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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1.06.11 15:44

나는 가수다 "JK김동욱 하차 스포일러에 붙여"

"나는 가수다"의 장래를 낙관하지 않는 이유

 
평생 다시는 얼굴을 보고 싶지 않을 때 해 볼 수 있는 일 가운데 하나가 바로 함께 영화관에 가서 영화의 결과를 미리 이야기해주는 것이다. 한 서너편 그러고 나면 상대도 다시는 보고 싶지 않아 하지 않을까. 스포일러란 그렇게 민폐다. 때로는 증오하고픈 대상이기도 하다.

도대체 무슨 스포일러가 이렇게 넘쳐나는가. 일반인의 스포일러란 어차피 개인의 자유의지를 완벽하게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하지만 이번의 스포일러는 기자들에 의해 나오고 있다. 결국은 그만큼 관심이 높고 반응도 즉각적이라는 뜻이리라. 결국 대중은 다시 한 번 그 미끼를 물고 말았다.

이소라의 탈락이야 지난 경연에서는 너무 생소한 무대였고, 이번 경연에서는 아마 그 맛을 살리기가 상당히 까다로운 선곡이었을 것이다. <나는 가수다>의 특성과도 맞지 않는 잔잔한 노래가 걸렸다. 컨디션까지 안 좋다 하니 지난 경연에서 하위였는데 이번에도 힘들지 않았을까.

문제는 JK김동욱이다. 사실 옥주현에 대한 증오의 희생양이었을 것이다. 아니 <나는 가수다>에 대한 이상화의 희생자일 것이다. 둘 중 하나일 것이다. 단 한 번도 콘서트같은 것은 챙겨보지 않은 순정 TV시청자이거나, 그도 아니면 단지 옥주현이 싫어서이거나. 발단은 결국 옥주현과 JK김동욱 두 사람이 중간에 노래를 틀려서 다시 녹화했다는 것이었으니.

콘서트 가 보면 비일비재하다. 연주를 틀리고, 노래가사를 틀리고, 아예 노래를 부르다 잊어버린다. 스킬도 있다. 송창식 같은 경우는 아예 자기가 가사까지 쓴 노래니까 그 자리에서 가사를 바꿔 부르고, 또 많은 가수들은 그런 때 마이크를 관객들에 넘긴다. 그대로 끝까지 가던가, 아니면 중간에 솔직하게 시인하고 처음부터 하던가. 아니면 이소라처럼 자기 마음에 차지 않는다고 전액 환불해주는 경우도 있다. 콘서트 무대라고 완벽하지 않다. 아니 완벽하지 않으니 라이브다. 어떤 일도 중간에 일어날 수 있기에 그것을 라이브라 하는 것이다.

그래서 긴장해서, 더구나 한영애의 "조율"은 처음 청중평가단에 의해 추천되었을 때 JK김동욱 자신이 전혀 알지 못하는 노래라고 당황해하던 노래였다. 제목조차 처음 들어보는 노래를 이주일만에 편곡과 연습을 마치고 무대에 올려야 하는 것이다. 실수가 있을 수 있는 것이고 그렇다면 그에 대한 고려는 필요하다. 진정으로 <나는 가수다>에 출연한 노래 잘하는 가수들을 아낀다면. 그래서 PD도 현장에서 청중평가단들에게 이 부분에 대해 패널티를 감안하라고 했다지 않은가.

그런데 그것을 못 참아서. 정확히는 함께 중간에 노래를 틀려서 다시 녹화한 옥주현이 타겟이었을 것이다. 옥주현은 <나는 가수다>와 어울리지 않는다. 더불어 경연인데 틀리면 틀린대로 가야지. 그래서 결국 그것을 견뎌하지 못한 JK김동욱이 그 부담감에 프로그램에서 하차하고. 그래서 임재범도 영국으로 떠나야 했던 것 아닌가. 온갖 구설에, 더구나 옥주현을 이유로 자신에 쏟아지는 비난도 비난이지만 자신으로 인해 옥주현이 들어야 할 비난이 그에게도 큰 부담이었을 것이다. 원래 오로지 음악만을 추구하는 아티스트란 그렇게 섬세하고 유리같은 존재다.

아마 아이돌이 무대에서 노래 틀렸다고 이렇게까지 비난하고 하는 경우는 없을 것이다. 아이돌이 무대에서 음이탈을 하고, 혹은 가사를 잊거나 안무를 틀리고, 단지 웃고 넘어가는 정도이지 이렇게까지 달라붙어 비난을 퍼붓지는 않는다. 그래서 그런 대중의 반응에 익숙하면 어떻게든 버티겠지만 JK김동욱은 미디어를 통해 대중에 노출된 것이 이번이 거의 처음일 것이다. 과연 <나는 가수다>는 처음 취지대로 노래 잘하는 가수들을 위한 무대인가?

하기는 김건모가 재도전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재도전, 확실히 룰에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김건모라면 그런 정도는 봐주어도 좋지 않았을까. 김건모다. 다른 누구도 아닌 300만 장의 주인공 김건모다. 국민가수라는 타이틀이 어울리는 또 한 사람의 가수다. 하지만 어쩌면 제작진의 실수를 김건모 자신에게까지 온갖 비난과 저주를 퍼부으며 무대 위에서 손을 떠는 모습마저 보고 말았다. 역시 아이돌에 대해서는 없는 모습이다.

