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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이소정 기자
  • 이슈뉴스
  • 입력 2018.11.06 08:21

[리뷰] 태양의 서커스 '쿠자', 서커스의 본질이 전하는 인생의 모순적 아름다움

▲ 태양의 서커스: 쿠자 공연 모습 ⓒ스타데일리뉴스

[스타데일리뉴스=이소정 기자] 태양의 서커스가 2015년 퀴담 재공연 이후 3년 만에 '쿠자'로 다시 한국을 찾았다. '쿠자'는 태양의 서커스 초기 창작자 중 한 명인 데이비드 샤이너의 각본과 연출로 제작된 태양의 서커스 시리즈의 신작으로 100년 서커스 역사의 전통적 요소인 ‘곡예’와 ‘광대극’을 충실하게 담아냈다.

▲ 태양의 서커스: 쿠자 공연 모습 ⓒ스타데일리뉴스

'쿠자'는 '상자'와 '보물'을 뜻하는 산스크리트어 ‘코자’(Koza)에서 유래한 제목답게 상자 속 보물같은 환상적인 전통 서커스와 유쾌한 슬랩스틱 유머를 선보이며 모든 연령대의 관객들을 매료시킨다. 이누이트의 전통 놀이인 담요 던지기와 소방관들의 착륙방식에서 영감을 받아 창작된 인간 피라미드 및 고공 다이빙 묘기인 ‘샤리바리’(Charivari)를 시작으로 여성 신체의 유연성과 균형감의 극치를 보여주는 ‘컨토션’(Contortion), 무대 위 7.6m 상공의 두 개의 밧줄 위에서 펼쳐지는 ‘하이 와이어’(High Wire), 7m의 의자 탑 위에서 인체 극한의 균형 잡기를 선보이는 ‘밸런싱 온 체어’(Balancing on Chairs), 730kg에 육박하는 무게의 회전하는 바퀴 위에서 점프와 카운터 로테이션을 보여주며 죽음에 도전하는 위험한 곡예인 ‘휠 오브 데스’(Wheel of Death) 등의 환상적인 곡예기술과 무대장치는 서커스를 처음 접하는 어린이부터 이미 해외 등지에서 태양의 서커스 공연을 접한 노련한 관객들 모두에게 신선한 짜릿함을 선사하며 탄성을 자아낸다.

▲ 태양의 서커스: 쿠자 공연 모습 ⓒ스타데일리뉴스

천진난만한 광대 ‘이노센트’가 세상 속에서 본인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공연은 강인함과 연약함, 웃음과 오싹함, 혼란과 하모니의 모순적 구성으로 관객을 이끌며 숨을 멎게 하는 두려움과 안도감, 인간이 가진 극한의 신체 능력이 주는 눈물겨운 경이로움의 격렬한 감정을 경험케 한다. 태양의 서커스 '쿠자'는 눈부시게 아름답지만, 폭력적이고 잔혹한 세상 속 인간이 겪게 되는 인생의 딜레마를 광대의 캐릭터로 풀어내며 인간 내면의 순수한 감정과 경이로움 속으로 관객들을 몰입시킨다.

▲ 태양의 서커스: 쿠자 공연 모습 ⓒ스타데일리뉴스

의상과 음향효과 또한 태양의 서커스 '쿠자'의 빼놓을 수 없는 자랑거리이다. 구스타프 클림트의 작품 및 인도와 동유럽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된 화려한 의상들은 '쿠자'의 천진난만한 시각적 세계를 표현했다. 약 175벌의 의상과 160개의 모자, 1,000개에 가까운 소품 등이 공연에 사용됐다. 인도의 장신구, 나뭇잎과 꽃잎, 파키스탄 버스 등에서 영감을 얻은 무빙타워 ‘바타클랑’(Bataclan) 2층에 자리 잡은 8인조 밴드가 선사하는 라이브 음악은 공연의 백미로 손꼽기에 부족하지 않다. 1970년대 펑크 음악에서부터 풀 오케스트라 편곡까지 아우르는 서양의 팝 음악뿐 아니라 인도의 전통음악에서도 영감을 받은 음악은 관객의 흥분을 고조시키며 '쿠자'의 신비한 세계로 빠져들게 한다. 특히 인터미션 후 선보이는 해골 춤 장면은 1940-50년대 뮤지컬과 보드빌(Vaudeville)에서 영감을 받은 화려한 카바레 스타일로 관객들의 시선을 압도한다.

▲ 태양의 서커스: 쿠자 공연 모습 ⓒ스타데일리뉴스

전통 서커스 느낌을 물씬 살린 야외 천막 캐노피 ‘빅탑’ 은 태양의 서커스 '쿠자'를 즐길 수 있는 특별한 장소로 손색이 없다. 공연단과 함께 호흡하며 무대를 완성하는 관객들의 반응을 최대한 끌어올릴 수 있는 ‘빅탑’ 공연장은 다소 다른 실내공연장보다 비좁게 느껴질 수 있지만, 주변 관객들의 순수한 반응을 함께 즐기며 공연을 온전히 체감하기에 더없이 좋다. 옆 좌석 사람이 경탄하며 내지르는 함성도, 뒷좌석 아이의 놀란 비명도 모두 해당 회차 공연만의 특별한 구성이 된다. 일반적인 공연과 다르게 서커스 공연에서만 느낄 수 있는 묘미다. 올 연말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태양의 서커스 '쿠자'를 관람하며 특별한 서커스의 매력에 빠져보는 건 어떨까?

태양의 서커스 '쿠자'는 2007년 4월 초연된 이후 전 세계 19개국 61개 도시 8백만 관객을 열광시키며 태양의 서커스 중 최장기간 투어 기간을 갱신하고 있으며, 한국에서는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내 ‘빅탑’에서 11월 3일부터 12월 30일까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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