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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제니 기자
  • 공연
  • 입력 2018.12.02 16:32

[S리뷰] ‘엘리자벳’, 자유와 죽음 그 사이... 매혹적인 비극

▲ 뮤지컬 '엘리자벳' 포스터 (EMK 제공)

[스타데일리뉴스=김제니 기자] 누구보다 화려한 삶을 살았지만, 누구보다 쓸쓸했을 황후 엘리자벳의 삶에 판타지를 더한 뮤지컬 ‘엘리자벳’이 돌아왔다. 열망하는 자유와 유혹적인 죽음 사이에서 비틀거리는 엘리자벳은 애처롭기 그지없다.

뮤지컬 ‘엘리자벳’은 드라마보다 더 극적인 삶을 살았던 오스트리아의 황후 엘리자벳과 치명적인 매력으로 그를 유혹하는 죽음(Der Tod)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극작가 미하엘 쿤체는 엘리자벳의 일기장과 ‘엘리자벳이 합스부르크 왕궁에 죽음을 데려왔다’는 오스트리아의 민담에서 영감을 받아 뮤지컬 ‘엘리자벳’을 그려냈다.

‘엘리자벳’은 1992년 오스트리아에서 초연을 선보인 이후, 27년간 독일, 스위스, 헝가리, 핀란드, 이탈리아, 네덜란드, 중국, 일본 등 세계 12개국에서 공연을 올리며 누적 관객 수 1100만을 돌파한 세계적인 뮤지컬이다. 한국에서는 2012년에 초연, 2013년에 앙코르 공연을 선보인 뒤 3년 만에 돌아와 많은 관객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는 작품이다.

▲ EMK 제공

엘리자벳 역에는 초연부터 함께해온 옥주현과 섬세한 표현력으로 눈길을 끈 김소현 그리고 새롭게 합류한 신영숙이 캐스팅됐다. 엘리자벳으로 분한 신영숙은 처음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천진난만한 엘리자벳부터 공허함이 가득한 엘리자벳까지 완벽하게 그려내며 객석을 뜨겁게 달군다.

신영숙의 진가는 2막에서 확실하게 드러난다. 누구보다 자유롭던 그가 자유를 위해 남편과 시어머니와 대립하는 모습, 아들 루돌프의 죽음 후 울부짖는 신영숙은 엘리자벳 그 자체로 변신해 깊은 공감을 끌어낸다. 점차 절정으로 치닫는 신영숙의 감정은 그의 표정, 호흡, 노래를 통해 고스란히 관객에게 전해진다. 특히 루돌프의 관을 부여잡고 그토록 간절히 바라던 자유를 ‘겨우 자유’라고 칭하는 엘리자벳을 유심히 본 사람이라면 울컥하는 마음을 숨길 수 없을 것이다. 

엘리자벳의 곁을 맴돌며 끊임없이 유혹하는 죽음(Der Tod)은 ‘엘리자벳’에 판타지적 요소를 더하며 극을 한 층 매력적으로 만드는 데 일조한다. “인도해줄게”라고 속삭이는 죽음의 유혹을 뿌리치는 엘리자벳이 대단하게 느껴질 정도로 죽음이라는 캐릭터는 지나치게 섹시하고 매혹적이다. 

죽음 역할의 정택운(빅스 레오)은 그만의 허스키한 음색으로 등장부터 시선을 사로잡는다. 훤칠한 기럭지와 치명적인 눈빛, 독특하지만 단단한 목소리로 공연을 이끄는 정택운은 공중을 가로지르는 철제 다리에서 등장할 때마다 객석의 감탄을 자아낸다. 정택운이 인기 아이돌 그룹 빅스(VIXX) 멤버라는 걸 인지할 수 있었던 순간은 손끝 하나까지 살아있는 안무가 눈에 띄었을 때다. 아이돌 출신 배우의 장점을 한껏 살린 고혹한 죽음의 탄생이었다.

▲ EMK 제공

공연되는 내내 무대 위를 활보하며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 무정부주의자 루케니 또한 죽음 못지않은 존재감을 뽐낸다. 루케니를 맡은 박강현은 무대 중간중간 등장해 그만의 능글거림을 통해 웃음을 선사하기도 한다. 그는 자칫 무겁게만 느껴질 수 있는 ‘엘리자벳’의 서사를 생동감 있게 변화시켜 극에 몰입도를 높이는 데 큰 도움을 준다. 

배우들의 열연 이외에도 ‘마지막 춤’, ‘나는 나만의 것’, ‘내가 춤추고 싶을 때’ 등 중독적인 넘버, 역동적인 안무가 눈에 띄는 환상적인 퍼포먼스 그리고 공연의 백미로 꼽히는 엘리자벳의 눈부시게 아름다운 드레스 등의 화려한 의상은 ‘엘리자벳’의 관람 포인트가 될 것이다.

한편 뮤지컬 ‘엘리자벳’은 11월 17일부터 2019년 2월 10일까지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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