순수한 것을 바라니까. 순정을 바라니까. 정답이 있다고 생각한다. 노래에도, 그리고 예능프로그램에도. 반드시 이래야 한다. 이러지 않으면 안 된다. 더구나 그것이 전설적인 아티스트들이라는 사실에. 노래 잘하는 진짜 가수들의 무대라는 것이 이상화된 진짜를 요구하게 되었다. 임재범이 나타나고, 다시 신드롬이 일어나고, 그리고 한참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옥주현. 더구나 이번의 재촬영논란. 무엇보다 소중한 보석에 흠집이 나고 말았다. 문제라면 그 보석이 단단한 듯 보여도 그 흠을 없애려 손을 대는 순간 깨질 수 있는 섬세하고 조심스런 존재라는 것이다.

그래서 김건모는 무대에서 손을 떨고, 옥주현은 라디오방송을 하다 말고 울어야 했으며, 이번에는 JK김동욱이 정말 오랜만의 기회를 놓아버리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다. 제작진의 요구라지만 시청자들의 과도한 관심과 과격한 행동으로 인해. 누가 제작진으로 하여금 그러도록 압박했을까? 임재범이 처음 <나는 가수다>에 출연하기로 했을 때 박완규가 했던 걱정이 새삼스러운 이유다. 임재범이 맹장염으로 도중에 하차하자 않았다면 그는 끝까지 아름다운 모습으로 남을 수 있었을까?

시청자들이 요구하는 <나는 가수다>의 이상화된 모습에 한 점 부끄럽지 않은 그런 가수여야 할 것이다. 구설이 있어서도 안 되고, 이미지가 비호감이어서도 안 되고, 무대에서 틀려서도 안 되고, 이래도 안 되고, 저래도 안 되고, 그렇게 다 자르고 나면 누가 남을까? 경연이라는 자체도 어쩌면 예술에 대한 모독일 텐데 저렇게 가수들에 가혹하고 일방적인 복종만을 강요한다면.

제작진의 실수이기도 했다. 노래 잘하는 가수가 대접받는 풍토를 만들겠다. 아이돌 일색의 가요계에 변화를 주고 싶다. 그런데 하필 제목이 <나는 가수다>다. 오로지 <나는 가수다>에 출연하는 가수들만이 가수인 양. 말에는 힘이 있다. 말에 생각과 행동이 구속되고 한다. 너무 힘이 들어갔다. 시청자들에게마저 너무 힘을 주고 말았다. 그것은 어떤 사명감과도 같은 것이었다.

서바이벌이라는 자체가 시청자로 하여금 쉽게 프로그램에 이입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이지만 가수를 떨고 긴장하게 만드는 그 절박함에도 전염되도록 만든다. 생존과 탈락을 다연하게 이야기하는 사이 거기에 길들여지고 만다. 아니 그것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프로그램이었을 것이다. 이미 PD마저 그렇게 시청자들에 의해 교체된 바 있다. 다시 그 칼날이 <나는 가수다>와 가수들에게로 향하려는 것이다.

<나는 가수다>에 대해 비관적인 이유다. 자체에 대해서도 비판적이지만 JK김동욱 같이 노래는 잘하지만 비주류에 머물고 있던 가수들에게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었는데. 생각이 짧았다. 과연 JK김동욱같은 가수들이 그런 악다구니를 견뎌낼 수 있겠는가. 하기는 그래서 비관적인 것이었다. 항상 이상화된 "가수"만을 찾으려 할 때 <나는 가수다>에 출연할 수 있고 납득할 수 있는 가수란 몇이나 되겠는가. 과연 <나는 가수다>는 몇 회나 더 이어질 수 있을까.

진정으로 노래 잘하는 가수들을 좋아하고, 그런 가수들이 대접받는 환경을 바란다면, 그들이 <나는 가수다>의 무대에서 자신의 기량을 선보이기를 바란다면, 그렇다면, 일방적으로 불러다 놓고 거만하게 지시만 할 것이 아니라 먼저 진지하게 다가가 보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먼저 나서서 이해하고 그들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아니라면 프로그램에는 분명히 한계가 있다. 그들이 바라는 가수는 그렇게 많지 않다. 다 뽑아 소비하고 나면 그것으로 끝내려는가.

어처구니 없는 뉴스였다.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JK김동욱이라면. 다만 누가 상황을 이렇게까지 만들었는가. 물론 듣자니 JK김동욱의 자진하차가 아닌 제작진의 요구에 의한 것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결국 그렇게까지 몰아세운 것은 시청자 자신이 아니었겠는가. 말했듯 이미 PD까지 갈아치운 시청자들이다. 논란에도 익숙지 않고 인지도도 낮은 JK김동욱이 그 희생양으로 선택되는 건 당연하다.

그들이 하고자 하는 일이다. 그들이 하고자 하는 결과다. 설사 옥주현이 그래서 떠밀려 났더라도. 하지만 옥주현은 남았고 엉뚱한 JK김동욱이 그 희생자가 되고 말았다. 제작진을 비난하려는가? 제작진은 김건모의 재도전도, 옥주현의 투입과 그로 인한 논란도 모두 기억하고 있다. 누구였는가? 소 뿔을 바로잡으려다가 자칫 소가 죽을 수도 있다. 죽은 거위 앞에 눈물을 흘리려는가?

세상에 그들이 바라는 완벽한 프로그램이나 무대는 없다. 그런 완벽한 가수도 없다. 진정 자기가 바라는 무대만을 볼 것이면 콘서트를 찾아가 볼 것을 권하고 싶다. 이것은 공중파 예능프로그램일 뿐이다. 거위를 죽이는 것은 결국 어리석음이다. 그제서야 후회하거나. 혹은 미련을 갖거나. 안타까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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