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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3.06.07 09:26

너의 목소리가 들려, "딜레마, 왕따의 가해자와 무고한 피의자"

결코 선량하지도 무고하지만도 않은 의뢰인과 재판에 대해, 법을 생각하다

▲ 사진제공=SBS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딜레마일 것이다. 변호사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많다. 선량한데 아무런 죄도 짓지 않았음에도 억울하게 죄인이 되어 법정에 선다. 아마 사람들이 생각하는 가장 흔한 경우일 것이다. 선한 약자의 편에서 자칫 억울하게 죄를 뒤집어 쓸 수도 있는 상황에서 의뢰인을 구해낸다. 변호사란 곧 법의 정의를 실현하는 히어로일 것이다.

하지만 세상일이 그렇게 단순한가? 어떤 사람들은 악의는 없지만 그럼에도 실제 죄를 짓고 처벌을 받기 위해 재판정에 선다. 반면 다른 어떤 사람들은 분명한 악의를 가지고 있었음에도 정작 법적으로는 죄를 짓지 않아 무죄인 채다. 아니 아예 명백한 악의를 가지고 그것을 행동으로 옮겨 죄인이 된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조차 변호사를 필요로 한다. 보다 자기에게 유리한 판결을 이끌어내기 위해서 - 궁극적으로 법적으로 자신은 죄를 짓지 않았다는 면죄부를 받고자 한다. 그때 변호사는 악의 가장 강력한 협력자로 존재한다. 비열하고 탐욕스럽고 교활하다.

어쩌면 편견이었을 것이다. 의뢰비도 비싼 사선변호인보다 국가에서 대신 비용을 지불해주는 국선변호인의 도움을 필요로 할 정도라면 경제적으로도 많이 어려운 소외된 처지의 사람일 것이다. 억울한 일이 있어도 돈도 없고 사회적 지위도 형편없이 낮기에 국가의 도움을 받아 국선변호인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통계만 놓고 보더라도 경제적으로 빈곤하고 사회적으로 소외된 계층일수록 범죄율도 더 높다. 사회 일반의 보편에 비추어 양심과 도덕의 기준 또한 상당히 다른 지점에 있다.

사흘 굶어 도둑질 않는 사람 없다고 현실의 가혹함과 절박함이 장시 양심을 외면하고 그런 자신을 변명하도록 만든다. 그리고 어느새 그런 자신의 모습에 익숙해진다. 양심은 그저 시끄럽고 거추장스럽기만 하다. 자신은 전적으로 신뢰해주는 변호사 차관우(윤상현 분)을 철저히 기만하고 이용하려는 어느 청각장애인의 모습이 그것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할 것이다. 장애인에게도 기본적인 욕구가 있고, 그것을 실현하고 싶은 욕망이 있다. 처음의 계기야 어찌되었든 이제는 태연히 자기에게 선의로 다가오는 변호사 차관우마저 속이고 이용할 수 있다. 악하다기보다는 선하지 못한 인간의 또다른 모습일 것이다.

의아할 것이다. 분명 피의자 고성빈(김가은 분)은 피해자인 문동희(김수연 분)을 쌍꺼풀과 코를 수술했다 해서 쌍코라 별명붙이고 주도하여 왕따한 가해자였다. 자신의 입으로도 고백하고 있었다. 학교에서 다른 아이들을 시쳇말로 삥뜯은 적이 있다고. 머리를 노랗게 물들이고, 손톱은 알록달록 화려하고, 누가 보더라도 불량한 날라리의 전형같은 모습이다. 설사 문동희가 건물에서 떨어져 죽을 뻔한 자체에 대해서는 무죄라 할지라도 그렇게 되기까지 괴롭혀 온 전력이 있으니 전혀 무관한 것이 아니다. 주위에서 그녀에 대해 불리한 증언을 하는 것도 그녀의 평소 행실로 인한 자업자득일 것이다. 그런데 그런 고성빈의 억울함과 무고함을 밝히기 위해 국선변호사인 주인공 장혜성(이보영 분)과 그를 돕고자 하는 박수하(이종석 분)가 나서려 하고 있다. 과연 장혜성과 박수하가 그렇게까지 도와줘야 할 가치가 있는 고성빈인가?

그것이 변호사라는 직업일 것이다. 변호사의 정의는 다름아닌 법에 있다. 의뢰인이 얼마나 선하고 악한가, 전혀 상관없다. 의뢰인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어떤 일들을 했는가, 역시 전혀 상관없다. 중요한 것은 의뢰인에게 적용되는 법적 기준이 과연 정당한가 하는 것이다. 법적으로 의뢰인 자신에게 죄가 있는가. 죄가 있다면 그 죄는 어떻게 계량할 수 있는가. 명백한 악의를 가지고 살인을 저질렀어도 법이 10만큼의 책임만을 물으려 한다면 그리 할 수 있어야 한다. 아니 보다 노력해서 9만큼의 댓가만 치를 수 있게 된다면 그렇게 해야 한다. 법 앞에 작은 억울함도 없도록 하는 것, 그것은 왕따 가해자라 할지라도 예외는 아니다. 그녀는 왕따를 한 것이지 사람을 죽이려 한 것이 아니었으니까. 그에 대해서는 달리 묻게 된다.

