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3.06.12 07:39

상어, "밝혀지는 진실, 지탱하던 세계가 무너져가다"

복수는 독사처럼, 엇갈리는 복수가 갈등을 예고하다

▲ 사진제공=에넥스텔레콤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수많은 인명을 살상한 악인을 마침내 주인공이 찾아가 죽이자 악인은 이리 비웃는다. 그토록 많은 사람을 죽이고 고통받게 했음에도 결국 자기로부터 가져갈 것은 목숨 하나 뿐이지 않은가 하고. 복수의 허무함일 것이다. 그로 인해 평생을 고통속에 살아왔는데 복수라고 해봤자 고작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상대의 목숨이나 받아올 뿐이다. 너무 불공평하다.

내가 당한 고통만큼. 고통속에 살아온 시간 만큼. 그로 인해 억울하게 희생된 이들의 몫도 있다. 어쩌면 그 이상. 법은 너무 무르다. 단지 목숨을 빼앗는 정도로는 도저히 분이 풀리지 않는다. 더 고통스럽게. 더 잔인한 고통속에 자신이 저지른 죄를 깨달을 수 있도록. 아니다. 반성따위는 필요없다. 잘못을 인정하고 진심으로 뉘우치는 따위 지금에 와서 번거로울 뿐이다. 끝까지 자기는 옳았다, 자신은 잘못한 것이 없다, 뻔뻔하게 당당하게 오히려 꾸짖고 비난을 퍼부어도 전혀 상관없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받은 고통 그 이상을 돌려줌으로써 그에 대한 자신의 증오를 충족시키는 것, 그것이 바로 복수다.

복수는 그래서 뱀처럼 한다. 차근차근 상대가 미처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 주위로부터 서서히 조여간다. 마지막 목을 무는 순간에도 상대는 결코 바로 숨이 끊어져서는 안된다. 뱀이 산 채로 먹이를 삼키듯 마지막 순간까지 희망없는 발버둥을 계속해야 한다. 살아날 수 없음을 알면서도 버르적거리며 자신이 복수에 성공했음을 확인시켜주어야 한다. 영원히 고통받으며 살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 차라리 웃는 얼굴로, 친절한 몸짓으로 상대를 맞이하며, 최상의 경의로써 그를 예우한다. 진심으로 웃는 것인 복수가 마무리되는 순간, 그래서 그를 위한 과정들이 고통스러우면서도 짜릿한 쾌감으로 다가온다.

확실히 한이수(김남길 분)는 복수를 꿈꾸기에는 너무 순수하고 너무 여리다. 결코 순탄하다고는 말할 수 없는 삶을 살아왔음에도 그는 여전히 사랑을 믿고 희망을 믿고 싶어 한다. 그 순간에도 그는 번뇌하고 갈등한다. 첫사랑 조해우(손예진 분)를 잊지 못한다. 어느새 자신의 복수에 휘말린 그녀에게 미안해하며 죄책감마저 느낀다. 바로 손닿는 곳에 있는 한이현(남보라 분)의 주위를 맴돌려 한다. 그에 비하면 자신의 성을 따 요시무라 준이 되어 있는 한이수를 끝내 믿지 못하고 있는 요시무라 준이치로(이재구 분)는 얼마나 철두철미한가. 어쩌면 그는 자신의 복수에 있어 자기 자신이 그 길에서 벗어나는 것조차 용서하지 못할 것이다.

조해우를 통해서, 그리고 딸 조해우에 의해 아버지 조의선(김규철 분)의 과거 행적이 드러난다. 조의선의 과거가 드러나며 조의선의 과거를 은폐하는데 협력하고 있던 이제는 자신의 남편이 되어 있는 오준영(하석진 분)의 아버지 오현식(정원중 분)의 모습까지 희미하게 보이고 있다. 그 저편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가. 조상국(이정길 분)이 가장 두려워하는 바일 것이다. 그로 인해 조의선도 술에 취해서 그토록 두려워하는 아버지 조상국 앞에서 주사를 부리고 있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을 가장 존경하고 사랑한다는 손녀에게 자신의 실체가 드러난다. 조상국이 평생 일군 가야호텔을 빼앗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가장 사랑하는 딸의, 손녀의 손을 빌어 그들을 심판한다.

복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 과정이 중요한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한이수 자신을 위한 주문이기도 했다. 다시 살아나기 위한. 죽음으로부터 다시 원래의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한. 무의식이었을 것이다. 아니 처음부터 의도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여기저기 자신의 정체를 눈치챌만한 단서를 무심하다 싶을 정도로 허술하게 흘리고 다닌다. 특히 자신의 존재를 누구보다 민감하게 느낄 조해우 앞에서 자신을 연상할만한 말과 행동을 일부러라 해도 좋을 정도로 아무렇지 않게 내보이고 있다. 마침내 조해우에게 한이수는 사망이 아닌 실종으로 바꾸고 조상국 역시 한이수의 생존을 의심하게 된다. 요시무라 준이치로가 우려하던 상황이다. 한이수인 채로 그는 자신이 원하는 복수를 할 수 없다.

