 함께 공유한다. 분명한 것은 드라마의 주제는 바로 복수라는 것이다.

싸움이랄 것도 없었다. 아직까지 너무 일방적이다. 한이수는 저들에 대해 안다. 저들은 아직 한이수에 대해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저들에게는 힘이 있다. 조상국에게는 힘이 있다. 한이수에게 접근해간다. 조해우는 벌써 한이수의 가까이에 다가가 있다. 그 또한 한이수의 의도일 것이다. 복수에 다가간다. 복수에 다가간다. 아직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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