드라마가 재미있어지려 하고 있다. 흔하디 흔한 선하고 억울한 무고한 의뢰인이 아니다. 무고하기는 하다. 살인미수에 대해서까지는 직접적인 죄가 없다. 하지만 선량하지는 않다. 법적인 책임은 아닐지라도 도의적인 책임이 있다. 그럼에도 그같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뉘우치기보다 지금 자신이 겪고 있는 억울함에만 분노하고 있을 뿐이다. 스스로 죽어야만 세상 사람들이 자기를 믿고 이제까지 의심한 것을 뉘우칠 것 같다면, 그렇다면 자신으로부터 그동안 괴롭힘당해왔던 문동희는 과연 어떻겠는가. 하지만 죄가 없으니 그녀는 무죄일 것이고 재판정에서 그녀는 무죄를 선고받아야 할 것이다. 지독한 역설이다. 그럼에도 죄가 없음을 알기에 그녀를 무죄로 만들어야 한다. 그렇다면 그동안 고성빈이 저질러 온 행동들에 대해서는?

마냥 고성빈의 편을 들어줄 수만도 없다. 그렇다고 재판에서 지라고 말하기도 무엇하다. 주인공이니까 장혜성과 박수하를 응원해주어야 하는데 정작 고성빈을 보고 있으면 재판에서 지라 말하지 않는 것만으로 이미 많은 것을 양보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 학교에서의 폭력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그것을 고성빈의 변호를 맡은 변호사 장혜성과 고성비을 도우려 하는 박수하의 입장에서 보아야 한다. 재판에서 이기기 위한 노력을 - 그녀가 무죄로 판결받도록 도우려는 노력들을 지켜보지 않으면 안된다. 어떻게 판단해야 할까?

사실 학교폭력이 쉽게 근절되지 않는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악의가 없다. 사실 고성빈도 딱히 문동희에 대해 악의가 있어서 그리 모욕적인 별명을 붙이고 주도해서 따돌렸던 것이 아니었다. 그냥 재수가 없어서. 그냥 기분이 나빠서. 그것이 사실이니까. 모두가 그것을 좋아하고 인정하고 있으니까. 그냥 장난같은 것이다. 장난처럼 아이들을 때리고 괴롭히고 돈을 빼앗는다. 하필 장혜성의 반대편에 범죄자에 대해 잔인할 정도로 가혹한 서도연(이다희 분)이 있다는 사실이 의미심장하게 여겨진다. 그럼에도 죄를 짓지 않았다면 고성빈은 무죄다. 현실의 냉엄함일 것이다. 다만 드라마인 이상 현실에서와는 다른 조금의 판타지는 보여지지 않을까. 보다 입체적으로, 어쩌면 더 잔인한 진실을 드러내 보일 수 있을 것이다.

다른 사람의 진심을 읽는다. 다른 사람이 애써 감춰둔 어쩌면 자신도 알지 못할 진실을 읽을 수 있다. 만만찮은 현실과 마주해야 하는 변호사 장혜성과 초자연적인 힘을 가진 고등학생 박수하의 조합이 흥미롭다. 현실적이다 못해 무기력한 모습의 변호사 장혜성과 정의감에 불타는 순진한 박수하의 화학결합을 기대한다. 서도연과의 라이벌관계나 역시나 열정이 넘치는 차관우와의 관계 역시 흥미롭다. 마치 서라운드처럼 여러 각도에서 진실을 에워싸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조금은 색다른 법정드라마가 가능하지 않을까? 선도 정의도 없는, 악조차 없는, 단지 법에 의해 판단될 뿐인 냉정한 현실이 그려지게 될 것이다. 그것을 예고하고 있을 것이다.

그저 착하고 억울하기만 한 의뢰인은 없다. 어쩔 수 없이 자신이 도와줘야만 하는 절박한 처지의 의뢰인 또한 없다. 나름대로 절박하기는 하다. 그러나 그것은 이기적인 절박함이다. 흉악한 연쇄살인범도 재판을 앞두고는 긴장하는 법이다. 물론 고성빈이 그 정도는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국선변호사로서 이보영이 맡아야 할 사건들이 벌써부터 흥미를 자아낸다. 그녀는 그런 것들을 통해 어떤 진실을 보여주려 하고 있는 것일까? 과연 드라마는?

장혜성의 속물적인 모습에 실망한다. 그럼에도 어릴적 기억에 사로잡혀 그녀의 주위를 맴돈다. 고성빈도 신경쓰인다. 장혜성은 그런 박수하를 전혀 기억하고 있지 못하다. 박수하의 능력이 아직은 당황스럽다. 장혜성이라면 무조건 지지하고 보는 엄마와 어릴적 악연으로 얽힌 서도연이 장혜성의 바로 앞에서 앞과 뒤에서 그녀를 지켜보고 있다. 박수하가 그녀를 뒤따른다. 두 사람의 관계도 흥미를 자아낸다. 연상연하의 커플을까? 그냥 어릴적 인연일까? 그래도 어울린다.

본격적인 이야기는 시작도 하지 않았다. 장혜성을 죽이겠다 과거 선언했던 민준국이 풀려나려 한다. 고성빈의 사건도 다음주나 되어야 제대로 본궤도에 올라설 것이다. 판단하기에는 아직 섣부르다. 그러나 최소한 기대해봐도 좋을 여러 장점들을 보여주고 있다. 캐릭터는 개성적이고 배우는 매력적이다. 설정은 새롭고 독특하다. 무엇보다 야무지게 잘 여며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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