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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제니 기자
  • 공연
  • 입력 2018.11.20 22:59

[S리뷰] ‘젠틀맨스 가이드’, 한 번 보고 그칠 수 없는 다이스퀴스의 9色 매력

▲ 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 : 사랑과 살인편' 포스터 (쇼노트 제공)

[스타데일리뉴스=김제니 기자] 다이스퀴스의, 다이스퀴스에 의한, 다이스퀴스를 위한 뮤지컬이 탄생했다. 다이스퀴스를 만나지 않은 사람은 있어도, 한 번 만난 사람은 없지 않을까.

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 : 사랑과 살인편’(이하 ‘젠틀맨스 가이드’)은 로이 호니먼의 ‘이스라엘 랭크-범죄자의 자서전’이라는 원작 소설을 뮤지컬화 한 작품이다. 

1900년대 초반 영국 런던을 배경으로 한 ‘젠틀맨스 가이드’는 가난하게 살아온 몬티 나바로가 어느 날 자신이 고귀한 다이스퀴스 가문의 여덟 번째 후계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다이스퀴스 가문의 백작이 되기 위해 자신보다 서열이 높은 후계자들을 한 명씩 제거하는 과정을 다룬 코미디 뮤지컬이다.

▲ 이규형 (쇼노트 제공)

‘젠틀맨스 가이드’는 살인이라는 소재를 이용한 뮤지컬임에도 불구하고 공포감이나 숙연함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몬티 나바로가 다이스퀴스 가문의 후계자들을 하나하나 처리해나갈 때마다 객석에는 웃음꽃이 활짝 핀다. 죽음이라는 비극의 제재로부터 웃음을 유발해내는 전형적인 블랙 코미디인 ‘젠틀맨스 가이드’는 뮤지컬과 코미디라는 장르가 얼마나 잘 융화되는지 증명해낸다.

원작의 정서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알맞게 자리 잡은 한국식 유머는 빠질 수 없는 관람 포인트 중 하나다. 예상치 못한 한국식 단어와 어휘들은 큰 웃음을 만들어내며 극의 재미를 더한다.

▲ 김동완, 임소하(임혜영) (쇼노트 제공)

유기적인 서사구조를 만들어내는 다이스퀴스들의 죽음은 피 한 방울 튀기지 않은 채 오로지 스크린 속 영상과 배우의 열연을 통해서만 그려진다. 적절한 그림과 다이스퀴스의 감칠맛 나는 액션이 더해진 죽음은 엉성한 매력으로 관객들을 여러 차례 폭소케 한다. 

그렇기에 총 9개의 캐릭터를 소화해야 하는 다이스퀴스는 ‘젠틀맨스 가이드’에서 막중한 임무를 지니게 된다. 극을 이끌어가는 중심 소재인 죽음을 우스꽝스럽게 표현해 러닝타임 내내 관객의 웃음을 끌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 이규형 (쇼노트 제공)

‘젠틀맨스 가이드’는 다이스퀴스를 위한 뮤지컬이라고 말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9명의 다이스퀴스 모두 제각각의 매력을 뿜어내며 관객을 사로잡는다. 캐릭터마다 부여된 콘셉트와 특징 있는 대사들을 배우마다 어떻게 각자의 것으로 풀어내는지 궁금증을 자아내 공연장을 또 찾고 싶게 한다. 마지막까지 깜찍함을 자랑하는 다이스퀴스는 배우라면 누구나 욕심낼만한 캐릭터가 아닐까. 

다이스퀴스 역의 한지상은 골반을 특색으로 한 멋쟁이 애스퀴스 다이스퀴스 2세부터, 무척 깜찍한 헨리 다이스퀴스 등 다채로운 캐릭터를 통해 자신의 매력을 분출하며 객석을 현혹한다. 특히 9개의 캐릭터 중 자칫 비슷하게 느껴질 수 있는 하이허스트성의 여덟 번째 백작인 애덜버트 다이스퀴스 경과 은행가인 애스퀴스 다이스퀴스 1세까지 발성을 통해 훌륭하게 구분해내 깜짝 놀라게 했다.

▲ 임소하(임혜영) (쇼노트 제공)

다이스퀴스 못지않게 여성 캐릭터들도 매력적이다. 시벨라 홀워드와 피비 다이스퀴스는 진취적이고 당당한 성격을 통해 몬티 나바로 뿐만 아니라 객석의 모든 이들을 매료시킨다. 특히 두 사람은 각자의 뚜렷한 개성을 대비되는 붉은빛 의상과 푸른빛 의상으로 드러내 눈길을 끈다. 이에 반해 미스 슁글은 특유의 의뭉스러움으로 극의 초반 집중력을 한껏 높이지만, 캐릭터를 설명하는 데 있어 불친절하다는 느낌은 지울 수 없다.

특히 시벨라 홀워드 역의 임소하(임혜영)는 시벨라의 사랑스러움을 배로 더했다. 첫 등장 후 ‘어머, 너 없이 어쩔까, 난’을 성악을 통해 만들어진 고운 소리로 부르며, 어여쁜 몸짓과 말투를 이용해 “나 때문에 미치겠지?”라고 묻는 시벨라에게선 피할 수 없는 마력이 느껴진다.

▲ 김아선, 유연석, 임소하(임혜영) (쇼노트 제공)

강렬한 캐릭터들 속에서 몬티 나바로는 담백하기 그지없다. 1막에서 적극적으로 활보하는 캐릭터들에 치이던 몬티는 2막에 가서야 생명을 부여받은 듯한 느낌이 든다. 특히 2막의 대표 넘버인 ‘결혼할 거야, 그대랑’을 부르는 몬티는 시벨라 그리고 피비와 함께 눈을 떼기 힘든 완벽한 앙상블을 선보이며 그제야 본인의 입지를 견고히 한다. 

몬티 나바로를 맡은 김동완은 빠른 전개 속에서 극의 연결고리로서 자신의 역할을 충분히 다한다. 특히 피비 다이스퀴스를 맡은 김아선과 함께 부른 넘버 ‘반대로’나 그의 리드미컬한 보컬이 드러나는 넘버들에서 그의 매력은 한층 빛난다.

한편 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는 2018년 11월 9일부터 2019년 1월 27일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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