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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서문원 기자
  • 영화
  • 입력 2018.12.20 15:06

마약왕·스윙키즈·아쿠아맨·범블비, 귀에 감기는 OST-2

지구촌 불황이 가져다준 데카당스의 부활

마약왕·스윙키즈·아쿠아맨·범블비, 귀에 감기는 OST-1

[스타데일리뉴스=서문원 기자] 19일 개봉한 '아쿠아맨', 25일 개봉예정인 '범블비'의 OST를 듣다 보면 복고풍의 레트로 사운드가 전반을 지배하고 있다. 마치 수 십년전 과거를 되짚어 보는 느낌이다. 이렇듯 올 하반기는 유독 1970년부터 80년대 곡들이 신작 영화 속 OST로 등장하고 있다. 

▲ '아쿠아맨' 스틸컷(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3. DC-워너브러더스, 회심의 신작 '아쿠아맨' 화려한 등장

19일 개봉한 '아쿠아맨'(Aquaman)은 북미 비평사이트 로튼토마토 평점이 20일 기준으로 69%, IMDb평점은 7.8점으로 높은 편.

지난 7일 중국에서 먼저 개봉한 이 판타지 SF 영화는 16일 기준으로 현지에서 1억 8,900만 달러를 기록, 오는 21일 개봉하는 북미 극장가 도움 없이 예상 손익분기점 4억 달러 중 거의 절반을 챙겼다.

국내에서 19일 개봉후 실시간 예매율(20일 오후 1시 기준)은 23.9%로 1위. 2위 '마약왕'(20.1%)과 3% 정도 차이가 난다. 

12세 관람가인 '아쿠아맨'의 주인공은 아서 커리. 이 역할은 제이슨 모모아가 맡았다. 그는 '왕좌의 게임 시즌1'(2011)에서 칼 드로고 역을 맡아 에밀리아 클락(데너리스 타르가르엔 역)과 과감한 액션과 화끈한 배드신을 보여준 바 있다. 

'아쿠아맨' 사운드 트렉을 보면, 2번째 수록곡 'Arthur'의 경우, 1970년 결성된 독일의 일렉트로닉 1세대 '크라프트베르크'(Kraftwerk)의 1975년 컨셉트 앨범 'Radioactivity'의 타이틀(2번째 수록곡, Radioactivity)이 오버랩 된다. 

주인공 아쿠아맨과 메라(엠버 허드)가 정처 없이 사막을 걷는 장면에서 흘러나오는 'Ocean to Ocean'은 래퍼 Pitbull이 리메이크한 'Africa'는 1982년 소프트 록밴드 TOTO가 내놓은 글로벌 히트곡. 이 노래는 후렴구 가사가 인상적이다.

"비를 내려주는 아프리카에 축복하며/ 이제껏 경험 못했던 새로운 삶을 살거야"(I bless the rains down in Africa Gonna take some time to do things we never had) 

제임스 완이 감독을 맡아 화제가 됐던 '아쿠아맨'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포세이돈을 모티브로 창작된 DC 코믹스의 슈퍼히어로물이다. 신화로만 남아있던 바다속 7개 왕국 아틀란티스를 배경으로 육지와 해양의 충돌을 그려낸다.

주인공 아서 커리의 시원하고 호쾌한 액션과 더불어 평단으로부터 호평을 받은 고퀄리티의 컴퓨터그래픽(CG)이 완성도를 높였다. 최근까지 북미 매체로부터 어드벤처 액션 영화가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줬다는 평가가 제법 늘었다.

▲ '범블비' 스틸컷(롯데 엔터테인먼트 제공)

4. 가족영화 '범블비' 성탄절 점령할 기세

25일 개봉 예정인 '범블비'는 12월 국내 극장가에 공개될 외화 중 북미에서 가장 후한 평가를 받은 '트랜스포머 시리즈'의 스핀 오프다. 어쩌면 리부팅이라고 소개해도 될 만큼 잘 빠졌다. 12세이상 관람가로 가족과 함께 볼수 있는 성장영화다. 

지난 6월초 티저 예고편이 북미 투자/배급사 파라마운트 페이스북과 유투브에 공개되자, 북미 리뷰어들의 리엑션 영상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등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배우 라인업도 좋은 편이다. 2016년 성장영화 '지랄발광 17세'로 호평을 받은 헤일리 스테인펠드가 극중 18살 찰리 왓슨 역을 맡아 종횡무진으로 뛰어 다니며 열연했고, 범블비를 추적하는 특수요원 잭 번스 역에는 존 시나가 맡아 영화가 끝날 때까지 선악을 오가는 모습을 보였다.