갈등이 예고된다. 복수의 목적은 같다. 둘 모두 조상국에게 가장 철저한 복수를 하고자 한다. 그러나 가능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오로지 복수 한 가지만을 이루고자 하는 요시무라 준이치로에 비해 한이수는 생각이 많다. 그는 아직 자신을, 한이수라고 하는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 과거의 따뜻함을 잊지 못하고 있다. 복수는 시리게 하는 것이다. 몸서리치도록 춥게 복수는 하는 것이다. 복수를 하기까지의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두 사람은 엇갈리게 된다. 보다 이야기가 복잡하게 꼬이고 뒤틀리게 된다. 그럼에도 복수는 해야 한다. 복수는 당위다.

조상국이 숨기고 있는 암살자의 정체가 너무 빨리 밝혀졌다. 하기는 아무런 반전도 더 이상의 확장되 없을 것이라는 선언일 것이다. 암살자는 단지 암살자일 뿐이다. 그가 맡은 역할이란 단지 조상국이 시키는대로 대상을 찾아가 위해를 가하는 것 뿐이다. 그동안 벌여 놓은 것들이 너무 많다. 여기에 암살자의 정체마저 숨기고 이야기를 더 키우기에는 너무 복잡해지고 부담도 커진다. 다만 정체를 드러낸 만큼 그 역할 또한 보다 적극적으로 드러나게 될 것이다. 한 번은 한이수와 부딪힌다. 그것이 드라마가 된다.

조의선의 말이 맞다. 그는 어쩌면 참 순진한 사람일 것이다. 그런 식으로 자신의 악의를 숨김없이 드러내 보이는 경우란 현실에서도 그다지 흔치 않다. 더구나 조의선과 같이 대부분의 사람들을 굽어볼 수 있는 위치에 이른 사람이라면 더 그렇다. 차라리 웃는 얼굴 뒤에 칼을 숨긴다. 친절한 얼굴로 독을 푼다. 세상에서 가장 선량한 얼굴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악을 행한다. 그 쯤 되어야 거물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식으로 노골적으로 자신의 악의를 드러내 보인다면 누구나 그를 꺼리고 거리를 둘 것이다. 현명하지 못하다. 악당은 되지 못한다. 도대체 어떤 악당이 딸에게 악의를 의심받았다고 상처입고 술까지 먹고 주사를 부르겠는가 말이다. 자신의 말처럼 바퀴벌레 한 마리 죽이지 못하는 순둥이 중의 순둥이일 것이다.

조상국이 조의선을 한심하게 보는 이유일 것이다. 차라리 손녀인 조해우처럼 바르고 올곧지도 못하다. 그렇다고 악한 것도 아니다. 온갖 악의를 있는대로 흘리고 다니면서 정작 필요한 순간 전혀 독해지지 못한다. 철두철미하지 못하다. 진실을 움켜쥐고 사실을 마음껏 주무르며 법과 보편의 가치마저 비웃을 수 있는 자신과는 전혀 다르다.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 여전히 강가에 내놓은 아이마냥 마음쓰이는 자식이다. 이제는 차라리 조의선의 노골적인 독기가 아이의 천진함마냥 귀엽게까지 느껴진다. 아버지 조상국에 비하면 그는 악도 아니다. 그것은 자신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천박한 무지이고 어리석음이다. 그는 단지 어리석을 뿐이다.

조금씩 조해우도 진실을 향하 다가간다. 한이수가 의도한대로 감춰진 진실을 하나씩 파헤치며 자신을 지탱하던 세계가 무너지고 있음을 깨닫는다. 그래도 아버지였다. 남편의 아버지이니 시아버지가 되며 그녀가 믿고 있던 법과 정의 그 자체였다. 서울중앙지검장이었다. 경찰과 아버지와 자신이 속한 검찰의 지검장, 하지만 아직 더 크고 어두운 비밀이 감춰져 있다. 마냥 행복하기만 하던 그녀의 일상이 그렇게 조금씩 허물어져간다. 그리고 그 너머로 이미 죽었다고 여겼던 한이수의 망령과 만나게 된다. 괴물이 있다. 그녀마저 삼켜버릴 흉측한 괴물이 바로 그녀의 주위에 있다. 절망을 딛고 일어선다. 일어서야 한다. 오르페우스가 아내 에우리디케를 저승에서 되살려 데리고 나오듯 그녀가 한이수를 죽음에서 다시 되살려 데리고 와야 한다. 벌써부터 정체를 드러낸 암살자의 친절한 웃음은 이제 곧 멀지 않음을 말해주는 듯하다.

복수와 복수, 그리움과 그리움, 악과 악, 죄와 응징, 이야기는 더욱 중첩되며 꼬여간다. 단순한 복수의 이야기가 아니다. 아버지의 죄 뒤에 숨은 할아버지의 죄를 조해우는 아직 알지 못하고 있다. 한이수는 그것을 조해우 자신의 손으로 파헤치도록 만들 요량이다. 요시무라 준이 한이수가 된다. 그것은 정의도 뭣도 아니다. 실존이다. 처절하다. 인간의 이야기다.

모바일에서 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