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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임동현 기자
  • 이슈뉴스
  • 입력 2013.06.21 11:51

아웃도어 브랜드 '빅모델 거품', '기능성'은 망가진다

광고비 200억, 연구개발비 1억... 소비자는 결국 '덤태기'

[스타데일리뉴스=임동현 기자] '등골브레이커', 한때 청소년들 사이에서 '아웃도어 점퍼'가 유행했을 당시 비싼 가격 때문에 부모들의 등골이 휜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이다. 최근 몇년새 아웃도어 룩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그에 따라 여러 업체들이 톱 연예인을 모델로 기용해 광고 공세를 하고 있다. 그야말로 '아웃도어 전성시대'다. 이러다보니 산에 갈 일이 없을 사람들도 아웃도어 브랜드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게 됐다.

▲ 공효진을 앞세운 '노스페이스'(노스페이스 제공)

본래 아웃도어는 등산이나 야외 활동에 필요한 옷인만큼 땀 흡수 등 기술적인 부분이 바탕이 되어야하는 옷이다. 특히 산행의 경우 최악의 경우에는 생명을 지켜야하는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아웃도어 광고를 보면 이런 분위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연예인을 앞세워 가볍게 야외에 놀러가고 캠핑다니는, 그런 옷으로만 인식된 게 사실이다.

과거 아웃도어는 엄홍길 대장, 박영석 대장 등 전문 산악인이 주를 이루었고 광고 내용도 험준한 자연에 도전하는 내용들이 주를 이뤘다. 즉 '자연에 도전하는 이들의 옷'이라는 이미지를 통해 옷의 기능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지금의 광고는 톱모델들이 자연스럽게 야외 활동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하나의 '패션'으로 홍보하고 있다.

모델만 해도 조인성과 한효주(블랙야크), 현빈(K2), 정우성(레드페이스), 2PM(네파), 송중기와 공효진(노스페이스), 최민수와 하지원(노스케이프), 하정우와 문채원(밀레), 수지와 김수현(빈폴아웃도어), 동방신기(라푸마) 등 그야말로 빅모델들로 구성되어 있다. 바야흐로 기능성 의류였던 아웃도어가 패션의 대세가 된 상황이 온 것이다.

▲ 수지와 김수현을 내세운 빈폴아웃도어(제일모직 제공)

이렇게 빅모델로 홍보를 하다보면 자연히 광고비가 많이 나오기 마련. 그 광고비를 메우려면 가격이 높아지고 그것은 결국 소비자의 부담으로 돌아온다. 그런데 최근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수백억원의 돈을 광고비로 쏟으면서 정작 품질 개발을 위한 연구에는 투자를 하지 않는 것으로 밝혀져 아웃도어의 가치를 스스로 떨어뜨리고 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지난 1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아웃도어 업체 대부분이 연구개발비로 사용한 비율이 매출액의 불과 1% 미만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 4월 소비자시민모임 조사에서 품질 미달로 지적을 받은 레드페이스와 블랙야크의 경우 연구개발비로 사용한 비율은 각각 매출의 0.35%(레드페이스), 0.4%(블랙야크)에 불과했다.

또한 네파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 0.22%에서 올해 다시 0.19%로 줄어들었고 금액도 1억 9900만원으로 타사에 비해 적은 금액을 연구개발비로 쓴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이들은 광고비로 매출의 4~5%를 쓰고 있으며 금액도 200억원 정도를 쏟아붓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금액의 상당수는 빅모델들의 모델비로 나간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동방신기를 내세운 라푸마(엘르 제공)

광고와 빅모델에만 신경쓴 나머지 기술개발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이렇게 되면 소비자는 거품낀 가격으로 기능이 떨어지는 '기능성' 제품을 사야되는 결과가 나오게 된다. 지나친 광고 경쟁이야말로 소비자들의 등골을 휘어잡는 '등골브레이커'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빅모델을 보며 눈이 즐거워지려다가도 질이 떨어진 옷을 비싸게 주고 사야하는, 자녀들이 이를 보고 비싼 가격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무조건 사달라고 하는 일이 벌어지지는 않을 지 걱정을 하게 만드는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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