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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3.06.11 08:14

상어, "오르페우스가 에우리디케에게, 복수의 복선?"

삶과 복수의 경계에서, 다른 선택을 예고하다

▲ 사진제공=에넥스텔레콤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그리스 신화의 오르페우스는 죽은 아내 에우리디케를 되살리기 위해 스스로 죽은 자들의 세계인 명계로 들어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명계의 왕인 하데스를 자신의 음악으로 감동시켜 마침내 에우리디케를 살려서 데리고 나온다. 하지만 하데스는 경고한다. 명계를 완전히 벗어나기 전까지 절대 에우리디케를 돌아보아서는 안된다. 그러나 이제 곧 지상에 이르게 될 것이라는 기쁨에 오르페우스는 그 경고를 잊었고, 결국 에우리디케는 다시 명계에 속하여 죽은 자들의 세계로 돌아가게 된다. 자신으로 인해 다시 아내를 잃었다는 자책과 절망으로 괴로워하던 오르페우스가 죽임을 당하자 신들에 의해 그가 가지고 다니던 하프를 올려 하늘의 별자리로 만들었으니 그것이 곧 오늘날의 거문고자리다.

어쩌면 조해우(손예진 분)의 입을 빌려 들려주고 있는 오르페우스의 신화야 말로 드라마의 가장 중요한 복선이지 않을까. 한이수(김남길 분)는 이미 죽은 사람이다. 12년 전 이미 죽은 사람이 되어 더 이상 현실에 한이수라는 사람은 없다. 김준은 유령이다. 요시무라 준은 은인이기도 한 요시무라 준이치로(이재구 분)의 원한과 자신의 원한이 만나 만들어진 원령이며 괴물이었을 것이다. 한이수가 다시 살아서 현실로 돌아오고자 한다. 조해우의 곁으로, 그리고 자신의 동생 한이현(남보라 분)의 곁으로. 그를 위해서는 의식이 필요하다.

굳이 한이수 아니 김준이 자신의 복수에 조해우를 끌어들이려는 이유였을 것이다. 오르페우스가 에우리디케를 살리기 위해 스스로 저승으로 들어갔듯 조해우 역시 자신을 살리기 위해서는 자신의 죽음 속으로 들어와야 한다. 자신이 어떻게 죽었고 어떻게 원령이 되어 떠돌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 원한을 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면 되는지. 어떻게 하면 자신이 살 수 있는지. 자신이 살아있음을. 복수라는 당위 뒤에 그럼에도 자신으로 살고자 하는 본능의 열망이 숨어있었던 것이다. 조해우가 원점에서 모든 진실을 파헤쳤을 때, 그 불편한 진실들과 마주하게 되었을 때, 그녀가 돌아보지만 않는다면 한이수는 당당히 원래의 자신으로 돌아가 저들을 심판할 수 있을 것이다. 김준이 아니어도. 요시무라 준이 아니더라도. 멈췄던 시간이 다시 거슬러 흐르고 잃어버렸던 시간들을 다시 되찾게 된다.

그래서 조해우에게 복수를 맡기려 하는 것이다. 그녀에게 모든 진실을 맡기려 한다. 오르페우스가 아내 에우리디케를 살리기 위해 스스로 저승으로 걸어들어갔다면 한이수는 스스로 살고자 현실의 조해우를 죽은 자신에게로 불러들인다. 그때까지는 뒤를 돌아볼 수 없다. 조해우와 만나기까지. 조해우를 불러들이기까지. 그리고 만나게 된다면 그때부터는 조해우가 뒤를 돌아봐서는 안 될 것이다. 실패한다면 자신은 여전히 죽은 사람이 원한에 자아를 잡아먹힌 원령만이 남고 말 것이다. 원수인 조상국(이정길 분)은 물론 자신까지 끝없는 파멸로 내몰리고 만다. 그에게는 무엇과도 심지어 피맺힌 원한과도 바꿀 수 없는 가장 소중한 것이 있다. 그가 지켜야만 하는 것들이다. 요시무라 준이치로와의 관계에서도 미묘한 이상기류가 흐른다. 요시무라 준이치로가 유일하게 신뢰한다는 장영희(이하늬 분)의 역할에도 변화가 있을지 모른다.

