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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임동현 기자
  • 영화
  • 입력 2013.06.17 15:10

'은밀하게 위대하게', '웹툰의 영화화'를 걱정하다

그려진 대로만 하면 돼. 그럼 흥행하잖아?

[스타데일리뉴스=임동현 기자] 충무로는 요즘 '웹툰'에 푹 빠져있다. 그간 강풀의 인기 웹툰들이 계속 영화화 됐고 강우석 감독은 자신의 최근 필모그래피를 웹툰 '이끼'와 '전설의 주먹'으로 채웠다. 그리고 '은밀하게 위대하게'가 엄청난 흥행 스코어를 기록 중이다. 이를 계기로 웹툰을 영화로 옮기는 작업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신과 함께', '다이어터', '목욕의 신' 등 인기 웹툰들이 모두 대기작 목록에 올라있다. 심지어 곧 개봉하는 이시영, 엄기준 주연의 '더 웹툰:예고살인'은 아예 웹툰이 영화의 소재다.

웹툰의 인기는 영화인들에겐 대단한 유혹이 아닐 수 없다. 웹툰 마니아만 끌어모아도 어느 정도의 흥행은 보장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엘리트 배우 한두명만 포함하면 그야말로 '대박'을 향해 갈 수 있다. 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충분히 나올 수 있다. 웹툰과 다른 모습의 영화가 나오면 그 영화는 자연히 '쪽박'을 차게 된다. 웹툰의 영화화를 '양날의 검'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분명한 것은 '은밀하게 위대하게'를 필두로 앞으로 웹툰을 영화화하는 작업이 계속될 것이라는 거다. 이번에 대성공을 거둔 '은밀하게 위대하게'가 내세운 것은 '싱크로율'이다. 원작에 손을 대기보다는 원작을 그대로 따르는 길을 택했고 김수현은 뜻밖에도(?) '바보 동구'의 스타일을 그대로 보여줬다. 재미있게 웹툰을 본 사람들은 그 웹툰의 내용이 고스란히 담긴, 여기에 미남 배우 김수현이 나오는 모습을 보고 좋아하는 것이다.

▲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원작을 그대로 따라했다. 감독의 시선은 전혀 없었다. 그래서 성공했다.(MCMC 제공)

그런데 이 속에 너무나 심각한 문제가 숨어있다. 자꾸 반복하지만 영화는 '웹툰을 그대로 따른다'. 그러다보니 영화 속 화면도, 시선도 모두 웹툰의 시선 그대로를 따른다. 즉, 감독의 시선이나 의도는 애초에 '없다'. 그냥 따라만한다. 웹툰은 그렇게 그 영화의 '시나리오북'이 된다.

정말 손쉬운 방법 아닌가? 그림까지 친절하게(?) 그려져 있으니 감독은 그저 그림에 맞춰 잘 찍어주기만 하면 된다.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그런 영화였다. 감독의 생각이 전혀 없는, 배우만 잘 캐스팅해 만화만 잘 따라 만들어도 관객들이 좋아하는 그런 예.

최근 웹툰의 영화화 바람을 우려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경우처럼 영화를 만드는 이의 생각이 전혀 담기지 않은, 웹툰의 복사품이나 다를 바 없는 영화들이 우후죽순으로 나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감독들도 원작에 손을 댔다가 비난을 받고 흥행에 실패하기보다는 안전하게 웹툰 내용 그대로 가는 길을 택하는 게 더 쉽다. 그림 그대로 따라해도 문제가 없으니까. 흔히 방송에서 농담으로 이야기하는 '날방송'이 영화계에서도 자행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이 우려를 기우, 즉 쓸데없는 생각으로 만들려면 감독들의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지만, 거대 자본이 제작과 스크린을 장악해버린 현재의 한국 영화계에서 그 노력이 가능할지 걱정이 된다.

참고로 '은밀하게 위대하게'를 만든 장철수 감독은 국내외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은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을 만든 감독이다. 자기 색깔을 지닌 감독마저 '흥행 감독'이라는 허울을 쓴 그저 그런 감독으로 굴복시킨 '웹툰의 유혹'. 과연 그 영화를 만들겠다는 감독들은 그 유혹을 딛고 일어설 수 있을까? 어쩌면 여기에 하반기 한국영화의 미래가 달려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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