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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3.05.30 09:46

천명 "막봉이 가져간 증거들, 기회 뒤에 다시 위기가 오다"

지나친 역사의 거대서사가 드라마의 소소함을 앗아가다

▲ 사진제공=KBS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아무래도 이건 무리수다. 죄를 지어 의금부의 관노가 되었다. 그런데 전혀 감시하거나 관리하는 사람 없이 마음대로 심지어 자신의 노비안이 보관되어 있는 문서고에까지 출입하도록 방치하고 있었다. 하기는 그렇게 허술하니 마실나가듯 의금부를 빠져나가 그 길로 아예 도망쳐버릴 수 있었던 것이었다. 관노라는 것이 그렇게 물렁하고 만만한 것이었던가.

하지만 필요했다. 아직 드라마가 끝날 때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위기가 필요하다. 고비가 필요하다. 동궁전 의관 민도생(최필립 분)을 죽인 진범을 찾을 수 있는 유일한 단서이던 손의 상처는 김치용(전국환 분)이 스스로 손을 화로에 넣어 자해함으로써 영영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민도생이 남긴 김치용(전국환 분)과 그 무리들에 의한 세자를 독살하려 했던 음모에 대한 증거들은 우연찮게 관노가 되어 있던 막봉(윤기원 분)에게 발견되어 남모르게 빼돌려진다. 막봉은 그것을 장홍달(이희도 분)에게 보이고 돈을 받아내려 하고 있었다. 그렇게 다시 민도생이 남긴 증거는 막봉을 통해 장홍달과 이어지며 김치용과 배후의 중전에 닿게 된다. 절대적으로 불리하지만 물러서서는 안되는 싸움이 시작되려 하고 있는 것이다.

적은 명확하다. 지금까지 저질러진 모든 죄의 원흉 또한 너무나 분명하다. 그들을 이겨야 한다. 그들을 이기고 진실을 밝혀야 한다. 그러나 쉽지 않다. 정의는 나에게 있는데 힘은 저들에게 있다. 진실은 자신이 가지고 있지만 저들에게는 그것을 뒤집을 힘이 있다. 감춰진 진실이 아닌 이미 드러나 있는 진실로 어떻게 적에게로 다가가 그들을 쓰러뜨리느냐가 드라마의 핵심줄거리일 것이다. 어떤 진실인가를 밝히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진실로써 맞서싸워야 할 대상이 누구인가를 보여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 어렵고 힘들수록, 불가능하다 여겨질수록 싸움은 치열하고 드라마 또한 재미있어진다.

쉽게 끝낼 수는 없다. 그렇다고 너무 어렵게 오래 끌어서도 곤란하다. 지칠만 하면 적당히 단서를 주어 상대의 정체를 밝히고, 때가 되었다 싶으면 대상을 보다 구체화함으로써 해결에 대한 기대를 가지도록 만든다. 그러나 너무나 크고 강한 적은 그같은 기대마저 이내 무색하게 만들어 버린다. 아니 운명이 그러도록 시킨다. 덕팔이 그렇게 죽지만 않았어도 이미 오래전에 모든 싸움은 끝나 있었을 것이다. 막봉이 민도생의 증거를 찾아낸 것도 우연에 의한 것이었다. 크고 강한데 운까지 따라준다. 싸움은 더 힘들고 어려워진다.

홍다인(송지효 분) 역시 갈수록 처지가 어려워진다. 다른 사람에게는 어떨지 몰라도 자신에게만은 항상 진심이던 장홍달이었다. 죄인의 딸로 관기가 되어야 할 운명이던 것을 구해서 지금껏 정성을 다해 친딸처럼 길러주었다. 아저씨라 부르고는 있지만 항상 자신을 아버지라 부르도록 말해오고 있었다. 그런데도 고작 혈육의 정으로 묻어버리기에는 그 은혜가 너무 크기에 차마 부담스러워 부르지 못하는 것이었을 게다. 그런데 그런 장홍달이 홍다인 자신에게 또다른 은인인 최원을 죽이려는 계획에 동참할 것을 강요해 온다. 어찌해야 하는가?