단순한 복수극이 아니다. 어쩌면 일방적이고 불공평한 싸움일 것이다. 그런 순간에까지 인간으로서의 선의와 존엄을 지키려 한다는 것은. 지켜야 할 것이 있다. 반드시 지켜야만 하는 것이 있다. 지금은 복수가 무엇보다 우선하지만 언젠가는 돌아가야 한다. 그래서 조해우를 부른다. 조해우에 의지한다. 돌아보면 안된다. 다른 감정을 가져서도 안된다. 하지만 다짐도 무색하게 한이수는 조해우에게 강제로 키스하고 만다. 돌아봐서는 안되는데 돌아보고 말았다. 마침 오준영(하석진 분)이 조해우를 마중하러 오는 중이었다. 오르페우스는 에우리디케를 다시 명계로 돌여보냈지만 한이수는 과연 무엇을 잃게 될 것인가. 처음부터 한이수와 조해우는 만나서는 안되는 사이였는지도 모르겠다.

조금씩 밝혀지는 진실이 조해우를 불안하게 만든다. 설마 아버지가. 아니 조금은 의심하고 있었을 것이다. 한이수의 아버지가 절대 그럴 리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버지를 의심하고 싶지는 않았다. 애써 묻어두고 있던 진실이 조금씩 고개를 내밀며 그녀의 의심은 사실이 되고 만다. 더 큰 비밀이 있을까? 할아버지 조상국은 그녀가 가장 존경하고 가장 본받고 싶어하는 대상이다. 조상국의 진실이 밝혀졌을 때 조해우는 지금처럼 강할 수 있을 것인가? 그럼에도 한이수가 이끄는대로 차근차근 진실을 향해 다가간다. 아마 그 끝에는 그녀가 차마 감당하기 힘든, 그러나 견뎌내지 않으면 안되는 또다른 진실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희극같은 비극일까? 비극같은 희극일까? 역설과 모순이 바로 그녀의 포지션이다.

조상국이 전화를 걸어 지시를 하는 미지의 인물에 대한 관심이 커진다. 아직까지 얼굴이 나오지 않고 있다. 더 스케일이 커지거나 혹은 반전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한이수 입장에서 반드시 상대해야만 하는 대상일 것이다. 그리고 가장 큰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당사자일 것이다. 모든 것이 밝혀지고 진실을 향해 다가갈 때 결국 마지막에 만나는 것은 그일 것이다. 쉽게 넘어가는 법이 없다. 아직까지는 너무 순조롭다. 단편드라마가 아니다. 복수는 뱀처럼, 그러나 더 사납고 교활한 족재비가 저 앞에서 목을 물려 기다리고 있다. 피가 흐른다. 더 처절하고 더 치열해진다. 긴장이 고조된다. 아직은 남아있다. 그 순간까지의 시간이.

죽은 한이수가 산 조해우를 부른다. 다시 살고자. 자기 자신으로 살아나고자. 조해우는 아직 아무것도 모른다. 조금씩 한이수가 가리키는대로 죽음의 심연으로 그를 찾아 나선다. 진실이 그녀를 기다린다. 그녀는 아직 아무런 준비도 되어 있지 않다. 더 고통스러운 진실과 그보다 더 잔인한 운명. 그럼에도 한이수는 살려 하고 조해우는 그를 살리려 할 것이다. 벌써 한참을 엇갈렸다. 에우리디케는 명계로 돌아갔고 오르페우스의 하프는 별이 되었다. 상어는 끊임없이 지느러미를 움직여 심연을 벗어나 빛속에 머문다. 기대해도 좋을까? 오준영(하석진 분)이 조해우를 마중하려 그들이 함께 있는 그곳으로 달려가고 있는 중이다. 과연 드라마다.

조금은 상투적이기도 하다. 바람이 빼앗아간 조해우의 스카프를 한이수가 잡아준다. 가끔 거짓말도 한다는 조해우의 말에 한이수는 가끔 솔직해지기도 한다고 맞장구쳐준다. 하필 조해우의 맞은 편에서 자신이 보낸 선물에 대해 확인하는 것 역시 이제는 너무나 익숙하다. 아쉬운 부분일 것이다. 그러나 그런 사소한 것들을 일소할 박력이 있다. 힘이 있다. 지켜본다. 역시 본격적인 이야기는 시작도 안했다. 그때를 기다리며. 지금으로서는 장점이 더 크다.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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