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3.06.06 10:42

너의 목소리가 들려, "초능력과 변호사, 색다른 인물과 설정이 흥미롭다"

법을 믿지 않는 변호사, 인간을 믿지 않는 고등학생, 조합을 기대하다

▲ 사진제공=SBS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흥미롭다. 법을 믿지 못하는 변호사와 사람을 믿지 못하게 된 고등학생의 조합이라는 것은. 더구나 연상연하 커플이다. 아이같지만 성숙한 여자변호사와 성숙해 보이지만 결국 아이인 남자고등학생의 만남이 어색하지만 어울린다.

놀랐다. 저런 무책임한 변호인이라니.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단지 부모의 생존여부만을 의뢰인에게, 그것도 재판정에서 물어 그 부분만 살짝 바꿔서 변론이라고 하고 있었다. 무능하다기보다는 변호사라고 하는 자각이 없는 것일까. 그런데 장혜성(이보영 분)의 과거이야기를 듣고 있으려니 어느새 납득하고 만다. 법도 정의도 믿지 않는 변호사라니. 특이하다.

자신은 분명 결백했다. 조금만 더 주의를 가지고 당시의 상황을 살폈다면 누구라도 알았을 것이다. 무엇보다 정작 눈을 다친 서도연(이다희 분) 자신이 눈앞에서 불꽃을 쏘는 것을 보고서도 전혀 피하려는 시도조차 없이 눈에 불꽃을 맞고 있었다. 최소한 서도연의 증언은 착오이거나 아니면 의도된 거짓말일 것이다. 하지만 엄정한 재판관으로 이름난 서도연의 아버지 서대석(정동환 분)은 오로지 서도연의 증언만을 믿고 장혜성을 범인으로 단정한다. 추호의 의심이나 망설임도 없이 자신의 판단에 확신을 가지고 장혜성과 어머니를 대한다. 그리고 그런 서대석의 판단에 의해 어떤 변명의 기회조차 없이 그녀는 학교에서 쫓겨난다. 도대체 그녀는 왜 어째서 짓지도 않은 죄를 뒤집어쓰고 죄인이 되어 학교에서 쫓겨나야 했던 것일까?

더구나 바로 그 서대석이 박수호의 아버지가 살해당하는 장면을 목격한 증언을 하는 재판정에서 재판장으로 앉아 있었다. 자신의 결백을 믿으려고도 하지 않은 그 완고한 편견과 아집이 정의의 상징이어야 할 재판정에서 재판장이 되어 자신을 굽어보고 있었다. 두렵고 굴욕적이기까지 한데 박수호의 아버지를 죽인 민준국(정웅인 분)이 증언하는 그녀를 폭행하며 협박까지 하고 있었다. 평생 단 한 번도 그 순간을 후회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그녀는 그곳에 가지 말았어야 했다. 법정에 대한 그녀의 첫기억은 이렇게 끔찍한 모습으로 시작된다.

하기는 처음부터 어떤 정의감으로 굳이 범인의 협박까지 무릅써가며 증언을 하겠다 결심했던 것이 아니었다. 단지 오기였다. 서다연과의 악연에서 비롯된 절대 지고 싶지 않다는 오기가 그녀의 등을 떠민 것이었다. 충분히 범인의 협박에 겁먹고 몸을 사리고 있었다. 썬캡으로 애써 얼굴을 가리고 사건현장을 찾아간 어린 장혜성의 모습은 차라리 귀엽기까지 했다. 그런데 서다연이 그녀를 자극하면서 어느새 자신도 모르는 사이 재판정에서 증언을 하기에 이르렀다. 자신의 증언을 고마워하는 어린 박수호 앞에서 두려움에 떨며 화를 내던 그녀의 모습은 그저 애처롭기만 했다.

아니 아니다. 그녀는 어쩌면 믿고 싶었을 것이다. 법을. 법의 정의를. 서다연은 단지 핑계였을 것이다. 누군가 자신의 억울함을 밝혀줄 것이다. 어긋난 사실을 바로잡고 자신이 겪고 있는 부당하고 부조리한 일들에 대해 제대로 풀어줄 것이다. 그런 믿음이 있었기에 그녀는 변호사가 되고자 했던 것이었다. 법의 가장 가까이에서 법에 대한 자신의 믿음을 확인해 보고 싶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가 겪어야 했던 바로 그것들이 바로 그녀가 살고 있는 현실에 존재하는 것들이었다. 어디 먼 다른 곳에서 오로지 그녀에게만 가해진 것들이 균질된 세계 속에 그녀 또한 살고 있었던 것이었다. 다를 게 없다. 기대할 게 없다.

