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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제니 기자
  • 공연
  • 입력 2018.12.03 17:43

[S리뷰] ‘지킬 앤 하이드’, 뿌리칠 재간이 없는 걸작... ‘명불허전 조승우’

▲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포스터 (오디컴퍼니 제공)

[스타데일리뉴스=김제니 기자] 관람 중 지킬 박사가 뱉은 “뿌리칠 재간이 없다”라는 문장을 듣는 순간 느꼈다. 이 문장이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를 관통하는 문장이 될 것이라는 걸.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는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소설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의 이상한 사건’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이 뮤지컬은 유능한 의사이자 과학자인 헨리 지킬 박사가 자신을 스스로 실험한 끝에 제2의 인물인 에드워드 하이드를 탄생시킨 뒤 그와 갈등을 겪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한 인물이 가진 두 가지 인격을 지킬과 하이드를 통해 조명함으로써 인간 내면의 이중성을 그려낸다.

▲ 오디컴퍼니 제공

‘지킬 앤 하이드’는 1997년 브로드웨이에서 공연된 후 세계 여러 곳에서 막을 올렸으나 특별히 한국에서 유래를 찾아보기 힘들 만큼 큰 사랑을 받았다. 원작의 대본과 음악을 바탕으로 새롭게 작품을 구성하는 형식을 택해 한국 관객의 정서를 고려한 점이 ‘지킬 앤 하이드’가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누적 공연 횟수 1100회, 누적 관객이 120만 명에 달하는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는 조승우, 홍광호, 박은태, 윤공주, 아이비, 해나, 이정화, 민경아 등 여느 때보다 더욱 강력한 캐스팅으로 돌아와 많은 관객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스위니 토드’ 이후 2년 만에 지킬 박사로 분해 뮤지컬 무대에 선 배우 조승우는 “과연”, “역시”, “명불허전”이라는 찬사가 쏟아질 만큼 정교한 대사 처리, 섬세한 몸짓, 단단한 발성 등이 한데 어우러져 완벽한 공연을 선보인다. 2004년 초연부터 ‘지킬 앤 하이드’를 함께해온 배우답게 넘버와 대사가 그에게 온전히 녹아있어 그야말로 ‘왕의 귀환’이라는 생각이 들게 했다.

▲ 오디컴퍼니 제공

지킬 박사와 하이드를 넘나들며 인간이 품은 선과 악이라는 양면성을 표현하는 조승우는 탁월한 연기력과 가창력으로 객석을 휘어잡는다. 그는 두 인물 사이에서 표정은 물론 자세, 몸짓, 발성까지 휙휙 바꾸며 관객들을 소름 돋게 한다. 특히 ‘지킬 앤 하이드’의 백미인 몸을 반으로 나누어 지킬과 하이드가 ‘Confrontation’을 같이 부르는 장면은 가히 장관이었다. 조승우의 연기와 극이 절정에 치달은 그 순간에는 마치 한 무대에 두 배우가 공존하는 느낌이 들 정도로 대단한 존재감과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다.

그렇지만 조승우는 괴이한 분위기의 하이드와 상반되는 지킬을 부드럽게만 그리진 않는다.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신사적인 태도와 우수한 재능을 가진 지킬을 단순히 유하게만 그릴 수도 있었을 테지만, 조승우는 “나 자신을 구하고 그를 통제해야 해”라며 단호히 결단을 내리는 모습을 통해 쾌락을 탐닉하는 하이드와는 또 다른 지킬의 강렬함을 선보인다. 그저 강약조절을 통한 캐릭터의 구분이 아닌 철저한 캐릭터 분석에 따른 결과물이라는 걸 증명해낸 것이다.

▲ 오디컴퍼니 제공

지킬을 사랑하는 두 여인 루시와 엠마는 서로 반대되는 이미지로 관객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루시는 등장과 동시에 클럽에서 공연을 펼치는 등 보편적인 숙녀인 엠마와는 확연히 다른 여인상을 그려낸다. 다만 루시가 사랑에 빠져 노래하는 모습과 새로운 인생을 꿈꾸며 노래하는 모습들을 통해 이전에 클럽에서 춤추고 노래하던 루시는 의상을 벗어 던져버림과 동시에 가면을 쓴 듯 꾸며진 인격체라고 추측게 할 뿐이다.

▲ 오디컴퍼니 제공

앞서 소개한 ‘지킬 앤 하이드’의 강렬한 캐릭터와 이야기를 더욱 흥미진진하게 느낄 수 있게 한데는 조명의 힘이 상당하다. 완전한 암전 속에서 이루어지는 무대 교체와 시시각각, 적재적소에 사용되는 조명을 이용한 무대연출은 공연의 핵심 중 하나다. 지킬 박사와 하이드가 한 넘버를 같이 부르는 장면은 물론, 대비되는 조명 색을 이용해 사람의 이면을 표현하는 연출은 최고였다. 조명과 함께 무대를 가득 채우는 앙상블 또한 공연의 웅장함을 더한다.

게다가 뮤지컬을 보지 않은 사람이라 해도 누구나 아는 명넘버 ‘This is the Moment(지금 이 순간)’를 포함해 ‘Confrontation’, ‘Alive’ 등 주옥같은 넘버들은 ‘지킬 앤 하이드’의 매력을 한껏 끌어올린다. 최고의 넘버를 직접 듣는 것만으로도 전율과도 같은 감동을 선사해 마음이 벅차게 했다.

▲ 오디컴퍼니 제공

그러나 ‘지킬 앤 하이드’는 만 7세 이상 관람 가능한 공연임에도 불구하고,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내용이 더러 포함돼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과거에 만들어진 작품이기에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나 시대의 흐름이 변화하고, 관객들의 수준이 향상됨에 따라 수정하는 것이 옳다는 생각이 든다.

한편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는 2018년 11월 13일부터 2019년 5월 19일까지 서울 송파구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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