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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사건전담반TEN2 "백독사의 과거와 만나는 곳, 여지훈 찾아가다"
어제에 버려지고 내일에 속다, 도박중독의 실체를 보다
2013년 05월 06일 (월) 09:4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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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석 기자 news@stardailynews.co.kr

   
▲ 사진제공=OCN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오래전 도박중독에 빠진 남편에 대해 고민하고 있던 여성분을 만난 적이 있었다. 어떻게 하느냐고 묻고 있었다. 필자의 대답은 한 가지였다.

"헤어지라!"

허영만 화백의 만화 <48+1>은 어쩌면 그같은 도박에 빠진 군상들에 대해 지독할 정도로 아주 제대로 묘사하고 있었을 것이다. 사기도박이 걸려서 한쪽 손목을 잘랐는데, 의수를 한 남은 손목으로도 사기도박을 하다가 끝내 목숨을 잃는다.

하기는 드라마에서도 그래서 어쩌면 살인사건의 진범은 강종윤에게 그리 말하고 있었을 것이다.

"손목으로 되겠습니까? 자르려면 여기(목)를 잘라야지."

세상에 어떤 마약보다도 지독한 것이 바로 도박중독이다. 희망에 대한 중독인 때문이다. 꿈에 대한 중독이다. 과거에 대한 중독이며 미래에 대한 중독이다. 과거와 미래의 기억과 기대에 현재를 내던지는 것이다. 과거를 보상받고 미래를 보장받기 위해. 원래 인간은 꿈을 꾸며 희망에 대한 기대로 살아가는 존재인 때문이다.

그것은 마치 지독한 가난을 딛고 일어서보겠다고, 그리고 더 잘 살아보겠노라고 현재를 누더기로 살아가는 성실함과도 닮아있을 것이다. 먹는 것, 입는 것, 자는 것, 심지어 가족이나 자기자신, 아니 자신의 양심까지도 내던져가며 필사적으로 지금을 살아가며 돈을 번다. 단지 도박중독자들에게는 도박이 그 수단이고 목적이 되고 있을 뿐이다. 조금이라도 더 잘 살기 위해 돈을 벌려고 하다가 돈을 버는 자체가 목적이 되어 버리는 것과도 같다.

그것이 더 큰 문제인 것이다. 도박중독이라는 것은 전혀 특별한 현상이나 증상이 아니다. 일상이다. 너무나 당연한 바로 가까이에 존재하는 일상인 것이다. 그래서 더 헤어날 수 없다. 차라리 질병이라면 치료라도 하겠지만, 알콜중독처럼 외부의 자극에 의한 것이라면 어떻게든 격리시키고 차단함으로써 방법을 찾아볼 수 있겠지만, 그것은 인간이 갖는 본연의 성실함에 의한 오히려 인간의 미덕에 해당하는 것이다. 차라리 악의에 의한 것이라면 미워하기라도 할 텐데 포기할 수조차 없는 미련이 자신은 물론 주위마저 더 고통스럽게 한다.

마치 죄를 짓는 것 같다. 이대로 지나친다면. 이대로 외면하고 지나쳐 버린다면. 장차 자신이 따게 될 돈이 저 앞에 기다리고 있다. 과거 자신이 잃은 돈들이 저 앞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다. 놓아두고 그냥 지나친다면 그것은 저 돈들을 버리는 것과 같다. 잠시만, 아주 조금만 손을 내밀면 그것들이 내 것이 될 수 있을 텐데, 그것을 포기하라니 그것은 자신과 때로 자신이 버려두고 온 가족들에 대한 배신이며 방기로 여겨지기도 한다. 이번 한 번만. 이번 한 번만 돈을 딸 수 있다면. 가족을 버리는 그 순간에도 가족을 떠올리는 그것은 역설일까? 아니면 본성을 따르는 순리일까?

그런 기대에 산다. 한 번만. 이번 한 번만 돈을 딸 수 있다면. 그러나 굳이 도박이 아니더라도 1억이 10억이 되고, 100억이 되고, 아니 세상의 모든 돈을 혼자서 다 가지게 되었어도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더 많은 돈을 벌고 싶은 것이 사람의 심리인 것이다. 10억까지만 모으고 그때부터는 마음껏 인생을 즐기며 살자. 그것이 다시 200억이 되고 1000억이 되어 버린다. 채워도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인간의 욕망에 기대는 것이 바로 도박인 것이다.

도박에서 돈 딴 사람이 없는 이유일 것이다. 잠시는 딸 수 있어도 결국에는 잃고 만다. 정확히 모든 돈을 도박으로 탕진할 때까지 인간은 도박을 할 수밖에 없다. 아주 소수의 예외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도박에 손을 대는 순간 - 도박에 맛을 들이는 순간 파멸 이외에는 출구가 없는 고속도로를 달려가게 된다. 도저히 자신의 힘으로는 멈출 수 없는 파멸에 이르는 급행열차인 셈이다. 도착하는 그 순간까지도 모른다. 꿈은 가장 지독한 마약이다.