그녀의 속물적인 무책임과 게으름은 그에 대한 그녀 자신의 좌절이며 체념이었을 것이다. 소심한 반항이었을 것이다. 어차피 세상이란 다 그런 것이다. 모두가 그런 것이다. 배반당한 믿음과 갈 곳을 잃은 기대에 대한 그녀 나름의 소심한 복수이기도 했을 것이다. 그렇게 법을 조롱하고 정의를 비웃는다. 보아라. 나도 너희들과 똑같아질 수 있다. 그런데 그런 그녀의 앞에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박수호가 나타나게 된다. 과연 박수호에게만 보이는 - 어쩌면 그녀 자신도 미처 알지 못하는 그녀의 진심은 어떤 것일까? 비로소 아이와도 같은 그녀의 멈춰진 시간들이 다시 흐르기 시작하게 될 것이다.

어떻게 해도 아이다. 남들과 다른 자신의 능력을 쓰고 싶고, 그리고 세상에 널리 알리고 싶다. 하지만 믿어주지 않을 것을 안다. 자신을 비웃고 이상하게 여길 것이라는 사실을 경험으로 안다. 그래서 애써 감추지만 그렇다고 애써 감추려 노력하지는 않는다. 그것을 순수라 읽는다. 어른같지만 여전히 그는 아이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어릴적 가장 절박했을 때 자신을 도와준 그녀를 지키고자 하는 노력을 아직도 잊지 않고 있다. 살인범의 협박에도 불구하고 - 결국 눈물까지 흘리며 겁먹고 후회할 것이면서도 자칫 사고사로 결정날 뻔한 사건을 직접 증언을 통해 바로잡아준 그녀를 지켜주겠다는 어린시절의 결심을 잊지 않고 있다. 어쩌면 어느새 이렇게 자란 자신을 보여주고 자랑하고 싶은 마음 또한 적지 않을 것이다.

설정 자체는 흥미롭다. 한국드라마치고 캐릭터가 개성적이면서도 충분한 개연성까지 갖추고 있다. 시너지까지 고려한다. 전혀 다른 성격의 캐릭터이지만 두 사람이 모이면 그 매력이 극대화된다. 아직 두 사람은 만나고 있지 않다. 하지만 벌써부터 기대하는 것은 국선변호사로서 장혜성이 활약하기 위해서는 박수호의 능력이 필요할 것이기 때문이다. 전혀 다른 성격에 추구하는 바도 전혀 다른 화성과 금성에서 온 두 남녀의 만남을 흥미롭게 지켜보는 이유다. 물론 자칫 실수라도 한다면 그저 부산하고 어수선한 독특한 캐릭터로 끝나고 만다. 결국은 그들이 만나고 첫 에피소드가 끝나야 평가라는 것도 가능할 수 있겠다. 아직까지는 재미있다.

도입부일 것이다. 인물과 배경에 대해 설명하는 짜투리와도 같을 것이다. 본격적인 이야기는 이 다음부터다. 출발은 좋다. 캐릭터에 대한 설명도 충분하다. 이보영과 이종석이라고 하는 두 주연배우의 매력도 충분하다. 남은 것은 이제 이것들을 어떻게 채워가는가. 무엇보다 차혜성과 박수호가 만나지 않으면 안된다. 그 순간을 기약한다. 다행히 얼마 남지 않았다. 성급하지만 많은 것을 기대해도 좋지 않을까.

오랜만에 드라마에 얼굴을 비추는 윤상현의 차관우 캐릭터 역시 흥미를 자아낸다. 이렇게 정의감에 불타는 열혈 캐릭터도 요즘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래서 기껏해야 주조연이다. 아니면 그가 박수호의 자리를 대신하게 될 것이다. 아직은 시작이다.

모바일에서 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