무엇보다도 찰리의 동네 이웃이자 썸 타는 관계로 발전한 메모 역에 조지 렌더보그 주니어가 맡아 매 장면 마다 낙천적이고 솜사탕 같은 모습을 연기하며 눈 길을 끈다. 마치 스티븐 스필버그가 직접 캐스팅한 것처럼 영화 '범블비' 캐릭터 중 스필버그 영화 스타일에 가장 가깝다.  

흥미로운 것 하나가 더 있다면, 범블비 목소리 역이다. '메이즈러너' 시리즈로 헐리우드의 떠오르는 별이 된 딜런 오브라이언이 맡았다. "영화에서 그렇게 대사가 많았나?" 싶은 의문이 들지만, 간간히 나온다. 

'범블비'는 이 세상에서 가장 비싼 장난감처럼 보이던 오토봇이 전작 보다 더 자연스러운 액션과 인간애를 품었고, 10년 전 두서없이 등장한 '트랜스포머' 1편 보다 더 많은 스토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제작에 관여하면서 영화 'ET'처럼 뭔가 뭉클해졌다. 

그 때문일까. 19일(오후 9시 20분 기준) 북미 비평사이트 로튼토마토에서 신선도 지수가 무려 93%를 받고 있다. 지난 9일 미국 LA 프리미어 시사회 다음날 신선도 지수는 100% 만점이었다. 

물론 IMDb 평점은 7.2점. 그러나 북미 개봉일이 현지시간으로 오는 21일(금요일)인 점을 감안하면 상승할 여력이 남아 있다.

반면 SF어드벤처 영화 '트랜스포머'는 로튼토마토에서 2007년 1편(57%)을 제외하고, 평균 점수의 절반도 못 미치는 평점을 받았다. 

한편, '범블비'는 지금까지 소개된 '마약왕', '아쿠아맨'을 뛰어 넘어 음악 영화나 다름없는 '스윙키즈'에 버금가는 80년대에 히트한 유명 팝송들이 영화 배경 음악으로 사용됐다. 모두 귀에 익은 노래들이다. 시대 배경이 1987년인 점을 감안하면 영국에서 출발한 뉴뮤직과 헤비메탈과 하드록도 눈에 띈다.

예를 들면, 아하(A-Ha)의 'Take On Me', 본 조비(Bon Jovi) 'Runaway', 스티브 윈우드 'Higher Love', 더 카스(The Cars)의 'Let's Go'가 영화 배경음악으로 포함됐다.

이어 1985년부터 90년대 초까지 Wham과 더불어 영국이 낳은 최고의 듀오로 유명세를 탔던 티어스 포 피어스(Tears for Fears)의 히트곡 'Everybody wants to Rule the World'(1985)가 포함됐다. 뉴웨이브라는  장르를 담아낸 이 팝송은 가사가 철학적이고 인간의 심리를 잘 표현했다며 찬사를 받은 노래다.

"당신의 삶을 환영 합니다/ 돌이킬 수 없지만/ 모두가 잠들어도 우리는 최고의 당신을 찾아낼 겁니다/ 모성의 자연을 뒤로한채/ 모두가 세상을 규정하길 원하지만(Welcome to your Life. There's no turning back. Even while we sleep. We will find you, acting on your best behavor. Turn your back on Mother Nature. Everybody wants to rule the World) 

장기 불황에 지친 청춘들의 반항의지, 영화로 승화됐나?

데카당스(Decadance)의 뜻을 찾아보면 '세기말'이라는 뜻의 라틴어다. 일부는 19세기 말 프랑스에서 시작한 탐미적 경향으로 정의내렸지만. 엄밀히 보면 '몰락'(Der Untergang)의 전조다. 인류 역사가 새롭게 전환하는데 분기점을 마련했던 이 시기는 경제적으로 호황과 불황 사이에 놓였다.

또한 '데카당스' 현상이 도래한 시기는 이미 역사적으로도 제법 많은 이슈를 낳았다. 이중 하나가 68운동이다. 겉으로 표출된 인간들의 행동은 우드스탁 페스티벌, 반전운동이 대표적이다. 그 시기는 1968년.

1968년은 미국의 월남전 확전에 따른 반대 움직임이 유럽과 북미 대학가를 중심으로 확산됐다. 또한 이듬해 1969년 뉴욕주의 베델 평원에서는 반전과 평화를 모티브로 지미 핸드릭스, 제니스 조플린, 더 후, 롤링 스톤스, 조 코커, 산타나, 존 바에즈 등 영미권 포크계와 록큰롤이 망라된 '우드스탁 페스티벌'(The Woodstock Music and Art Fair 1969)이 열렸다.

