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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1.06.09 08:45

시티헌터 "5인회, 서용학의 군납비리가 드러나다!"

극적 긴장감이 많이 부족하다.

 
그러고 보니 필자도 경험이 있다. 하필 필자가 입대하면서 받은 전투화도 바닥에 못이 튀어나와 있었다. 행군을 하다 보면 어찌나 못이 발바닥을 찌르는지. 훈련소에서는 크게 못 느꼈는데 자대에 배치받고 나서 더욱 심해져서 결국 선임들의 도움으로 해결을 보았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솔직히 납득이 가지 않았다. 군대라는 조직은 분명 허술할 수 있지만 군인이라는 인간들은 그렇게 허술하지만은 않다. 경험이 쌓이고 학습이라는 것을 하게 된다. 어떻게 문제가 생기고 그것을 어떤 방식으로 해결할 것인가. 못이 튀어나오는 것에 대해서도 그 못을 다시 편편하게 박아 넣을 공구가 내무반 한 켠에는 준비되어 있었다. 아예 전투화 뒤굽을 병사들끼리 알아서 교체하기도 한다. 그런데 다리를 잘랐다? 필자가 군대 있을 때에도 사제 깔창을 전투화 바닥에 깔고 다니는 병사들이 그렇게 많았었는데?

하지만 드라마니까. 더구나 가까운 누군가의 일이다. 극적인 재미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도 이런 정도의 설정은 필요하다. 단순히 군납비리만 저질렀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그로 인해 피해를 입은 사람이 있다더라. 그것도 매우 가까운 사람으로. 그의 가족이. 한 사람의 인생이 그로 인해 틀어지게 되었다. 분노하게 된다. 시청자마저 복수에 자신을 이입하게 된다.

역시 예상한 대로다. 아무래도 원작에서처럼 이 여자 저 여자 집적거리고 다닐 상황은 아닐 테니까. 아직까지도 한국사회와 방송은 엄숙주의가 지배한다. 그렇다고 의뢰를 받아 해결하기에는 탐정이라는 직업 자체가 불법인데다 이미 <도망자>라고 하는 드라마가 작년 제작되어 방영된 바 있었다. 결국은 복수를 하더라도 그 과정에서의 사건들이란 그의 주위와 얽힐 수밖에 없다. 이윤성(이민호 분)이거나 김나나(박민영 분)의 주위이거나. 그래서 하필 고기준(이광수 분)의 동생이 서용학(최상훈 분)의 희생자가 되어야 했던 것이다.

하여튼 알고 보니 5인회 멤버이며 명문대 이사장으로 있는 김종식과도 김나나가 얽혀 있다. 더구나 김나나의 키다리아저씨인 김영주(이준혁 분)마저 김종식의 아들이라는 신분으로 한 번 더 꼬여 설키고 있다. 김종식의 문제를 해결할 때 이러한 김나나와 영주의 관계 또한 어떤 식으로든 표면으로 드러나게 되리라. 은인에 대한 고미움과 원수의 자식이라는 원망, 그리고 김영주의 연민과 죄의식, 그리고 어떤 호감. 결국은 사적인 복수에 그 과정에서의 사건들마저 사적인 감정과 어떤 식으로든 이어진다. 어찌 보면 가장 시티헌터다운 부분이기는 한데.

어쨌거나 그래도 6월 8일 수요일 방영된 <시티헌터> 5회 초반 이진표(김상중 분)가 서용학을 저격하려다 이윤성의 방해로 실패하고 신속한 경찰특공대의 출동에 위기에 빠지는 장면은 긴장감이 넘쳤었다. 더구나 역시 5인회의 멤버로 재벌기업의 총수이기도 한 천재만(최정우 분)이 보낸 하수인에 의해 김나나의 존재가 드러나고 이윤성의 존재마저 노출된 부분 역시. 거기에서 이윤성이 김나나를 위해서라도 천재만의 하수인을 확실하게 처리했어야 했을 텐데, 그러나 드라마의 성격이 성격이다 보니.

