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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3.06.15 08:57

나 혼자 산다, "처음 하는 발음교정과 정신과 상담, 한계를 보다"

어색하고 서툴지만 진지한 김광규, 서울대 강단에 서다

▲ 제공 MBC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주제와 내용이 그다지 썩 어울리지 않는다. 멤버들 각자가 자기 일을 하면서 겪는 스트레스에 대해 어떻게 대처하는가 묻고 있었을 텐데, 그러나 정작 노홍철의 발음교정이나 이성재의 정신과 상담 등이 하나같이 방송을 통해 처음으로 경험하는 것들이라 말한다. 하기는 김광규 역시 평소 대학에서 강의를 자주 하던 캐릭터는 아니었을 것이다. 하물며 국내최고의 서울대다.

혼자사는 여섯 남자의 꾸밈없는 자연스러운 일상을 보여주겠다. 굳이 의도하거나 연출되지 않은 자연스러운 모습들을 통해 공감의 재미와 웃음을 주겠다. 하지만 역시 예능이었을 것이다. 아무리 연예인이라 하더라도 사람의 일상이란 것이 대부분 어제가 오늘같고 오늘이 내일같은 평균 위에 존재한다. 모두가 흥미를 가질만한 특별한 사건이란 말 그대로 아주 특별한 경우에나 일어날 수 있는 돌발적 상황에 불과하다. 그것만 가지고 분량을 만들어내는 것인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김태원은 혼자 있을 때 잠만 잔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나 혼자 산다' 역시 예능의 표준을 따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고정출연자가 있고, 이들 출연자들과 어울릴 수 있는 미션이 주어진다. 그 미션을 수행하는 과정을 편집을 통해 압축해서 보여준다. 시청자가 흥미를 가질만한 새로운 미션과, 미션과 출연자의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상황들과, 출연자의 역량과 개성에 의해 만들어지는 장면들, 여기에 그 가운데서도 가장 재미있을 것 같은 장면들을 선별하여 구성하는 연출자의 편집이 더해진다. 철저히 예능이라고 하는 목적과 의도 위에 생산된 '프로그램'인 것이다. 아무래도 예능이란 재미있자는 것인데 멤버들의 일상만으로는 부족하다면 어쩔 수 없는 선택 아닌 필연인 것이다.

아마 '나 혼자 산다'라고 하는 프로그램에 대해 사람들이 가지게 되는 불만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미션을 주고 그것을 수행하는 모습을 촬영해 보여주는 다른 흔한 예능들과 전혀 다르지 않아 보인다. 멤버들 자신의 일상이라고 하는데 정작 평소의 모습과는 동떨어진 어떤 의도에 의해 만들어진 상황들이 더 자주 보인다는 것은 분명 문제일 것이다. 아니 그것이야 말로 '나 혼자 산다'라는 프로그램의 태생적 한계가 아니었을까. 파일럿에 대한 기대와는 달리 멤버들의 일상만으로는 더 이상 보여줄 것이 있다.

아니다. 그럼에도 아직 가능성은 있다. 노홍철이 '음악중심'의 방송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성재는 인기드라마 '구가의 서'에서 열심히 악역을 맡아 촬영에 임하고 있었다. 김광규는 배우다. 서인국은 가수이면서 연기도 한다. 김태원과 데프콘은 왕성하게 활동중인 현역음악인들이다. 보통의 일반인이 아니다. 대부분의 일상은 일반인과 크게 다르지 않을지 몰라도 그들의 일상의 일부는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연예계와 직접 닿아 있다. MBC만을 한정하지 않는다면 그 폭은 더 넓어진다. TV에서 보던 모습과는 다른 그러나 TV의 모습과 맞닿은 일상을 볼 수 있다. 얼마전 종영한 KBS의 드라마 '직장의 신'도 그렇게 김혜수의 간접출연까지 이끌어내며 또다른 화제를 모으고 있었다. 어찌되었거나 그들은 연예인이다.

굳이 의도된 주제보다 차라리 먼저 멤버들의 일상을 모으고 그것을 따로 주제별로 나누는 것이 낫지 않겠는가. 미션을 주더라도 그같은 일상 가운데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는 것을 주어야 한다. 누군가의 입을 빌어 일방적으로 전달하기보다 멤버들의 일상 가운데 자연스럽게 주제에 대해 이야기가 나온다면 이번주와 같이 처음으로 찾게 되는 연기학원과 신경정신과조차 위화감없이 이어질 수 있다. 시청자와도 더 밀착할 수 있을 것이다.

주어진 미션을 수행하는 예능이야 차고 넘친다. '무한도전' 이래 그것은 예능의 한 전형이 되어 있다. '나 혼자 산다'만이 내세울 수 있는 장점과 강점은 무엇인가. '나 혼자 산다'를 정의할 수 있는 고유한 개성은 또한 무엇인가? 공감을 넘어 난감이라 했던 처음의 의도 역시 갈수록 퇴색해가는 느낌이다. 분량의 편중 역시 해결해야 할 문제다. 멤버는 여섯인데 정작 방송에 나오는 것은 세 명이 전부다. 기대가 컸었기에 그만큼 실망도 크다.

그래도 배우로서 겪게 되는 자신의 절박한 고민을 솔직하게 털어놓는 이성재의 모습은 배우라는 직업에 대한 이해를 깊게 했다. 처음으로 서울대 강단에 선다는 긴장과 압박에 나름대로 많은 준비를 했음에도 끝내 얼어버린 김광규의 모습은 무척 친근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그것은 자신의 모습이기도 했을 것이다. 서툴지만 진지하다. 어리숙하지만 성실하다. 결과는 그리 좋지 못했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했다. 강의를 능숙하게 잘하는 것은 김광규의 캐릭터가 아닐 것이다. 만일 그럴 수 있게 된다면 그 또한 프로그램의 재미일 것이다.

아쉬움이 있었다. 그동안 누적되어 온 소소한 불만들이기도 했을 것이다. 공감하기 힘들어졌다. 그만큼 재미도 덜해졌다. 시작부분에 모여서 나누는 사소한 이야기들은 여전히 재미있다. 다른 예능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멤버구성일 것이다. 그런 만큼 보다 새로운 것들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예능은 이미 많다. 대단한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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