제2차 세계대전 후로 태어난 '1차 베이비붐 세대'(1946년부터 1965년까지)들이 주도한 '우드스탁 페스티벌'은 반전과 평화라는 메시지 만큼이나 숱한 실험 음악들이 대두됐다.

음반시장을 보면, 1970년부터 비틀즈의 퇴장과 함께 글렘록과 하드록에 이어 팝송으로 무장한 흑인 음악이 등장했다.

영국은 퀸, T-Rex, 데이비드 보위, 블랙사바스, 레드 제플린, 독일은 일렉트로닉 밴드 Kraftwerk, 록그룹 스콜피온스, 미국은 훗날 컨트리 록의 거목이 된 이글스, 하드록의 선구자 저니(Journey), 그리고 1980년대부터 팝의 황제로 군림했던 마이클 잭슨이 1971년 패밀리그룹 '잭슨파이브'를 벗어나 솔로로 데뷔했다. 

BTS가 확산시킨 글로벌 열풍, 영화로도 탈출구 찾고 있어

앞서 1부와 2부로 나눠 설명한 네 편의 신작과 OST. '마약왕', '스윙키즈', '아쿠아맨', '범블비'의 화두는 '복고'(Retro)다. 감지하려면 이들 영화들이 스토리에 녹여놓은 음악을 들어보면 훨씬 선명하게 보인다.

공교롭게도 이 시기는 한국 뿐 아니라, 전 세계가 불황을 겪고 있다. 미국은 벗어났다고 하나, 영화를 보면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우려가 과거를 배경으로한 신작 영화들을 찾아보게 만든다. 

작년과 올해는 아이러니컬한 일들이 안팍으로 많았다. 2016년 말 BTS(방탄소년단)의 북미 매체 등장과 더불어 케이팝의 특징이나 다름없는 1990년대 팝 스타일이 다시 세계적인 유행가로 확산되고, 심지어 더 정교해진 일렉트로닉 사운드가 가미되면서 신주류 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이는 마치 1990년 마돈나와 마이클 잭슨, MC해머, 조지 마이클이 사세가 확장된 MTV채널로 새로운 팝문화를 전파한 것과 유사해 보인다. 정작 1990년대 당시 히트한 영화들을 보면 과거로 회귀한 작품들이 많았다.

1994년작 '포레스트 검프'는 1950년대부터 1980년대 까지의 미국을 그렸고,  1995년 '프렌치 키스'는 1946년 샹송가수 샤를 트르네의 노래 'La Mer'(바다), 칸소네 가수 파올로 콘테의 'It's Wonderful'을 영화음악에 넣어 아날로그의 향수를 불어 넣었다.

▲ '아비정전' 장국영 스틸컷(디스테이션 제공)

하물며. 1997년 중국에 복속된 홍콩의 미래는 어떤가. 1990년에 개봉해 세기말처럼 다가온 '아비정전'의 히트곡은 사비에 쿠가트가 1959년에 내놓은 맘보 리듬의 'Maria Elena'. 

보는 내내 "뭐지?"라고 되뇌이며 당황했던 홍콩 느와르의 종언과도 같았던 영화 '아비정전' 라인업도 화려하지 않나? 장국영, 장만옥, 유덕화, 장학우, 유가령 등등.

홍콩 영화는 1989년까지 마음껏 달려갔다. 1986년부터 홍콩 느와르의 대표작으로 알려진 '영웅본색' 시리즈가 1989년 마무리됐고, 같은해 '첩혈쌍웅', 유덕화와 알란탐의 '지존무상', 원표의 액션물 '공작왕' 같은 끝없는 액션 영화들이 1990년을 맞이하면서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그리고는 마치 "우리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나타난 왕가위 감독의 '아비정전'. 그리고 오우삼의 비극적 결말을 이끌어낸 '첩혈가두'가 스크린을 채웠다.  

위처럼. 영화속 복고 스타일과 새로운 유행의 등장은 데카당스의 부활과도 같다. 세기말 적인 현상이다. 동시에 새로운 시작을 알리고 있다. 해가 져야, 해가 뜨지 않나.

올 12월과 내년 1월을 장식할 4편의 신작 영화도 복고 열풍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미디어의 눈과 귀는 늘 그렇듯. 과거를 통해 현재를 비추고, 당시의 번영과 쇠락을 '마약왕', '스윙키즈', '아쿠아맨', 그리고 25일 개봉할 '범블비'에서 찾고 있지 않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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