장홍달이 너무나 고마운 평생의 은인이라면 최원 역시 마찬가지다. 장홍달이 관기가 될 뻔한 자신을 구해주고 지금껏 보살펴주었다면, 최원은 하마트면 죽을 뻔한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생명의 은인이었다. 최원도 돕고 싶고 장홍달의 뜻에도 따르고 싶다. 최원을 돕자면 장홍달을 거역해야 하고, 장홍달의 뜻을 따르자면 최원을 죽여야 한다. 그나마 최원과 장홍달이 서로 직접 마주할 일이 없었기에 그동안도 서로 모순되지만 아슬아슬한 줄타기가 가능했었는데, 그러나 그것도 이제는 최원이 장홍달을 찾아와 위협함으로써 선택을 강요당하는 상황에 놓이고 말았다. 최원인가? 장홍달인가? 과연 그녀의 선택은 누구이고 무엇인가?

세자에 대한 암살시도는 막봉이라는 의외의 변수에서 막히고, 최원과 장홍달 사이에서 갈등하던 홍다인은 최원과 장홍달이 충돌하는 최악의 순간에 그곳에 있는다. 선택에서 갈등은 비롯된다. 갈등으로부터 긴장은 고조되어간다. 긴장이 곧 드라마다. 하지만 지나치게 실패가 반복되어 온 모습에서 통속드라마가 주는 호쾌한 재미와는 거리가 있지 않은가 아쉬움을 가져보게 된다. 오늘도 반복되는 불운에 지치고 끝이 없는 패배에 다히 흥미를 잃고 만다. 언제쯤에나 주인공들과 함께 시청자 자신도 밝게 웃을 수 있을까? 얼마나 더 기다려야 홍다인 자신도 시청자와 함께 마음껏 즐거운 웃음을 지어 보일 수 있을까?

이종환(송종호 분)이 완전히 최원에게로 돌아섰다. 너무 뻔한 결론이었다. 공교로울 정도로 모든 증거들이 최원을 범인이라 가리키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너무나 뻔한 사건에 개입하려는 외부의 흔적이 엿보인다. 누군가 의도하여 사건에 개입하고자 하는 정황이 보이고 있다. 하지만 그보다는 역시 최원의 여동생인 최우(강별 분)과 역시 최원의 딸인 최랑(김유빈 분)에 대한 연민 또한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지 않았을까. 그동안의 행적에서 최원에 대한 호감과 신뢰가 생겨나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중요한 것은 누가 악이고 누가 범인가 하는 것이 너무나 분명하다는 것일 게다. 숙제가 주어진다. 오히려 원흉과 배후에 의해 파직까지 되었는데 그는 과연 수많은 방해를 물리치고 원하는 진실에까지 다가갈 수 있겠는가. 이종환과 최우 사이에 흐르는 미묘한 감정의 선 역시 흥미의 대상이다. 최원을 돕기 위한 아군일 것이다. 최원과 함께 거대한 적과 싸워나가지 않으면 안된다.

거대서사가 가장 전제되어야 할 개인의 이야기를 가린다. 의사로서의 최원보다 훈구대신들과 그들을 개혁하고자 하는 세자의 사이에서 음모에 휘말리는 개인으로서 최원이 더 중요하게 다루어진다. 개인이란 역사라고 하는 거대한 격랑 앞에서 일개 작은 조각에 불과하다. 시대의 흐름이란 일정한 법칙을 가지기에 자칫 이야기가 단조로워질 수 있다. 잠시의 작은 기쁨을 누리는 것조차 어쩌면 사치다. 그래도 지루하지 않으려 곳곳에 웃음을 주려는 노력이 가상하기까지 하다. 역사를 배제했을 때 이야기는 오히려 단순해진다. 함정에 빠진다.

다시 한 번 위기다. 다시 한 번 고비다. 이번에도 쉽지 않다. 이번에는 홍다인이 선택의 순간 앞에 섰다. 최원인가? 장홍달인가? 최원도 선택해야 한다. 홍다인인가? 장홍달인가? 살아야 한다. 세자의 오해를 풀고 진실을 알려야만 한다. 마침내 진실을 밝혀질 것인가? 드라마의 비극 속에 묻혀버리고 말 것인가? 역사가 그들을 묻어버리고 말 것인가? 자연스러웠으면 한다. 지켜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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