드라마 <시티헌터>에서의 시티헌터는 원작에서와 같은 주변부의 존재가 아니다. 기존의 법과 질서의 주변에 존재하는 어둠속의 캐릭터가 아니라 그 법과 질서에 편입하기를 바라는 빛을 바라는 회색의 캐릭터다. 설사 범법행위를 저지르더라도 따라서 그 한계는 명확하다. 만일 사람을 죽이거나 한다면 드라마는 무너지게 된다. 드라마를 바닥부터 뒤집고 다시 쌓아 올리지 않으면 안 된다. 설사 김나나가 위험에 빠지고 이윤성의 존재가 위협받는 상황이 오더라도 수단의 정당함을 지키기 위해 곤란에 처하는 것은 정의의 주인공이 갖춰야 할 미덕이다.

드라마의 한계를 다시 한 번 명확하게 인지하면서. 하지만 또 그것이 드라마 <시티헌터>의 미덕이며 개성이기도 할 것이다. 하기는 부모조차 없이 홀로 용병 사이에서 살아남아야 했던 사에바 료와 그래도 이진표를 아버지로 여기고 보호받으며 자랐던 이윤성과는 근본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다. 아마도 가족으로 여겨지는 대상을 찾았음에도 모른 척 넘어갈 수 있었던 사에바 료와 여전히 어머니를 의식하고 그 주변을 떠도는 이윤성과도 다르다. 무엇보다 30대의 주접과 20대의 주접에는 심오한 차이가 있다. 문득 사에바 료가 20대에 한국에서 주접을 떨었다면 이윤성처럼 하지 않았을까. 배경이 다르고 등장인물이 다른 이상 드라마의 내용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사에바 료라면 카오리를 앞에 두고 망설였을 테지만 이윤성이라면 김나나에게 적극적이 될 수밖에 없는 것처럼.

고질적인 군납비리. 아마 군대 갔다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인지하고 있는 문제일 것이다. 과연 어떤 과정을 통해 군납품은 선정되고 보급되는가. 그 품질이며 가격에 대해서도 과연 합리적인 절차를 거치고 있는가. 누구도 믿지 않는다. 다들 그러려니. 다만 그것이 고기준 개인의 사정을 통해 인정과 인정에 따른 분노로써 접근되어지는 것은 아쉬운 부분일 것이다. 더구나 이번의 복수도 검찰을 통해 대한민국의 법 아래에서 이루어지겠지. 그러나 과연...

문제라면 과연 그같은 군납비리에 서용학 한 사람만 연루되어 있겠는가 하는 것이다. 조직적으로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면 과연 다른 나머지는 사건에 개입하려 들지 않을까. 아직까지 이진표와 이윤성 부자의 복수가 수월한 것은 이들 5인회 이외에는 법을 제외하고는 누구도 나서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조금 더 스케일을 키울 수 있게 될까? 대한민국의 모든 불법과 비리와 모순과 부조리가 시티헌터에 의해 드러나며 부딪힌다. 무모한 기대겠지만. 제작비도 제작비려니와 너무 커지고 나면 수습하기도 어렵다. 시티헌터인데.

그래서 이진표의 분발을 기대한다. 5회 초반에서도 이진표에 의해 극적 긴장이 고조되었던 것처럼 이진표가 본격적으로 나서기 시작하면 결국 이윤성과 충돌할 수밖에 없으리라. 지금의 조금은 느슨한 분위기도 그때 가면 조금은 살벌하게 조여지지 않을까. 그럴수록 일상의 유쾌함은 잿빛 우울함과 대비될 수 있을 테고. 법이며 윤리, 상식도 중요하지만 때로는 호쾌한 응징과 잔혹한 복수극도 짜릿한 카타르시스일 수 있는 것이다. 더 키울 수 없다면 더 깊이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 이윤성의 복수의 대상은 이진표일까?

피부에 와 닿는 소재에 적절히 쉽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접근방식이었다. 이윤성과 김나나의 관계는 갈수록 로맨틱 코미디의 그것을 닮아가고. 어두운 밤길이 즐겁다. 걱정없이 웃으며 김치를 담고 있는 김나나와 그 사이 천재범의 하수인과 격투를 벌이는 이윤성. 역시 이런 게 시티헌터의 맛일 것이다. 김나나가 어느새 이윤성의 정체를 눈치 챈 듯도 보이고.

그래도 아직 말하고자 하는 바가 모호하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복수 조금, 사회정의 조금, 그리고 이윤성과 김나나의 러브라인 조금. 구하라는 연기가 민폐가 아니라 최다혜의 존재 자체가 민폐다. 중심이 필요하다. 어떤 계기가 있어야 할 것이다. 조금 모자른다. 아주 조금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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