"도박에 중독된 놈들에게 가장 두려운 것은 도박을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도박에 빠져드는 이유, 희망이 없으니까. 꿈을 꿀 수 없으니까. 그래서 탈출구를 찾는다. 그래도 도박장에는 꿈이 있다. 희망이 있다. 기대가 있고 낙천과 긍정의 미래가 있다. 필자처럼 비관에 찌든 사람은 도박에 중독되기도 힘들다. 어차피 돈을 딸 수 없다는 것을 안다. 도박이란 돈을 버리러 가는 것이지 돈을 따러 가는 것이 아니다. 그렇더라도 한 번이라도 돈을 따게 된다면 별로 자신은 없다. 판토라의 상자 가장 밑바닥에 희망이 웅크리고 있었던 것이 다른 이유에서가 아닌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도박을 않는다.

절망하고, 좌절하고, 죄책감에 심지어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하다가도, 그러나 이내 작은 희망에 몸을 일으켜 달려가고 만다. 슬픈 인간의 군상이다. 아무리 힘든 상황에서도 인간은 아주 작은 희망의 불씨만 있어도 그것을 의지해 어떻게든 견디며 살아갈 수 있다. 인간이 지금껏 이 지구상에 번성해 올 수 있었던 이유였다. 도박이 번성하는 이유다. 드라마는 그것을 너무나도 잘 묘사해 보여주고 있었을 것이다. 카지노와 카지노의 주위에 즐비한 전당포와 대부업, 그리고 그 사이를 취한 듯 흐느적거리는 강종윤을 통해.

강종윤의 가족에 대해 수사하려던 남예리(조안 분)는 철저히 주위로부터 단절된 강종윤 가족의 현실과 맞닥뜨리게 된다. 수사를 하려 해도 말을 구할 아무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을 미안해하면서도 다시 도박을 하러 달려가는 강종윤을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도박은 불법이지만 카지노는 합법이다. 도박을 범죄로 체포하여 처벌하는 이면에 도박으로 돈을 버는 합법적인 기업이 정부의 허가를 받아 성업중에 있다. 도박중독자의 가족을 돕기 위한 프로그램과 합법적 도박장이 공존하는 모순. 그래서 세상은 재미있는 것 아니던가.

과거와 과거가 만나고 있다. 여지훈(주상욱 분)의 과거를 피해 도망쳐 온 독사 백도훈(김상호 분)이 이번에는 자신의 과거와 만나고 있었다. 과거 자신의 오점이고 굴욕이었다. 분명 살인을 저지른 진범이었는데, 그를 제포하여 죄를 밝히고 그럼에도 선처까지 요청했었는데, 그런데 강종윤은 어떤 죄책감이나 반성도 없이 바로 그날로 도박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모습을 보이고 말았다. 도박중독이란 이런 것인가? 도박중독자란 이런 것인가? 그같은 자책감이 대상에 대한 증오로 바뀌어 오로지 맹목적으로 강종윤만을 단정짓고 쫓으려 한다.

모르겠다. 워낙 성격나쁘고 꼬인데 많은 작가라 여기에서 또다른 어떤 반전이 준비되어 있는지. 작가를 믿고 드라마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배신당할 수 있다. 추리물이란 작가와 독자와의 사이에 이루어지는 일종의 게임이다. 그것도 아주 불친절한 게임이다. 자신이 준비한 패는 감추고 철저히 독자의 오판을 유도하기 위한 미끼만을 던지며 독자의 위에서 조롱한다. 독자는 범인이 아닌 바로 그런 작가의 의도와 겨루지 않으면 안된다. 강종윤은 진범인 것일까? 아닌 것일까? 강종윤의 가족은 지금 어디에 있는 것일까?

여고 앞에서 벌어진 사소한 헤프닝이나, 강종윤을 쫓으려 도로에서 유턴을 하는 순간 들려오는 '대머리'라는 사소한 대사 한 마디가, 굳이 강종윤 가족의 옷장을 열어 속옷을 꺼내보며 이런저런 표정을 지어 보이는 남예리의 모습이, 지나치게 경직된 긴장을 그런 식으로 잠시 풀어주어 균형을 유지한다. 너무 긴장하고만 있어도 쉽게 지친다. 박민호(최우식 분)의 역할에는 그런 것도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설마 와인 한 병으로도 그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니.

죄와 벌. 죄에는 반드시 벌이 따른다. 벌이 내리지 않으면 그것은 죄가 아니다. 어쩌면 많은 사람들이 죄를 지으면서도 스스로를 위로할 수 있는 근거가 아니었을까. 벌이 내려지니 죄이지 벌이 내려지지 않는다면 그것은 죄가 아닐 것이다. 오히려 그들은 더 정의롭기까지 하다. 무엇이 죄고 무엇이 벌인가? 쫓기는 자와 죽은 이와 그리고 가해자와 피해자. 모순된 현실.

역시나 묵직하다. 메시지가 직구다. 공중파에서는 불가능하다. 공중파라면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까지도 어느 정도 배려가 필요하다. 스릴러란 그래서 현대사회의 자화상이기도 한 것이다. 죄가 존재하는 곳. 벌이 깃드는 곳. 단순히 어느 특정한 개인의 악으로서만이 아닌 인간이 갖는 죄와 벌의 근원이다. 부쩍 처형이라는 말도 많이 쓴다. 일주일이 지겨우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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